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영끌'하는 30대와 공공주택정책
[기자수첩] '영끌'하는 30대와 공공주택정책
  • 이서련 기자
  • 승인 2021.01.26 08: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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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 사는 친구에게 초대를 받은 적 있다. 반가운 마음에 친구의 집에서 며칠 묵으며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친구의 집은 주변 경관은 물론이고 모든 시설이 편리하게 갖춰져 있었다. 친구의 말처럼 편하게 있으려고 했지만, 내 물건이 아니었기에 무엇을 사용해도 조심스러웠다. 언젠간 돌아가야 하는 내 집 생각에 마음이 불편했다.  

요즘 언론의 헤드라인을 달구는 단어는 '영끌' 매매다. 사회초년생을 포함한 청년층이 '영혼까지 끌어모아' 주택을 구매하는 상황이 유행처럼 번진 것. 최근에는 서울 아파트의 1/3을 30대가 샀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실제 한국은행에 따르면, 2030 청년층의 주택담보대출, 전세자금대출 등 주택관련대출은 지난 3분기말 전년동기대비 10% 넘게 증가(260조2000억원)했다.

정부가 공공 분양을 늘리겠다며 공공임대(전세) 등 다양한 방안을 내놨는데도 왜 이런 현상이 생길까. 첫 번째는 정부에서 제공한 집이 아무리 좋은 집이라 한들 내 집이 아닌, '곧 나갈 신세'라는 조바심 때문일 것이다. 즉주 목적이 아닌 '임시 방편'을 마련해 준다고 해서 내 집 마련에 대한 불안을 잠재우긴 어렵다. 친구 집이 아무리 좋아도 모든 물건을 내 집처럼 편히 쓰지 못했던 것처럼 말이다.

또 다른 이유에는 '포모(FOMO, Fear Of Missing Out)' 현상도 있다. 나만 세상의 흐름을 놓치고 있는 것 같은 공포심에 행동에 나선다는 것. 요즘 청년들은 내가 월급을 모으는 동안 부동산으로 (연봉의 몇 배가 넘는) 한 번에 몇 억을 벌었다는 소식에 '패닉'에 빠져 어떻게든 구매 행렬에 몸을 싣고 있다. 결국 투기를 줄이겠다고 나선 정부가 또 다른 방식의 투기를 양산한 셈이다.

청년들 탓만 할 것은 아니다. 천정부지로 올라버린 집값에 분노하고, '부모찬스'가 없다는 박탈감 사이에서 내집을 (영혼을 끌어모아서라도) 마련하고 싶은 게 이들의 마음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청년들은 이전 세대와 달리 부동산을 통해 수익을 낼 사다리조차 강제로 걷어차 버렸다며, 세대 간 격차에 대한 불만도 많다. 

문 대통령은 지난주 신년 기자회견에서 처음으로 주택 시장 문제에 대한 송구함을 내비쳤다.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 제대로 공급을 늘리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런 호언장담이 '영끌'을 멈출 수 있을까에 대해선 아직 의문이 크다. 

그동안 정부의 독주는 길었다. 앞장 서 24번의 부동산 정책을 내며 규제를 높이고 시장을 틀어쥐었지만, '공공 제일의 정책'은 여러번 실패를 했다. 이제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독주를 멈추고 민간과 역할을 분담하는 것이다. 국민이 원하는 집을 다양하게 공급할 수 있도록 민간의 숨통을 틔워 함께 부동산 시장을 재건하기 위해 협조할 때다.

[비즈트리뷴=이서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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