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진단] 한화그룹 3형제 후계 밑그림...경영승계 속도내나
[이슈진단] 한화그룹 3형제 후계 밑그림...경영승계 속도내나
  • 이서련 기자
  • 승인 2021.01.19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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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 김동원 한화생명 전무, 김동선 한화에너지 상무보

김승연 회장의 장남 김동관 사장과 차남 김동원 전무에 이어 삼남인 김동선 전 한화건설 신성장전략팀장이 그룹에 복귀하면서, 한화그룹의 후계자 구도에 관심이 모인다.

재계에서는 이들 3형제가 각 분야에서 경영 전면에 나서면서 밑그림이 그려진 만큼 승계작업에 본격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4년 만에 경영 전면...삼남 김동선 상무보

지난달 한화그룹은 김동선 전 팀장이 한화에너지에 글로벌전략담당 상무보로 합류했다고 밝혔다. 한화건설을 나온 지 4년여 만이다.

김 상무보는 미국 태프트스쿨과 다트머스대를 졸업한 후 2014년 한화건설에 과장으로 입사해 경영수업을 받았다. 이곳을 퇴직한 후에는 지난 4월부터 국내 사모펀드 운용사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에서 일했다. 그러다 6개월 만에 돌연 회사를 나온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한화그룹 복귀설이 제기됐다. 결국 작년 12월 23일 한화에너지 임원으로 입사, 복귀를 확정 지었다.

김 상무보는 한화에너지의 글로벌 에너지 사업을 맡아 사업 확장에 앞장 설 계획이다. 최근 한화에너지는 해외 대규모 에너지저장장치 프로젝트 계약 등을 연속으로 수주하고 세계적 에너지 기업 토탈과의 합작사를 설립하는 등 사업 확대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인데, 이에 김 상무보가 힘을 실을 것으로 보인다. 

재계에서는 이렇듯 김승연 회장의 삼 형제가 모두 그룹에 자리를 잡으면서, 한화그룹의 후계 구도 윤곽이 나왔다는 평가다.

장남 김동관 사장은 그룹의 핵심 계열사로 꼽히는 한화솔루션을 진두지휘하면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김 사장은 미국 세인트폴고와 하버드대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2010년 한화그룹 회장비서실에 차장으로 입사한 뒤 2015년 한화큐셀 전무에 올랐다. 그는 작년 1월 한화케미칼·한화큐셀앤드첨단소재 통합법인 한화솔루션이 공식 출범하면서 전략부문장을 맡다가, 성과를 인정 받아 같은해 9월 말 사장으로 승진했다. 

한화솔루션은 작년 말 대규모 유상증자 단행, 미국 수소탱크업체 인수 등 공격적인 경영에 나서고 있다. 19일에는 ㈜한화가 자회사인 한화솔루션에 친환경 미래 사업을 위해 자사로서 역대 최대 규모 유상증자에 참여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미국 수소트럭업체 니콜라가 신뢰를 회복해 시장에서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지난 2018년 한화에너지와 한화종합화학은 5천만달러씩 총 1억달러(약 1158억원)를 공동 투자해 니콜라 지분 6.13%를 확보한 바 있다. 당시 한화큐셀 영업총괄 전무였던 김동관 사장의 주도로 이뤄진 니콜라 투자는 '제2의 테슬라'로 꼽히며 주가가 폭등했으나 작년 '사기 논란'을 겪으며 가치가 하락했다. 

그러나 니콜라는 여전히 세를 확장하는 모습이다. 회사는 지난 7일(현지시간) 클래스 8 세미트럭 생산을 위한 제조 공장을 착공했으며, 지난 12일에는 미국 애리조나 최대 전력 회사와 수소 생산 관련 전기요금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수소트럭 3대의 시운전을 2월 중순 완료할 계획이다.

재계 관계자는 "한화에너지와 한화종합화학을 지배하는 에이치솔루션을 삼 형제가 소유하고 있는 만큼, 니콜라의 가치 회복은 중요한 이슈"라고 평가했다.

 

자료: (주)한화

차남인 김동원 전무도 그룹의 금융부문에서 경영의 폭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김 전무는 미국 세인트폴고와 예일대 동아시아학과를 졸업하고 2014년 한화생명 디지털팀에 수장으로 입사했다. 이후 한화생명 전사혁신실 부실장과 디지털혁신실 상무를 지낸 뒤 지난해 11월 미래 신사업 창출 등에 기여한 점을 인정받아 전무에 올랐다.

한화생명은 최근 조직 개편을 단행해 전략 부문 및 신사업 부문을 새로 만들었는데, 김 전무는 이를 통해 신설 전략부문장도 겸한다. 그는 이를 통해 그룹의 디지털 전략을 넘어 지배구조, 미래 신사업 등 방대한 사업을 아우르며 활동 보폭을 넓힐 것으로 보인다.

■한화종합화학 IPO 마무리 되면 3세경영 본격?

올해 예정된 한화종합화학 상장도 눈 여겨 볼 부문이다. 이 역시 한화그룹 경영권 승계 작업에 가속을 붙일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한화종합화학의 기업공개(IPO)는 과거 삼성그룹과의 M&A 계약 시 합의 조건으로, 6년 안인 올해까지 상장을 마쳐야 한다. 한화그룹 측은 "한화종합화학을 2021년까지 상장시킬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주목되는 것은 이 과정에서 IT컨설팅 업체 '에이치솔루션'의 역할이다. ㈜한화와 함께 그룹의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는 에이치솔루션은 삼 형제가 지분 100%(김동관 사장 50%, 김동원 전무·김동선 상무보 각 25%)를 보유하고 있는 회사다.

한화종합화학의 IPO가 완료되면 한화솔루션과 한화에너지의 경영 성과 개선은 물론, 에이치솔루션의 기업 가치 역시 상승할 것으로 예측된다. 한화종합화학의 기업가치가 고평가될수록 삼 형제의 지분 가치도 늘어날 공산이 크다. 이런 배경에서 김동선 상무보가 한화에너지에 입사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한화그룹 본사 사옥 전경ㅣ한화
한화그룹 본사 사옥 전경ㅣ한화

다만 한화 측은 이를 논의하기엔 조심스럽다는 입장이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경영승계에 대해선 아직 특별히 드릴 말씀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한편 한화종합화학은 한국투자증권, KB증권, 대신증권 등 증권사 3곳과 이달 중 상장 주관사 계약을 체결할 계획이다. 한화종합화학은 작년 JP모건 등 외국계 증권사를 상장 주관사로 선정해 미국 나스닥에 상장할 거란 예측이 있었으나, 이번 국내 증권사를 주관사로 선정해 국내 증시 상장 가능성이 더 커졌다. 

[비즈트리뷴=이서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