[CEO] 7년만에 돌아온 김승연 회장 미래 본다...김동관 우주·항공 전면에
[CEO] 7년만에 돌아온 김승연 회장 미래 본다...김동관 우주·항공 전면에
  • 이서련 기자
  • 승인 2021.03.02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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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그룹 김승연 회장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ㅣ한화그룹

7년 전 배임 혐의를 받아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던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돌아왔다. 김회장의 복귀발표가 나오면서 한화그룹 전반의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특히 장남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이 최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사내이사를 맡는 등 경영 보폭을 키우면서, 승계 작업도 구체화되고 있다.

앞서 김승연 회장은 2012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기소됐다가, 2014년 2월 징역 3년과 집행유예 5년을 선고 받고 그룹 7개사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났다.  

■'왕의 귀환' 김승연, 글로벌·신사업 지원

올해 회장 취임 40주년이 되는 김승연 회장은 이달 중 모회사인 ㈜한화를 비롯, 한화솔루션과 한화건설 등 3개 회사에 적을 두고 그룹의 미래를 이끌어갈 전망이다. 구체적으로는 미래 성장전략 수립과 글로벌 사업 지원 등에 주력할 예정이다. 

다만 김 회장은 등기임원을 맡지는 않는다.

한화 측은 이에 대해, "그룹 계열사들이 이사회 중심의 독립경영체제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과, 추후에도 회사별 사업 특성에 맞춘 자율 및 책임 경영 시스템을 발전시킬 예정이라는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이는 명분일 뿐 사실상 지휘봉은 김 회장이 쥐고 있다는 해석이다. 한화의 지배구조는 김 회장을 비롯한 오너 일가 중심으로 이뤄져 있다. 김승연 회장은 그룹 지주사 ㈜한화 지분 22.65%를 갖고 있는 최대주주이며, 오너 일가인 장남 김동관 사장은 4.44%를, 차남 김동원 한화생명 전무와 김동선 한화에너지 상무가 각각 1.67%를 보유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김 회장의 역할은 계열사들의 일상적인 경영활동 관여에 국한되기보다는, 그룹 전반에 걸쳐 비전과 밑그림을 제시하고 배후에서 돕는 지원 역할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더해 김 회장은 미래 신성장 동력 발굴은 물론, 해외 네트워크를 활용한 글로벌 시장 개척에 힘쓸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재계 흐름인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행보에 맞추어, 친환경에너지 사업 역량을 강화하고, 글로벌 그린에너지 사업 지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김승연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ESG 경영을 강화해 지속가능성을 높여야 한다"며 "특히 글로벌 신재생에너지 분야의 리더로서 환경 경영에도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장남 김동관, 우주·항공 전면에...승계 구도 관심

쎄트렉아이 무보수 이사직을 수락한 김동관 사장ㅣ한화그룹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ㅣ한화그룹

한화그룹 3세이자 김승연 회장의 장남 김동관 사장의 광폭 행보도 눈에 띈다. 일찌감치 우주·항공 사업을 그룹 미래먹거리로 낙점하고 큰 관심을 보여 온 그는 이번 해당 사업에 전면 배치, 실질적으로 그룹의 핵심 역할을 맡았다는 평가다. 

2일 한화그룹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오는 29일 주주총회에서 김동관 사장을 사내이사로 추천할 계획이다. 김 사장은 작년 한화솔루션의 사내이사에 이름을 올린 데 이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사내이사도 겸직하게 됐다. 미국 세인트폴고등학교와 하버드대학교를 졸업한 그는 2010년 한화에 입사한 뒤, 10년 만에 한화솔루션의 사내이사를 맡은 바 있다.

더불어 국내 인공위성 벤처기업인 '쎄트렉아이'의 등기임원으로도 이름을 올린다. 쎄트렉아이는 1999년 우리별 1호를 개발한 카이스트(KAIST) 인력이 설립한 회사로, 지난달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 회사를 인수했다. 특히 재계에서 이례적인 '무보수' 근무도 눈길을 끈다. 이에 대해 김동관 사장은 "항공우주사업 경영의 첫 번째 덕목은 사회적 책임"이라고 언급했다.

이렇듯 김동관 사장이 그룹 주요 사업의 선두에 나서면서, 한화의 경영 승계작업이 구체화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화그룹은 한화솔루션의 화학·에너지 사업과 함께,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방산·우주항공, 쎄트렉아이의 우주위성을 주축으로 미래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수치도 이를 뒷받침한다. 작년 4분기 실적을 보면 한화솔루션의 영업이익은 64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9.1% 증가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역시 영업이익 76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7.4% 증가하는 등 수익이 개선되며 승승장구했다. 이동헌 대신증권 연구원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사업부별 실적 성장이 지속되고 있으며, 쎄트렉아이 인수로 한화그룹 우주산업의 핵심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에 더해 김 사장은 한화시스템도 미래 주력 계열사로 눈여겨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시스템의 사업영역(위성통신안테나, 초소형 SAR 위성 등)이 쎄트렉아이의 사업영역이 한화시스템과 다소 겹쳐 시너지 효과를 볼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최진명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전통적 방산기업에서 인공위성·UAM 등 하이테크 신성장산업 기업으로 변화하고 있는 한화시스템과 쎄트렉아이의 협력 및 시너지 확대가 기대된다"며 "이달 주주총회를 통해 김동관 사장 등 한화그룹의 인물들이 쎄트렉아이 이사진에 합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비즈트리뷴=이서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