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대통령의 공공임대주택 방문
[기자수첩] 대통령의 공공임대주택 방문
  • 이서련 기자
  • 승인 2020.12.19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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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문재인 대통령이 경기 화성시 LH 임대주택 100만호 기념단지인 동탄 공공임대주택에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현 LH 사장)와 함께 임대주택 단지 모형을 보며 대화하고 있다.ㅣ연합뉴스
지난 11일 문재인 대통령이 경기 화성시 LH 임대주택 100만호 기념단지인 동탄 공공임대주택에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현 LH 사장)와 함께 임대주택 단지 모형을 보며 대화하고 있다.ㅣ연합뉴스

지난 11일 문재인 대통령이 ‘살고 싶은 임대주택 현장 점검'을 위해 동탄에 위치한 공공임대아파트를 찾아 직접 둘러보는 행사가 있었다. 문 대통령은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현 LH 사장)과 함께 13평형 공공임대아파트를 방문, "여러 공간 배치가 아늑하다", "어린 아이 2명을 둔 4인 가족이 거주하는 것도 가능하겠다"고 했다. 큰 논란이 뒤따랐다. 

문 대통령이 극찬했던 해당 주택은 행사 직전 인테리어 비용을 포함해 약 4290만원을 들여 보수된 것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임대주택을 '준비'하기 위해 들인 돈은 새 발의 피였다. 행사 진행에 투입된 비용이 4억1천만원 투입됐다고 한다. 주택 보수 비용을 포함하면 총 4억5천만원의 세금이 든 셈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보증금 6천만원에 월세 20만원가량인 임대주택 홍보를 위해, 경기도 아파트 평균 1채 값에 달하는 비용이 소요된 것이다.

그렇다면 행사 효과는 어땠을까. 문 대통령이 한 발언은 오히려 국민들의 반발을 불러 일으켰다.  뉴스를 접한 부동산, 맘(엄마) 카페에선 "현실을 모르는 탁상행정"이라는 불만이 터져나왔다. 신혼부부 커뮤니티에서는 "집값 폭등으로 신혼집 전세 구하기도 힘든데 답답하다", "4인 가족될 때까지 저기서 살고 만족하라는 것이냐"는 아우성이 나왔다. 문재인 대통령이 퇴임 후 거주할 사저 경호시설과 비교하며 비판하는 시민들도 있었다. 

문 대통령의 사저 경호시설 건립 예산으로는 약 40억원이 책정돼 있으며, 부지 매입비 22억원을 포함하면 총 62억원의 혈세가 드는 것으로 전해졌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문 대통령을 향해 "퇴임 후 795평 사저를 준비하는 상황에서 국민에게 할 말은 아닌 것 같다”고 질타했다. 

지난달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나온 "옛날에는 단칸셋방부터 들어갔다"는 정세균 국무총리의 발언도 오버랩된다. 정 총리는 이날 '전세대란의 원인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수급 불균형과 시중유동성 등도 문제지만, 다른 측면으로는 고급화된 주거문화가 그 원인이라고 했다.  굳이 몇 십년 전 과거와 비교하며, 정부의 책임이라기보다는 '요즘 사람들의 변해버린 눈높이'에 책임을 돌려버린 것이다.

이번 논란의 비용과다 지출은 임대주택 질 문제였다는 지적도 있다. 국민의힘 김은혜 의원에 따르면 올 8월 공사를 마친 이 공공임대주택 단지에서는 누수·벽면 곰팡이 등 부실시공 하자 민원이 한 달에 한 번꼴로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사실 때문인지 이번에 문 대통령이 방문한 13평 복층형 주택의 경우 총 3분의 1이 공실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서 대통령의 '한 마디'가 필요했던 것일까.

진정한 홍보는 대통령의 말 한 마디가 아닌, 사실에 기반을 둔 좋은 품질을 통해 이루어진다.  정부 역할은 보여주기 식의 값비싼 홍보활동이 아닌, 질 좋은 임대주택을 공급하고 근본적으로 실효성 있는 주택 정책을 발표하는 것이다. 실제 집값이 납득할만한 수준으로 내려가고, '나도 양질의 주택을 소유할 수 있다'는 희망을 실수요자들이 품는다면 굳이 4억5천만원의 홍보예산이 필요했을까 싶다.  

[비즈트리뷴=이서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