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이재용의 최종진술과 삼성 준법위의 성과
[기자수첩] 이재용의 최종진술과 삼성 준법위의 성과
  • 이기정 기자
  • 승인 2020.12.31 11:4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기정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결심공판 최종진술이 화제다. 진술에서 이 부회장은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가 열리고 약 4년 동안 겪은 과정에 대해 간곡하게, 그리고 진심을 담아 약 20분간 읊어내렸다.

약 1년간의 수감소 생활과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의 탄생, 뉴삼성에 대한 다짐 등의 내용이 담겼지만, 무엇보다 이재용 부회장의 생각의 변화가 가장 핵심이지 않을까 싶다.

이 부회장은 진술에서 그동안은 회사를 키우는 것이 전부라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준법문화라는 토대를 쌓고 그 위에 삼성을 키워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준법위가 생긴 후 삼성에서 생긴 변화를 자신 스스로부터 느끼고 있다고 표현했다.

준법에 대한 인식이 성숙화되고, 이는 당연하게 지켜야할 것으로 변한지는 오래지만 국내 1위 기업을 이끄는 글로벌 총수가 직접 언급하는 것을 보니 또 새롭게 느껴진다.

이재용 부회장이 이번 진술을 통해 이제는 앞만 보는 삼성이 아닌, 선두기업의 사회적 역할 및 책임, 국민의 신뢰를 우선시하겠다고 약속한 것이다. 또 이와 관련해 이 부회장이 언급한 "사회로부터 받은 혜택을 꼭 되돌려드리겠다"는 말도 많은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이러한 부분에 대해 이재용 부회장은 첫 걸음을 내디딘 수준이지 아직 자랑할 만한 변화는 아니라고 평가했다. 다만, 준법위가 생긴 후 이 부회장이 약속한 자녀의 경영승계 포기, 무노조 경영의 종식 등 삼성의 변화는 짧은 시간 동안 이뤄낸 것을 고려하면 작지 않은 성과로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자식들에게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는 약속은 이 부회장의 다짐이 얼마나 확고한 지 보여주는 대목이라 여겨진다. 이 부회장은 이번 최종진술에서도 자녀 경영권 승계문제와 관련해 언급되는 일 자체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이재용 부회장의 '동행' 철학을 바탕으로 삼성이 꾸준히 진행해 온 사회적 '역할'에 대해서도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삼성이 청년 일자리 창출, 대규모 투자, 협력사 지원, 사회적 나눔 등 사회 환원은 지금 수준에서도 타기업들과 비교해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무엇보다 대다수는 이재용 부회장이 위기 속에서 대한민국 경제를 이끄는 역할을 수행하기를 바라고 있다. 특히, 경재계에서는 사법리스크 해소이후 보여준 이재용 부회장의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그동안 현장경영을 통해 코로나19 최전선에서 그룹을 이끌어 온 이 부회장이 코로나 종식 과정에서, 요동치는 글로벌 시장에서 중심을 잡고 새로운 기회를 찾아주기를 바라는 기대감이 큰 것이다.

이 부회장의 다음달 18일 선고를 앞두고, 법조계 등에서는 재판부의 결심에 준법위 활동이 얼마나 실효적이었는가 여부가 양형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준법위가 발족하고 이제 겨우 약 11개월이 지났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동안 이재용 부회장이 보여준 변화는 삼성에 대한 세간의 인식까지 어느정도 바꿨다고 여겨진다.

그동안 활동에 대해 재판부가 어떻게 판단해 얼마나 양형에 반영할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재판부가 직접 준법위를 요구한 만큼 그동안의 성과뿐 아니라, 앞으로 삼성이 만들어나갈 변화까지 감안하는 판단이 내려지길 기대한다. 

[비즈트리뷴=이기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