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부회장, '연비경영' 보여줘야
정의선부회장, '연비경영' 보여줘야
  • 승인 2014.11.04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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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비과장논란 '벌금 1억달러' 물어
 
현대기아차가 미국시장에서 연비과장 논란으로 거액의 벌금을 물게됐다. 벌금액은 1억달러. 현대차는 5680만달러, 기아차는 4320만달러의 벌금을 각각 부과받았다. 에릭 홀더 미국 법무장관은 3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이번 합의는 미국 정부가 소비자들의 안전과 공정한 시장경쟁, 법을 위반한 기업들을 얼마나 집요하게 추궁하는가를 보여줬다”고 말했다. 현대기아차는 “지난 2012년 연비 조정문제와 관련한 미국 정부의 후속 행정절차를 종결하기 위해 해당 기관인 미국 환경청, 캘리포니아 대기국(CARB)과 합의했다. 합의의 일환으로 양사는 사회적 배상금을 각각 납부하고 연비 조정 전후의 차이 만큼에 해당하는 온실가스 적립포인트를 조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현대기아차는 이번 합의와는 별도로 지난해 12월 연비 조작 논란과 관련한 집단소송에 대해 소비자들에게 총 3억9500만 달러를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현대기아차는 2012년 11월 미국 소비자들이 자동차 딜러 쇼룸에서 보는 윈도 스티커에 연비를 과장해 표기했다는 논란이 제기돼 미국 환경청의 조사를 받았고, 이같은 홍역을 치러야했다.
 
현대기아차는 물론 "연비 변경은 미국 연비 시험 절차상의 규정 해석과 시험환경 및 방법의 차이로 인해 발생했던 사안이다.HMA·KMA는 법규 위반에 대해서는 인정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견지한다"고 선을 긋고있다.
 
그럼에도 재계와 자동차업계는 정의선 부회장이 어떤 해법과 주문을 내놓을 지에 주목하고 있다. '디자인경영'만으로는 글로벌 빅5로 성장한 현대기아차그룹을 끌고가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정의선의 '연비 발언록'
정의선부회장의 최근 연비 발언록을 살펴보면 20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4월 정 부회장은 현대차 미국 진출 25주년을 기념해 열린 딜러대회에 참석해 "오는 2025년까지 전 차종 라인업의 고속도로 평균 연비를 50마일퍼갤런(리터당 약 21.2㎞)으로 맞추겠다. 경이적인 고연비차를 지속적으로 공급하겠다" 말한다.  에너지효율 경쟁력을 확보한 신차를 만들겠다는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2013년 3월 스위스 제네바 팔렉스포 전시장에서 열린 ‘2013 제네바 모터쇼’. 정부회장은 다시 연비를 강조한다. 그는 “갈수록 자동차들의 연비가 좋아지고 기술도 빨리 발전하고 있어 정말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성능과 연비에서 인정받으면 판매량과 시장점유율이 따라올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후 정 부회장의 입에서 연비 멘트는 더이상 찾아보기 어렵다. 글로벌시장이든, 국내 시장이든 지역을 떠나 효율성의 지표인 연비는 최대 화두다. 최근 현대차가 출시한 아슬란 3.0모델의 연비도 9.5㎞/ℓ에 머물렀다. 고성능ㆍ고연비로 무장한 유럽차가 내수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는 것도 다름아닌 '연비 경쟁력'에 있다.
 
◆디자인경영과 '모던 프리미엄'전략
정 부회장은 2005년 기아차 대표이사 사장으로 취임했다. 바로 취임 첫 해 기아차를 흑자로 돌려세우며 경영능력을 보여줬다. 특히 2006년 아우디와 폴크스바겐에서 총괄 디자이너를 지낸 피터 슈라이어를 전격 영입, 디자인경영을 펼치며 기아차 브랜드 가치를 한 단계 더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 부회장은 이후 '디자인경영'으로 성공한 CEO로 자리매김했다. 
 
정 부회장은 이후 2011년 디트로이트모터쇼에서 현대차의 새로운 방향성인 ‘모던 프리미엄’을 제시하기 시작했다. 정 부회장은 “모든 게 빠르게 변화하는 지금, 고객들이 원하는 것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고객들의 기대를 뛰어넘는 감성적인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며 프리미엄의 가치를 재해석하고, 이를 ‘가장 현대적인 현대차만의 프리미엄’이란 의미의 ‘모던 프리미엄’으로 명명했다. 업계에서는 고급차 브랜드인 포르쉐나 랜드로버와 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고있다.

◆소비자의 니즈는 '연비'...정의선 '트렌드세터'
현대차는 최근 정 부회장의 지시로 소비자 대응 업무를 통합관리하는 부서를 신설했다. 국내영업본부에 커뮤니케이션실을 만들어 30여명의 직원을 배치했다. 내수시장 점유율을 되찾기 위해 소비자 소통을 강화하겠다는 포석이다. 내수시장에서 현대차를 떠나는 고객을 잡겠다는 것이다. 현대차의 이같은 대응은 현대차의 내수시장 점유율 하락 때문이다. 실제 현대기아차의 9월 내수 시장점유율은 67.3%로 지난해 12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최근 열린 파리모터쇼의 최대 화두는 '연비'였다. 30여 대 이상의 고효율 연비를 장착한 신차가 대거 등장했는데, 이 고효율 연비 차량의 방식은 ‘PHEV’(plug-in hybrid electric vehicle). ‘플러그인하이브리드’였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당면한 연비규제를 해결할 수 있는 최적의 방법을 PHEV에서 찾은 셈이다. ‘플러그인하이브리드’는 기존 하이브리드가 자체 발전방식을 이용하던 것과 달리 외부전원을 통해 배터리를 충전할 수 있는 방식이다.
 
반면 현대기아차는 마일드하이브리드를 적용한 모델,‘K5 터보 하이브리드’ 쇼카를 선보였다. 마일드 하이브리드는 풀타입 하이브리드와 달리 전기모터가 내연기관의 보조적 역할을 수행하는 것을 말한다. 때문에 연비개선 정도가 풀타입 하이브리드보다 떨어지지만 차량 내부구조에 큰 변화없이 적용할 수 있어 양산체제를 갖추기가 쉽다는 장점은 있다.
 
문제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가  하이브리차의 대세로 굳어지고 있다는 데 있다. 실제 지난 파리모터쇼에서 유럽과 일본 메이커들은 엄청난 연비로 무장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를 선보였다. 현대차는 모터쇼의 트렌드로 자리잡은 PHEV 모델을 내놓지 않았다. 업계 일각에서는 현대차가 내년 PHEV 모델 출시를 계획하고 있으나 양산하기 위한 기술력이 부족하다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최근 차량구매자들이 최우선적으로 보고 있는 항목 가운데 하나가 '연비'다. 소득이 줄고 있는 터에 고연비를 장착한 수입차들의 등장으로 소비자들의 눈높이도 갈수록 올라가고 있다. 소비자들의 구매 잣대가 연비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대차가 국내 고객의 이탈을 막기위해서는 이들의 '연비갈증'을 해소하지않고서는 어렵다는 얘기다. 
 
로이터는 지난 3일 '현대차의 확고한 후계자'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그동안 정몽구 회장의 그림자 아래에서 부단한 노력해 왔지만 여전히 현대차그룹 수장으로서 야망을 증명할 필요가 있다. 삼성그룹 후계자로 꼽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마찬가지로 현대차그룹을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에서 ‘트렌드 세터(trend setter)’로 탈바꿈해야 하는 도전에 직면해 있다. 디자인 경영이 난관에 봉착했다"고 평가했다.
 
재계와 자동차업계 일각에서는 정 부회장이 '디자인경영, 감성경영'은 후순위로 미뤄놓고 '연비경영'에 적극 나서야 할 때라는 주문을 내놓고 있다. [비즈트리뷴=이정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