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진단] 현금 없으면 청약불가? '전월세 금지법' 어떻길래
[이슈진단] 현금 없으면 청약불가? '전월세 금지법' 어떻길래
  • 이서련 기자
  • 승인 2021.02.18 19: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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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분상제 의무거주 기간 2~3년
HUG 규제 완화 이어 무주택자 부담↑

정부가 부동산 시장에 일명 '전월세 금지법'을 내놓으면서, 무주택자의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앞으로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된 수도권 신축 아파트는 입주 시 전·월세를 놓을 수 없도록 해, 청약이 당첨되더라도 집주인이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기 더욱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무주택자들은 정부가 지난달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가 규제 완화에 이어, 내 집 마련의 희망을 더욱 멀어지게 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분상제 적용 아파트 2~3년 의무거주…청약자 자금조달 부담 가중

18일 국토교통부와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오는 19일부터 입주자모집 승인 신청을 하는 수도권 분양가상한제 적용 지역 아파트에는 최대 5년의 실거주 의무 기간이 부여된다. 

분양가격이 인근 주택 시세의 80% 미만인 공공택지 주택은 5년, 80% 이상∼100% 미만인 주택은 3년을 의무로 거주해야 한다. 민간택지에 공급되는 주택의 경우 분양가격 시세 80% 미만 3년, 80% 이상∼100% 미만은 2년 거주 의무 기간이 부여된다. 입주 후 최소 2년은 직접 거주해야 하는 것이다.

국토부는 이를 두고 분상제 적용 주택에 대한 실수요자 중심으로 공급하려는 조치라고 설명했지만, 업계는 사실상 '전월세 금지법'이며, 청약이 되더라도 자금 여력이 없는 경우 주택 구매가 불가능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보통 청약 당첨자는 전세를 놓아 받은 보증금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앞으로는 이 마저도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이에 '현금부자'가 아니면 내 집 마련은 포기하라는 말이냐며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무주택자가 값비싼 분상제 신축 아파트 가격을 감당할 수 있는 방법이 사실상 사라졌다는 주장이다.

수도권에 거주하는 무주택자 50대 김 모씨는 "천정부지로 오른 집값에 엄격한 대출 규제까지 있는 상황인데, 이제는 중도금, 잔금까지 충당할 방법이 없어졌다. 억대 자금 여력이 없으면 청약이 당첨돼도 내 집 마련이 불가능하게 된 것"이라며 "정부가 무주택자 희망을 걷어차 버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세 못 놓는 래미안원베일리…입주까지 13억 내야

래미안원베일리 재건축 현장ㅣ연합뉴스
래미안원베일리 재건축 현장ㅣ연합뉴스

전월세 금지법이 적용될 확률이 높은 반포동 '래미안 원베일리'의 경우 오는 4월 분양을 앞두고 있다. 이 단지의 일반분양가격은 3.3㎡당 5668만원으로 국내 신축 아파트 중 가장 높은 분양가를 기록했다. 역대급 고분양가이지만, 주변 시세에 비해선 상대적으로 낮아 당첨만 되면 수 억원의 차익을 볼 것으로 기대돼 청약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측됐다.

그러나 이 단지의 입주자 모집 공고가 19일 이후 나오면 청약 당첨자는 입주 시 전·월세를 놓을 수 없어 청약 경쟁률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는 통상 입주 전 전셋값이 분양가를 뛰어 넘어 계약금 15%의 자금 여력이 되면 집을 구매할 수 있었다. 전세보증금을 중도금 대출 및 잔금으로 사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번 법 시행으로 전용 84㎡ 청약 당첨자는 바로 계약금 20%인 3억4천만원가량을 마련해야 한다. 총 분양가가 약 17억원 책정될 것으로 예상돼 9억원 이상 제한에 걸려 중도금(60%)을 대출할 수 없으며, 전세도 놓지 못해 잔금(20%)까지 13억원을 직접 조달해야 한다. 

■HUG 분양가 규제 완화에도 치이는데...무주택자, "엎친 데 덮친 격" 

무주택자들은 HUG의 고분양가 심사제도 개정에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토로한다.

HUG는 오는 22일부터 고분양가 관리 지역의 분양가 심사 기준을 완화하기로 했다. 시세 60~70% 수준에서 빗장을 걸어뒀던 분양가격 상한을 85~90%까지 올려주기로 한 것이다. 이에 따라 분양가는 최대 시세 90%까지 치솟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민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개정안으로 5대 광역시와 수도권 일부 지역의 분양가가 상승하며 주변 시세와 격차가 줄어들 것으로 추정한다"고 내다봤다.

이에 무주택자의 내 집 마련은 더욱 어려워졌다는 판단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는 분양 아파트 공급 확대를 위해 규제를 풀어 줬다고 하지만, 수도권과 기타 지역 아파트값이 전보다 훨씬 비싸질 수 있어 우려가 높다"며 "무주택자로서는 '엎친 데 덮친 격'일 것"이라고 언급했다.

[비즈트리뷴=이서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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