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위한 착한투자①] ESG, 이제는 투자 주류
[미래를 위한 착한투자①] ESG, 이제는 투자 주류
  • 김민환 기자
  • 승인 2021.01.28 2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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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증권가에선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투자에 관한 관심이 커지면서 일명 '착한 투자'의 붐이 일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환경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사회책임투자가 수익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긍정적 판단이 작용한 것이다.

이전까지만해도 ESG 투자는 현실과 너무도 동떨어졌다는 인식이 강했는데 관련 펀드 수익률이 지난해부터 급격하게 증가하면서 증권가에선 ESG를 조금 더 진지한 테마로 분류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국 펀드 평가사인 모닝스타에 따르면 글로벌 ESG 펀드 시장에는 지난해 3분기에만 810억달러(약 88조원)가 유입됐다. 지난해 상반기엔 사상 처음으로 1조달러(약 1100조원)를 넘어섰다. 국내에서도 지난해 3분기 기준 ESG 펀드 순자산이 7억5700만달러(약 8400억원)에 달하며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최근 국내 ESG 펀드 시장에 이렇게 많은 자금이 유입된 배경은 수익률이다. 금융정보 제공기업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펀드 중 가장 높은 수익률을 거둔 펀드는 ‘알파글로벌신재생에너지’로 무려 129.26%의 수익을 거뒀다. 이어 멀티에셋자산운용의 ‘멀티에셋글로벌클린에너지'가 113.47%를 기록하면서 그 뒤를 이었다. 두 펀드 모두 친환경 기업에 투자하는 ESG 펀드다.

알파글로벌신재생에너지펀드는 글로벌 신재생에너지 기업에 투자하는 해외주식형 펀드로 미국 태양광 업체인 인페이즈 에너지(Enphase Energy), 솔라에지 테크놀로지(Solaredge Technologies)와 수소전지업체 플러그파워, 두산퓨얼셀 등을 담고 있다. 인페이즈 에너지의 경우 친환경에너지에 시장의 성장성과 친환경 정책을 내세운 조 바이든 시대에 대한 기대감으로 지난해 주가가 무려 482%나 폭등했다.  

투자자들은 보통 투자 할 회사를 선택할 때, 재무적인 판단을 하기 위해 회계정보와 재무제표를 공부한다. 기업의 존재 이유는 이윤창출이므로 매출액은 얼마나 증가하는지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매출액 대비 어떠한지 등을 보며 수익성을 판단한다. 또 회사내에 자본 구성을 보면서 부채가 너무 과도해서 파산할 가능성이 높을만큼 부실한 상태인지 아닌지 살펴보는 작업을 수행한다. 이러한 작업을 거쳐 고르고 골라서 재무적으로 안정적이고 성장성을 보이는 기업에 돈과 미래를 걸고 투자를 한다.

하지만 ESG 투자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이제는 투자할 때 비재무적 요소도 고려하게 됐다. 단순히 재무제표만 보고서는 기업의 지속가능성과 장기적인 성장성을 예측하는 시대는 지났다. 기업이 만들어 내는 제품과 서비스가 단순히 돈을 버는 것에 그치지 않고 사회에 공헌하면서 공익창출은 물론 환경도 신경써야 하는 상황이다.

ESG 투자 확대 배경은

ESG 투자는 1960년대와 1970년대 여러 사회적, 문화적 변화를 거치는 과정에서 반전 및 인권사회운동가, 환경운동가 등이 합류하면서 본격적인 사회책임투자가 거론되기 시작해 공적 연기금의 책임투자 관련 법제화가 나타나기 시작한 이후 본격화 됐다.

지난 2006년 UN이 투자 결정 과정에 ESG 요소를 반영하도록 하기 위해 마련한 책임투자원칙(PRI)를 도입하면서 지금까지 ESG투자는 시장에서 꾸준히 언급돼 왔지만 투자자 입장에서는 그저 한가지 테마일뿐 좋은 취지를 갖고 있지만 수익률이 좋지 못하다는 이유로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다.

다만 지난해 초 코로나19로 인해 전세계 경제 활동이 위축되고 각종 이상 기후를 계기로 사회·환경 위기에 대응하는 기업에 정부와 기관 투자자들의 관심이 커지고 실질적인 투자로 이어지면서 ESG 투자에 대한 관심은 더욱 커졌다. 

더군다나 각국 정부에서 환경 관련 규제 등을 시행하고 지속 가능 성장을 강조해 관련 자본의 규모도 거대해지면서 이제는 ESG가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지난해 초 세계 최대 규모의 글로벌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래리 핑크 회장은 "투자 결정 시 지속 가능성을 기준으로 삼겠다"며 "화석 연료 관련 매출이 전체의 25%가 넘는 기업들은 투자 대상에서 제외할 것"이라는 계획을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또 지난해 2월 네덜란드 공적연금(APG)은 중국·인도네시아·베트남 등 석탄 발전소 프로젝트와 연관이 있다는 이유로 6000만유로(약 790억원)의 한국전력 지분을 매각하기도 했다.

유럽연합(EU)은 2050년까지 유럽을 세계 최초의 탄소 중립 대륙으로 만들겠다는 ‘유럽 그린딜’을 제시했으며 미국 조 바이든 당선인은 취임 즉시 트럼프 대통령이 탈퇴한 파리기후협정에 재가입하고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 0(Net Zero)’을 목표로 친환경에 연방예산 1조7000만달러를 투자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러한 세계 각국의 ESG 정책 모멘텀이 신재생에너지·전기차 관련주의 강세로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 정부도 ‘그린뉴딜’ 정책 추진과 동시에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구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삼성, SK, LG, 포스코 등 제조업 기반의 그룹사는 친환경 에너지 정책을 중심으로 KB금융, 네이버, 카카오 등 서비스 기반의 그룹사는 소셜 이슈(인권, 개인 정보 보호, 디지털 책임, 사회적 약자 보호 등)를 중심으로 중장기적인 ESG 경영 확대계획을 발표하면서 ESG 경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 한국은 올해 ESG 투자 확대 원년 

그 동안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는 유럽, 미국에 비해 ESG 투자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예외적으로 일본이 최근 3년간 GPIF(일본 공적연금 펀드)를 중심으로 ESG 투자를 크게 확대했으나 유럽, 미국에 비해 규모가 아직 작다. 한편 한국은 기존에 ESG 투자의 직전 단계라고 할 수 있는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확대, SRI(사회 책임 투자)투자가 꾸준히 확대돼 왔다.

한국은 올해부터 국민연금을 중심으로 연기금이 ESG 투자에 대한 벤치마크 지수를 개발하고 본격적으로 위탁 투자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E(환경) 부문에서는 2015년부터 시행된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도가 3기에 돌입하게 된다. 정부는 2012년 온실가스 배출권의 할당 및 거래에 관한 배출권 거래제도 법률을 제정한 후, 1기(2015~2017년), 2기(2018~2020년)에 걸쳐서 배출권 거래제 초기 안착 및 감축 개시에 노력 해왔다.

올해부터 시작되는 3기부터는 파리기후협약에 대비한 자발적 감축 유도, 배출권 거래제도에 대한 유동성 공급 확대 등 탄소 배출 저감을 위한 보다 적극적인 제도가 시행될 예정이다. 기업별 온실 가스 배출 현황을 보면 배출 기준 상위사들의 배출 집중도가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이와 관련해 국가 단위의 배출량 감축 노력보다는 개별 기업 수준의 자발적 노력 및 제도상의 인센티브와 규제 노력이 강화되는 추세다.

바이든 행정부가 미국의 파리기후협약 참여를 재개한 점도 눈길을 끌고 있다. 파리기후협약은 이전의 교토의정서에 비해 참여 대상 국가가 크게 확대됐으며 보다 구체적이고 강화된 온실 가스 감축 계획을 포함하고 있다. 이는 철강, 유틸리티, 건설을 중심으로 관련 업종들의 친환경, 신재생 에너지 투자가 가속화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S(사회)와 관련해서는 근로자 인권 강화 법령과 기업들의 인권 경영 강화 필요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최근 2, 3년간 한국은 근로자의 인권 강화와 관련된 이슈가 많았다. 부당해고,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법령 강화가 있었고 52시간 근무제 등 다양한 인권 경영 노력이 제도화되는 중이다. 기업들 자발적인 인권 교육, 인권 취약 지대 모니터링, 예방 조치 등에 대한 노력도 강화되고 있다. 

특히 지금과 같은 디지털 시대에 종업원 인권 이슈는 회사 외부로 쉽게 공유되고 확산될 수 있다. 부정적 사례가 이슈화 될 경우 해당 회사의 브랜드 이미지 추락이나 불매운동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과거보다 증가했다. 페이스북, 구글 등 해외 선도 기업들은 종업원 성별, 인종, 출신에 대한 다양성 노력을 전담하는 인사 조직 구축 및 홍보를 통해 노력의 범위를 넓히고 있다. 사내 종업원들의 회사에 대한 평판을 모니터링하는 전담 조직을 두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 

G(지배구조)는 올해 지속가능경영 전담 조직 증가와 공정거래법 강화에 초점이 맞춰져있다. 지배구조 평가에는 주주 권리 보호 정도, 기업의 공시의무 충실성, 이사회의 구성, 보수, 활동 등에 대한 평가 등이 기본이다. 그 외 지속가능경영에 관한 전담 조직과 노력 여부가 중요하다.

최근 국내 금융 지주사 들은 ESG 위원회를 구성하고 계열사 별로 세부적인 시기별 목표를 제시하고, 경영진을 평가하는 실질적 구속력으로 활용하고 있다.

강봉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이는 개별 기업들이 MSCI, 기업지배구조연구원 등 ESG 등급 평가 기관으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는데도 유리하기 때문에 올해 내내 기업 전반으로 확대될 전망"이라며 "다만, 회사의 규모에 따라 도입 속도는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는 점과 실제로 ESG 분야에 전문성을 갖춘 인력이 포함되는지 여부 등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국내 기업들은 전반적으로 해외 기업들과 비교해 ESG 중에서 특히 G 부분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평가를 받고 있다. 기본적으로 낮은 배당성향 등에서 낮은 점수를 받고 있으며, 그룹내 관계사와의 부당 거래 관련 우려들이 원인이다. 기업들의 자발적인 개선 노력과 더불어 지난해 12월 9일 공정거래 3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장기적으로 ESG 평가와 투자에 긍정적인 상황으로 변화되는 중이다.

아울러 강 연구원은 "ESG 전반으로는 올해 국내 연기금의 ESG 평가 시스템 구축 및 위탁 투자 확대, 해외 운용사들의 ESG 경영 개선 요구 강화, 거래소를 중심으로 한 ESG 관련 위무 공시 확대가 ESG 확대를 견인할 것"이라며 "운용사들의 ESG 펀드 출시, 개별 기업들의 ESG 경영 강화 및 대고객 홍보, 개인 투자자들의 ESG 관심 증가도 빠르게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 향후에는 투자 업계에서 ESG 평가가 강화될수록 분기, 연간 단위의 ESG 평가 등급 변화나 ESG 관련 상시 뉴스가 단기 주가에 미치는 영향도 강화될 수 밖에 없다"면서 "올해는 ESG 투자 문화가 건강하게 점진적으로 자리 잡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비즈트리뷴=김민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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