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김범수 의장의 기부로 더 나은 세상이 되려면
[기자수첩] 김범수 의장의 기부로 더 나은 세상이 되려면
  • 박환의 기자
  • 승인 2021.02.17 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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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 CNBC

카카오 김범수 의장이 최근 통큰 기부를 결정했다. 기부금액은 그의 자산의 절반, 약 5조원에 달한다. 그동안 수많은 대기업의 총수들이 증여세, 상속세 등의 조세포탈로 법원 포토라인에 서던 모습과는 대조되는 행보다. 

사회의 많은 문제가 빈부격차에서 온다. 코로나19로 여성·비정규직 등 취약계층은 더 큰 타격을 입어 빈부격차는 더욱 심해지고 있다. 설사 일자리 회복국면에 들어서더라도, 사회적 취약계층의 상대적으로 더디다. 통계청 ‘1월 고용동향’이 이를 보여준다. 상용직은 취업자는 증가했는데 임시직·일용직은 오히려 감소했다. 

고용시장 격차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근본적인 문제는 대기업에 집중된 경제력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이는 중소기업간의 격차를 심화시킨다. 급여 수준을 보더라도 중소기업 근로자(300인 미만기준)의 월급여는 313만9000원인데, 대기업(300인 이상) 근로자 급여는 535만6000원이다.  미국·일본·프랑스에선 이 비율이 69~73%이다. 

특히 5인 미만 소기업 직원은 대기업 직원의 33%밖에 되지 않는다. 미국, 일본, 프랑스는 각각 79%, 65%, 59%에 달한다. 또한 대기업일수록 비정규직 노동자를 상대적으로 더 많이 사용한다. 작년 기준 1000명 이상 대기업 노동자 가운데 비정규직은 전체 40%로 300인 이상 기업 평균인 38%보다 높다. 

워렌버핏, 빌게이츠, 마크 저커버그 등 미국 기업가들은 재산의 90% 이상을 기부했다. 미국 부호들의 기부 문화가 활발한 이유를 자수성가한 사람들이 많은 것에서 찾기도 한다. 자수성가했기 때문에 사회의 부족한 부분에 공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기부문화가 활성화 되지 않은 이유를 부족함 없이 자란 상속형 부자가 많은 것에서 찾을 수도 있다.

다행히도 김범수 의장처럼 우리나라에 최근 자수성가 부자들이 많이 생겼다. 2005년만 해도 상위 50대 부자 중 자수성가한 기업인은 14%로 7명에 불과했다. 2020년의 경우, 상위 50대 부자 가운데 자수성가형 비중은 48%나 됐다. 그럼에도 선진국 부자유형과 비교하면 갈 길이 멀다. 미국의 상속형 부자 비율은 30.0%, 일본은 36.0%에 불과하다. 

누군가는 '개천에서 용나는 시대는 끝났다'며 절망밖에 없다고 한다. 절망을 선택하면 그 끝은 죽음뿐이다. 절망을 종용하는 사회는 죽은 사회다. 인간은 희망으로 살아간다. 사회에서 희망을 선택하게끔 해야 한다. 고용격차가 줄어들고 자수성가 비율이 높을수록 희망을 선택하는 사람들도 많아질 것이다. 기부가 이를 위해 우선적으로 쓰여졌으면 한다.

김의장의 상태메시지는 인상깊다. ‘내가 태어나기 전보다 더 나은 세상을 꿈꾸며’. 그의 기부로 희망을 선택하는 이들이 많아져 더 나은 세상이 되길 바라본다.

[비즈트리뷴=박환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