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진단] 권광석 우리은행장 과감한 조직개편...의미는?
[이슈진단] 권광석 우리은행장 과감한 조직개편...의미는?
  • 김민환 기자
  • 승인 2020.12.21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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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광석 우리은행장 

권광석 우리은행장이 3개 사업그룹을 통합하는 과감한 조직개편을 단행하면서 유기적 협력을 강화하고 비용절감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권 행장은 조직 안정과 변화 중 과감하게 변화를 택했다. 기능 중심으로 조직을 통합하면서 기존 불명확했던 업무 분장도 명확하게 정립됐다.

이번 인사는 권 행장이 취임 후 실시하는 첫 임원급 인사라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권 행장은 올해 3월24일 임기를 시작했다. 당시 임원급 인사는 이미 2월에 마무리된 상황이었다.  지난 7월 진행된 하반기 인사에서도 임원급에서는 특별한 승진인사 없이 DT추진단, 디지털금융그룹 등 부서이동이 주를 이뤘다.

과감한 통합 실험 순항할까

권 행장은 내년 영업력 극대화를 위해 공동 영업체계인 VG(Value Group)제도 도입에 맞춰 그룹 간 시너지 강화를 위해 본부조직을 통합하는 과감한 조직개편을 실시했다.

기존 개인그룹과 기관그룹을 '개인·기관그룹'으로 통합하고 기업그룹, 중소기업그룹, 외환그룹 등 3개 그룹은 '기업그룹'이라는 이름하에 하나로 합쳤다. 기존 부동산금융그룹은 단으로 격하되면서 개인·기관그룹 안에 편제된다.

신설되는 영업·디지털그룹은 디지털 혁신과 영업의 연계성을 컨셉으로 신설됐다. 특히 해당 그룹은 영업과 디지털 시너지를 넘어 한 몸이 돼야 한다는 권 행장의 뜻이 반영됐다.

이번 조직 개편의 주요 목적은 시너지 강화다. 네트워크와 인력이 통합되는 만큼 집중해야 하는 부분에는 더 큰 힘이 실리게 된다. 책임 소재가 일원화되기에 효율적인 의사결정 체계도 구축될 전망이다.

이와 동시에 비용 효율화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여러 기능을 한 데 모아놓으면서 그룹 및 본부 간 겹치는 부분도 해소가 된다. 세부적인 역할과 책임이 한 데 모임에 따라 임직원 일인당 생산성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사업그룹이 줄어드는 만큼 임원 수도 줄어들고 본부 및 본부장도 축소되기에 이는 조직 슬림화와도 연결된다.

일각에서는 이번 조직개편은 추후 대대적 인력 운용 효율화 작업의 일환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또 연말에는 만 54세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대규모 명예퇴직을 실시하기도 한다.

한편 이번 그룹 통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은 상황이다. 통합그룹장의 업무 전반의 폭이 넓어짐에 따라 전문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별도로 관리되던 업무를 통합해 한 사람이 모두를 이끄는 만큼 책임이 따르는 분야들 모두를 아우를수 있어야 한다.

비용효율화와 조직 슬림화라는 그룹의 중대 목표를 전제로 무리한 통합을 시도하는 것이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직무의 난이도별로 상이할수도 있고 사람의 역량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의도했던대로 조직이 잘 운영될지는 사실상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우리금융그룹 관계자는 "지주와 은행이 함께 조직 슬림화에 방점을 찍는 과감한 조직개편을 단행했다"며 "지주는 그룹 차원의 통합관리가 필요한 디지털 경쟁력, 시너지, ESG경영, 브랜드 가치를 강화하고 은행은 영업 관련 본부조직의 혁신을 통해 영업력을 극대화하려는 취지"라고 말했다.

또 "내년에 전사적으로 추진 예정인 비용절감에 선제 대응해 조직 효율성을 높이는 한편, 그룹사간 유기적 협력을 강화하고 사회적 책임경영 실천을 통해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드는데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내년 3월 임기 만료...연임여부는

권 행장의 임기 만료도 코앞에 뒀다. 지난 3월 취임 당시 이례적으로 1년이라는 짧은 임기를 보장받았다. 통상 시중 은행장들은 2년 임기로 선임된다.

우리금융 이사회는 당시 권 행장에게 임기 중 조직 재정비와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로 무너진 고객 신뢰 회복을 과제로 제시하면서 “향후 경영 성과에 따라 추가로 2년 임기를 받을 수도 있다”고 조건을 제시했다.

취임 후 권 행장은 혼란스러운 조직을 빠르게 안정시키고 조직 문화를 바꾸는데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 급변하는 금융환경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디지털금융 조직을 강화하는 등 체질 변화에도 집중한 만큼 연임에 무게가 실린다.

1년이라는 짧은 임기로 경영성적을 평가하는 것은 시간이 짧은 만큼 최근 코로나19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경영 안정화를 위해 연임하는 것이 현실성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권 행장의 인사권을 쥔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이른바 ‘친정체제’를 강화하고 있는 것도 연임에 무게가 실리는 요인이다.

권 행장은 손 회장 취임 당시 우리PE 대표를 역임하면서 합을 맞출 기회가 없었다. 다만 우리은행의 지난 3분기 당기순이익이 전분기 대비 175% 증가한 4807억원을 기록하는 등 우리금융지주 순이익 증가에 크게 기여했다는 점은 권 행장의 괄목할 만한 성과로 평가받고 있다. 

[비즈트리뷴=김민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