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정부와 은행사이에서 등터지는 서민과 사회취약층
[기자수첩] 정부와 은행사이에서 등터지는 서민과 사회취약층
  • 구남영 기자
  • 승인 2021.01.02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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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남영기자 

연초부터 은행들이 중단했던 대출을 재개함과 동시에 영업점을 통폐합하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정부의 규제 강화로 주택담보대출을 받기 어려워지면서 은행은 신용대출을 20%이상 늘려 수익을 보충해왔으나 결국 대출 중단을 선언했다.정부의 계속된 규제에 은행이 대출 문까지 걸어 잠그면서 은행 본연의 기능을 잃어가고 있다는 말이 나왔다. 

이러한 은행과 금융당국 사이에서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넘어왔다. 실제 은행에서 돈을 구하지 못한 서민이나 자영업자들은 금리 부담이 훨씬 큰 저축은행이나 사금융 문을 두드리면서 '풍선효과'가 발생했다. 경기 악화에 대출이라도 받으려는 고객들의 마지막 동아줄이 갑자기 끊어진 셈이다. 

다행히 은행들은 오는 4일부터 중단했던 대출 판매를 속속 재개하기로 했다. KB국민은행의 경우, 가계 신용대출을 이달부터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 특히 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을 국민은행 주택담보대출로 이동하는 '타행대환 주택담보대출'도 할 수있다. 뒤이어 신한은행과 우리은행, 카카오팽크, NH농협은행도 신용대출 판매를 재개하기로 했다.

반면, 문닫는 은행 영업점도 속출할 예정이다. 은행 대출은 재개됐지만 가속화된 영업점 통폐합으로 이번엔 사회계약층이 피해를 보고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은행은 오는 1~2월 모두 26개 점포를 통폐합한다. 정부의 디지털 뉴딜정책과 코로나19 장기화로 디지털 전환 작업이 가속화 되면서 효율성이 떨어지는 영업점을 정리하는 것으로 보인다. 

31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2019년 12월 31일 3525개였던 시중은행 점포수가 지난해 12월 31일 기준 3303개로 1년 만에 147개 줄었다. 내년 연말에는 점포수가 3천개 아래로 줄어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은행들의 노년층 등 금융소외계층을 위한 서비스도 만족스럽지 못하다.  고령 고객에게 디지털금융 이해를 도우려는 문자서비스를 제공한다고는 하는데, 손쉬운 은행업무 외에는 이렇다할 게 없다. 특히 6070세대는 상담원 연결이라도 필요로 하는데, 이마저도 제공을 중단한 은행이 대부분이다. 

이처럼 정부와 은행 사이에서 서민과 사회취약계층은 온전히 피해를 받고 있다. 이 시점에서 정부는 신뢰로 먹고사는 금융 산업을 금융기관과 규제에만 맡기려는 자세를 바꾸고  대출이 증가하는 근본적인 원인을 살펴보는 고민이 필요하다.

은행도 본연의 기능을 잃지 않도록 대응 방안을 모색하여 대출중단과 같은 사태로 인해 서민들이 온전히 피해를 받는 상황이 재발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특히 은행은 효율성을 위해 영업점을 줄이고 디지털 전환을 추진하는 것도 좋지만 사회취약계층을 위한 속도조절과 대응 방안을 모색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금융리스크가 커지면 비난여론은 정부보다 총대를 멘 은행권을 겨냥하기 마련이다. 정부가 은행을 방패삼는 정책적 실험이 잦을 경우, 경제와 서민은 무너진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비즈트리뷴=구남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