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코로나19로 홈술시장 팽창...주류업계, '순한소주' 경쟁
[이슈] 코로나19로 홈술시장 팽창...주류업계, '순한소주' 경쟁
  • 윤소진 기자
  • 승인 2021.01.12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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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주류 진열대 ㅣ 비즈트리뷴

코로나19로 집콕 생활이 장기화하면서 주류 소비 트렌드가 변화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기간이 재차 연장되면서 홈술, 혼술을 즐기는 소비자가 늘어난 것이다. 가정용 주류 소비 증가와 함께 홈술 트렌드가 맞물려 '순한소주' 경쟁이 다시 시작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 "더 순하게, 더 부드럽게"...소주의 저도화

과거 소주도수는 35도에서 시작해 2006년 20도로 낮아졌다. 2019년 17도의 벽이 허물어진 뒤 최근까지 16.9도 소주가 보편화된 상태였다. 그런데 이제 16.5도 소주 시대가 열릴 전망이다.

지난 11일 롯데칠성음료는 자사의 대표 소주인 '처음처럼'을 리뉴얼해 기존 16.9도에서 16.5도로 낮춰 출시한다고 밝혔다. 현재 출시된 소주 중에는 최저 도수다. 주력제품인 '처음처럼'의 대대적인 리뉴얼은 저도주 시장 공략을 본격화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부드럽고 순한 소주를 원하는 소비자의 요구에 따라 도수 인하를 결정하게 된 것"이라면서 "무조건 도수를 낮추는 것이 아니라, 소주의 아이덴티티는 살리면서 순한 맛을 동시에 가져가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미 수년간 저도주 트렌드는 지속되어 왔다. MZ세대를 중심으로 독한 술 대신 부드럽고 순한 술을 찾는 경향이 확대되면서 주류업계는 알코올 도수를 낮추고 보다 부드럽고 순한 맛을 강조한 제품을 선보였다.

이러한 소주 저도화 추세에 따라 하이트진로는 '참이슬'을 '오리지널'과 'fresh' 두가지 도수로 출시해 소비자층을 넓혔다. 또한 2019년에는 1970년 판매되던 투명한 병 디자인을 그대로 차용한 '진로이즈백'을 출시했다. 진로이즈백은 70-80년대 향수를 자극하는 동시에 MZ세대의 '뉴트로' 열풍을 타고 인기 몰이에 성공했다. 목넘김이 편하고 맛이 깔끔하다는 소비자들의 주된 평가도 성공 요인 중 하나다.

주류 업계 관계자는 "과거 20도 처음처럼이 출시됐을 때처럼 이번 16.5도 처음처럼의 출시로 소주 업계의 저도 경쟁이 재점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 가정용 주류 소비 급증..."품절 대란"

그간 지속된 소주의 저도화 트렌드는 장기화되고 있는 코로나19 사태와도 맞닿아 있다. 코로나19가 재확산하면서 정부는 사회적거리두기를 2.5단계로 격상하고 이같은 방역 지침은 지난해 연말부터 계속되고 있다. 크리스마스, 연말연시 모임이 줄고 외식 자체가 어려워지면서 집에서 안전하게 홈술, 혼술을 즐기는 소비자가 늘어난 것이다. 이에 가정용 주류 수요가 급증, 편의점에서는 소주 품귀현상이 일기도 했다. 

지난 6일 전국 편의점에 공급되는 하이트진로의 참이슬, 진로이즈백 공급이 차질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판매가 급증하면서 재고가 부족해져 일부 센터에서 발주를 일시 중단한 것이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세븐일레븐 소주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55.8% 급증했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가정용 주류는 업소용, 유흥용과 생산라인 자체가 달라 짧은 시간 폭증한 가정용 주류 수요를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는 상태"라며 "물량 공급 문제는 소주에 국한된 부분이며, 최대한 빠른 시일 내 정상화하겠다"고 설명했다.

가정용 시장 확대에 따른 수요 회복 흐름은 소주 뿐만 아니라 주류 업계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전문가들의 주류업체에 대한 실적 전망도 밝다. 업소용 주류시장 축소 등 코로나19에 따른 영향은 불가피하나, 가정용 매출 성장, 신제품 기여 등으로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상승하고 있다는 평가다.

한유정 대신증권 연구원은 "롯데칠성은 가정용 제품 판매와 클라우드生드래프트, 처음처럼FLEX 등의 신제품 판매 호조, 대형마트/편의점  와인 판매 호조로 주류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0% 증가, 영업이익은 4억원으로 흑자전환하여 4분기 호실적이 기대된다"고 전망했다.

하이트진로는 가정용 시장을 겨냥해 지난해 12월 '진로 페트', 10월에는 혼술족을 위한 160㎖ 사이즈 미니 팩소주를 출시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조미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하이트 진로는 선제적인 가정용 제품 투자를 통해 업소용 하락을 방어, 비우호적 업황에도 점유율은 견조한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면서 "코로나19가 완화되는 시점, 가정용 매출 성장이 업소용까지 이어지며 영업 레버리지 확대를 향유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비즈트리뷴=윤소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