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금융·핀테크사 마이데이터 예비허가...데이터 시장 "경쟁 후끈"
[이슈분석] 금융·핀테크사 마이데이터 예비허가...데이터 시장 "경쟁 후끈"
  • 김민환 기자
  • 승인 2020.12.23 22: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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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원회가 21개 업체에 마이데이터 사업(본인신용정보관리업) 첫 예비허가를 내주면서 데이터 산업의 막이 올랐다.

경쟁 구도를 보면, 향후 금융권에서는 브랜드 파워가 힘을 잃을 공산이 크다. 새로 시장에 진출하는 신생기업도 마이데이터 사업 허가만 받으면 기존 금융사들이 장기간 쌓아온 데이터를 언제든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모든 금융사가 동등한 조건에서 혁신 서비스만을 무기로 싸우게 된 셈이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마저도 "KB는 잊어라"라고 말할 정도다.

업권별 마이데이터 서비스 예시ㅣ금융위원회

금융위, 마이데이터 첫 예비허가

지난 22일 마이데이터 사업(본인신용정보관리업) 예비허가를 신청한 35개 기업 가운데 21개 업체가 금융위로부터 예비허가를 받았다.

이번 심사대상기업은 예비허가를 신청한 35개 기업 중 심사가 보류된 6개사를 제외한 29개사다. 금융위는 이 중 허가요건을 보완해야 하는 8개사를 제외한 21개 업체에 대해 예비허가를 냈다.

금융위는 ▲최소자본금 5억원 이상 ▲해킹 방지, 망 분리 수행을 위한 보안설비 유무 ▲서비스 경쟁력·혁신성, 소비자 보호체계 ▲대주주 적격성 ▲신청인의 임원 적격성 ▲전문성 요건 등을 토대로 심사를 진행했다.

이날 예비허가를 받은 21개사는 본허가 심사를 통해 내년 1월 말 본허가가 이뤄질 예정이다. 또 금융위는 마이데이터 사업 허가 절차와는 별개로 정보제공 범위, 안전한 데이터 전송 방식, 소비자 보호 방안 등을 담은 '마이데이터 가이드라인'을 내년 2월까지 마련할 예정이다.

예비허가를 받은 21개사는 ▲은행 4개사(KB국민은행, NH농협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여신전문금융회사 6개사(KB국민카드, 우리카드, 신한카드, 현대카드, BC카드, 현대캐피탈) ▲금융투자사 1개사(미래에셋대우) ▲상호금융 1개사(농협중앙회) ▲저축은행 1개사(웰컴저축은행) ▲핀테크 8개사(네이버파이낸셜, 레이니스트, 보맵, 핀다, 팀윙크, 한국금융솔루션, 한국신용데이터, NHN페이코) 등이다.

또 허가요건 보완기업으로는 민앤지, 비바리퍼블리카, 뱅큐, 아이지넷, 카카오페이, 쿠콘, 핀테크, 해빗팩토리 등 8곳이 있다. 이들은 대주주 적격성 부문 심사에서 관련 서류에 보완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보완이 필요한 8개사와 추가로 신청한 SC제일은행·SK플래닛 등은 지난달 17일에 예비허가를 신청해 현재 심사 진행 중으로 내년 1월 중순 예비허가 심사 결과가 금융위에 상정될 예정이다.

마이데이터 주요 허가요건ㅣ금융위원회

핵심은 데이터 소유권 이동

금융위는 마이데이터에 대해 "개인이 정보 관리의 주체가 되어 능동적으로 본인의 정보를 관리하고 본인의 의지에 따라 신용 및 자산 관리 등에 정보를 활용하는 일련의 과정"이라고 정의했다.

데이터의 소유권이 수집 주체에서 개인으로 이동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

은행을 예로 들면, 기존에 금융소비자는 A, B, C 세 은행의 계좌를 모두 보유하고 있더라도 A은행에서는 A은행에서 이뤄진 금융서비스만이 조회가 가능했다. 이는 데이터의 소유권이 A, B, C은행에 각각 흩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향후 마이데이터 사업 허가를 받은 기업간에는 소비자의 동의하에 데이터를 상호 공유할 수 있다. A은행에서 B, C 등 소비자의 데이터가 보관되고 있는 곳이라면 한번에 조회가 가능하다. 뿐만 아니라 보험사의 가입내역이나 카드사 결제내역도 조회가 가능하다. 서로 다른 기관의 데이터라도 주체는 개인이기 때문이다.

권민경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마이데이터 사업의 최대 수혜자는 개인”이라며 “의도와 달리 활용하는데 제약이 있던 자신의 데이터의 주권을 행사할 수 있고 의사 결정의 효율성을 추구할 수 있게 되는 점에서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자료ㅣ자본시장연구원
자료ㅣ자본시장연구원

마이데이터 치열한 경쟁...누가 주도하나

지난 6월 금융위가 진행한 마이데이터 허가 사전 수요 조사에는 네이버파이낸셜·카카오페이·토스 등 테크핀 회사와 은행·카드사·증권사·보험사 등 119개 기업이 몰렸을 정도로 관심이 뜨거웠다. 

이 가운데 어느 기업이 마이데이터 시장을 선도할 것인가.  우선 빅테크 기반 마이데이터 기업이 초기 시장을 리드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김상진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사용자 접근과 데이터 기반 마케팅 추진이 가능한 빅테크 기반 마이데이터 기업이 가입자 확보에 초점을 맞추면서 초기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다수 기업은 지속적인 수수료 수입이 가능한 자산관리에 주력할 것으로 보이며 연계 증권사 등을 통해 로보어드바이저 기반 자산관리 서비스를 강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하나금융연구소는 중장기 산업 방향으로 투자자문·일임 외 개인사업자, B2B 대상의 다양한 사업으로 확장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연구위원은 "마이데이터 기업은 투자자문·일임 등의 라이센스를 추가적으로 취득해 관리 자산 리밸런싱 등을 통해 지속적인 수수료 수입을 창출하려 할 것"이라며 "사업 초기 B2C 영역에 집중할 마이데이터 기업은 다양한 방식의 수익 창출을 위해 개인사업자 등으로 사업 영역 확대를 시도할 전망"이라고 진단했다. 

일각에서는 대형 금융사보다 회사 규모나 매출액은 작지만 실질적인 이용자 수가 많은 중형 핀테크 업체들이 수혜를 보게 될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이번 예비허가를 받은 네이버파이낸셜이나 대주주 적격성 문제로 심사가 보류된 비바리퍼블리카, 카카오페이 등이 이에 해당된다.

올해 상반기 기준 카카오톡 월간 사용자 수(MAU)는 3559만명, 네이버 앱은 3016만명, 토스는 약 1000만명으로 집계됐다. 한편 주요 시중은행 MAU는 평균 600만명 수준이다. 

권 연구위원은 "마이데이터 도입으로 대형 금융기관이 기존에 누리던 현직자 이점과 정보 우위가 점차 사라지고 고객 데이터의 분석 및 활용 역량이 중요해짐에 따라 산업 내 경쟁이 치열해지고 온라인·디지털화가 진전되며 산업 내 효율성이 제고될 것"이라며 "우수한 역량을 지닌 업체가 대형 금융기관과 보다 대등하게 경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트리뷴=김민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