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진단] '오너 경영' 초읽기 현대重...정기선, 굵직한 M&A '진두지휘'
[이슈진단] '오너 경영' 초읽기 현대重...정기선, 굵직한 M&A '진두지휘'
  • 이기정 기자
  • 승인 2020.12.18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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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그룹의 굵직한 'M&A(인수합병)'에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해 온 정기선 현대중공업지주 부사장의 '오너 경영'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18일 현대중공업 등에 따르면, 지난 10일 현대중공업그룹은 두산인프라코어 인수전에서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됐다.

이에 따라 자회사인 현대건설기계가 글로벌 시장에서 5위권까지 도약할 것으로 기대감을 모으고 있다. 또 조선 부문 자회사인 한국조선해양이 대우조선해양의 인수 절차를 원만하게 밟아가면서 그룹 전반에 걸친 '변화'를 앞두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정기선 부사장이 기존 사업 영역군과 함께 신사업 모두에서 활약하며 30년만에 그룹의 오너 경영 체제로의 전환이 코 앞으로 다가왔다고 내다보고 있다.

정기선 현대중공업지주 부사장
정기선 현대중공업지주 부사장

■ 조선·정유·기계 3박자...현대重, 도약 노린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조선과 기계 사업에서 대형 M&A의 마무리 수준을 밟고 있다. 인수가 마무리되면 현대중공업그룹의 자산규모도 약 80조원 수준까지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조선과 기계 사업 모두에서 글로벌 경쟁력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조선 사업에서는 한국조선해양과 인수 대상인 대우조선해양이 연말 막판 뒷심을 바탕으로 최근 수주 물량을 연이어 따내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의 인수가 마무리되면 시너지를 바탕으로 규모의 경제 효과까지 이룰 것으로 관측된다.

건설기계에서는 두산인프라코어의 글로벌 영향력을 바탕으로 굴착기 사업에서 국내 압도적인 업체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아울러 두산인프라코어의 중국 시장 점유율 등을 활용해 글로벌 진출도 용이해질 예정이다.

이외에도 현대로보틱스가 오는 2024년 매출 1조원을 목표로 다양한 분야에서의 로봇기술을 개발하는 한편, 글로벌 파트너사를 확보하는 등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특히, 지난 6월에는 현대로보틱스가 KT로부터 500억원의 투자 유치를 받기도 했다. 이에 따라 지주의 로봇 사업의 기여도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향후 IPO(기업공개) 등 추진에도 관심이 모이고 있다.

앞서 공기영 현대건설기계 사장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혁신적인 물류 시스템의 도입과 함께 글로벌 물류 시장이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며 “물류 자동화 및 스마트 팩토리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5G 기반 첨단 무인 지게차를 선보일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 '오너 3세' 정기선, 그는 누구?

현대가(家) 오너 3세인 정기선 부사장은 정몽준 아산사회복지재단 이사장의 장남이다. 고(故)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에게는 손자가 된다.

지난 2017년부터 경영 일선에서 활약중인 정 부사장은 현재 ▲현대중공업지주 경영지원실장 ▲선박·해양영업본부 대표 ▲현대글로벌서비스의 대표이사를 겸하고 있다.

이 가운데, 주목할만한 직책은 신사업을 이끄는 지주 경영지원실장이다. 이 직책을 통해 정 부사장은 올해 그룹에서 발족한 '미래위원회'의 위원장 역할을 하고 있기도 하다.

정 부사장은 그룹에서 수소와 바이오, 에너지 사업 등 신사업을 키워내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기존 사업군에서도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지만, 미래를 대비하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지금까지 정 부사장은 그룹 내 현대오일뱅크 아람코 투자 유치, KT의 현대로보틱스 투자 등 굵직한 성과를 통해 능력을 스스로 입증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인수 과정에서 정 부사장은 직접 관련 업무를 진행하며 성공적인 결과를 이끈 것으로 알려진다.

정 부사장은 두산인프라코어 인수를 시작으로 내년 대우조선해양까지 그 결과물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만약 인수가 무난하게 완료된다면 그룹 내에서의 위치가 더 공고해질 것으로 추정된다.

왼쪽부터 정기선 현대중공업지주 경영지원실장(부사장), 구현모 KT 대표(사장)ㅣ사진=현대중공업그룹
왼쪽부터 정기선 현대중공업지주 경영지원실장(부사장), 구현모 KT 대표(사장)ㅣ사진=현대중공업그룹

■ 오너 경영 코 앞...사장 승진은 언제?

약 30여년간 전문경영인 체제를 유지해 온 현대중공업그룹은 조만간 오너인 정기선 부사장이 직접 경영 전면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현대중공업그룹의 올해 인사에서는 정 부사장은 승진 명단에서 제외됐지만, 그룹의 인사에서 경영진들이 대부분 유임되며 '안정'을 꾀한 점을 고려하면 조만간 승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이번에 정 부사장이 승진 명단에 포함되지 않은 이유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추측된다. 코로나19 여파에서 자회사들이 회복세에 들어갔지만, 아직 완벽하게 극복한 상황은 아니기 때문이다. 또 코로나19 여파의 향후 불확실성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아직 2건의 M&A가 확실하게 완료되지 않은 점도 승진 시기를 미루는데 영향을 줬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향후 정 부사장이 두산인프라코어 인수와 관련, 독점 등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승인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정 부사장의 승진이 코 앞으로 다가오면서 업계에서는 그동안 전문경영인 체제에서의 아쉬웠던 점도 해결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이기도 한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전문경영인 체제 부작용으로 '단기성과'에 집중한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한편, 현대중공업그룹의 현재 최대주주이자 실질적 총수는 정 부사장의 아버지인 정몽준 이사장이다. 정 이사장은 지주 지분 26.6%를 보유하고 있다. 정 부사장이 향후 그룹 총수가 되려면 이에 대한 승계도 필요하다.

 

[비즈트리뷴=이기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