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보톡스 전쟁'의 다소 아쉬운 결말...업계 혼란 가중되나
[이슈] '보톡스 전쟁'의 다소 아쉬운 결말...업계 혼란 가중되나
  • 윤소진 기자
  • 승인 2020.12.17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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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C 판결문 일부 발췌 ㅣ ktb투자증권 제공
ITC 판결문 일부 발췌 ㅣ ktb투자증권 제공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대웅제약과 메디톡스 간의 일명 '보톡스 전쟁'에서 메디톡스의 손을 들어줬다. 최종판결에서  대웅제약 '나보타'의 21개월 수입금지를 결정한 것이다.

ITC는 16일 (현지시간) 최종판결에서 대웅제약이 관세법 337조를 위반했다고 보고 보툴리눔 톡신 제제인 '나보타'에 대해 21개월 수입금지를 명령했다.

다만, 지난 7월 6일 예비판결의 일부가 기각되어 수입금지 기간도 10년에서 21개월로 크게 단축됐다. 또 예비판정 당시 균주 도용 혐의에 대해 8년, 제조공정 도용 혐의에 대해 21개월로 각각 부여된 것으로 봤을 때 균주 도용 혐의가 완전히 기각된 것으로 보인다. 남은 일정은 수입금지 명령을 내리는 미국 대통령의 승인 절차이며, 이는 약 2개월 가량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 ITC, "메디톡스 '균주에 대한 지적재산권' 인정 못해"

ITC 소송에서 가장 중요한 쟁점은 균주에 대한 영업기밀 인정 여부였다. 최종 판결에서 균주 도용 혐의가 기각됨에 따라 메디톡스의 균주에 대한 지적재산권은 인정되지 못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번 판례는 "균주에 대한 지적재산권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첫 판례로 큰 의미를 갖는다. 지적재산권 소송을 다루는 ITC에서 생물학적 균주와 관련된 지적재산권을 다룬 소송도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메디톡스는 국내 톡신 제제 기업들의 균주 출처 확인 등 강도 높은 검증이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일각에서는 ITC 최종판결 이후 균주 출처를 둘러싸고 국내 보툴리눔 톡신 업계 전체에 한바탕 폭풍이 불 것을 우려했다. 메디톡스의 균주에 대한 지적재산권이 인정됐다면, 국내 보툴리눔 톡신 기업 모두 소송의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톡신 제조공정에 대한 지적재산권은 일부 인정된 것으로 판단된다. ITC는 지난 9월 20일 예비결정의 사안들에 대한 심사 신청을 받아들여 재심사에 착수했으며, 제조공정 기술 관련 일부 권리가 인정되어 21개월 수입금지 명령이 내려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이혜린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명확한 증거 제출보다는 톡신 제조공정이 까다롭고 메디톡스가 10년 이상 걸린 기간과 견주어 의심되는 부분이 있다고 판결을 내린 것으로 애매한 부분이 있다"면서 "사실 대웅제약의 경우 1995년 국내에 알러간 보톡스를 처음 도입해 20년 이상 팔았던 경험이 있어 톡신 제조 프로세스 완성에 대해 알려진 것보다 더 일찍 준비했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 대웅제약, 가처분 신청 및 항소..."사실상 승소한 것"

대웅제약 나보타 ㅣ 대웅제약
대웅제약 나보타 ㅣ 대웅제약

반면 대웅제약은 예비판결을 뒤집어 사실상 승소했다는 입장이다. 균주는 더 이상 다툴거리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대웅제약은 즉각 가처분 신청을 하고 항소를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웅제약에 따르면 메디톡스 제조공정은 이미 1940년대부터 논문 등에서 공개된 것을 적용한 것에 불과하고 대웅의 공정은 많은 부분에서 메디톡스와는 다르기에 일부 공정에 유사성이 있다는 것만으론는 침해의 증명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메디톡스는 제조기술에 대해 특허 등록에 실패하여 자진 취소하고 실생산에 제대로 적용하지 못해 허가 취소까지 당했으나, 나보타는 불순물을 극소화한 원액 제조공법 및 감압건조 완제제조 공법을 자체 개발해 적용하여 특허 획득 및 미국 FDA 허가까지 완료했다는 설명이다.

대웅제약은 "허가 등록한 생산기술 허가자료(식약처 보톡스 자료)를 절취, 도용해서 제품을 개발했고, 시험자료를 조작하는 등 영업비밀로서 가치 있는 제조공정 기술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것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면서 "이번 결정은 실체적 진실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수많은 현지 전문가, 학자 및 의사들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ITC 위원회가 이와 같은 결정을 내린 것은 엘러간의 독점 시장 보호를 위한 자국산업보호주의에 기반한 결과”라며 “이는 미국의 공익과 소비자와 의료진의 선택권, 그리고 미국 시장에서의 공정한 경쟁과 혁신을 저해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대웅제약은 미국 행정부와 항소법원을 통해 이러한 문제점을 제기하고, 모든 법적 절차를 진행할 방침이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그동안 균주 관련 메디톡스 주장 모두 허위임이 밝혀졌다"며 "“ITC의 제조공정 기술 침해 결정은 명백한 오류로, 모든 법적인 수단을 동원할 것이며, ITC 결과에 관계 없이 나보타의 글로벌 사업은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벼랑 끝 메디톡스, 반쪽자리 승리의 파장

메디톡스의 대표제품 '메디톡신'의 '국산 1호 보톡스'라는 명성은 과거의 영광이 됐다. 메디톡스는 지난 2006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허가받은 보툴리눔 톡신 제제 메디톡신으로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확대했으나, 2016년 대웅제약과의 균주 분쟁이 본격화되면서 1위 자리를 휴젤에게 내어줬다.

지난 6월에는 식품의약처가 "메디톡스가 생산과정에서 무허가 원액을 사용하고도 허가된 원액으로 생산한 것처럼 서류를 조작했으며, 제품의 품질 등을 확인한 역가시험 결과가 기준을 벗어났을 때도 적합한 것처럼 허위로 기재했다"면서 메디톡신 3개 품목에 허가 취소 결정을 내려, 시장 퇴출 위기까지 몰리기도 했다.

현재 메디톡스의 집행정지 신청이 법원에서 인용되어 취소 처분 자체는 효력이 정지된 상태다. 그러나 이후 정현호 메디톡스 대표가 서류조작혐의로 기소 되는 등 메디톡스를 둘러싼 법정 공방은 아직까지 현재 진행형이다. 

국내 보툴리눔 톡신 업계에서는 이번 ITC 최종 판결로 균주 출처에 대한 부분은 한시름 놨으나, 오히려 시장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균주가 영업비밀로는 인정되지 않았으나, 균주 제조공정의 지적재산권이 일부 인정됐기 때문이다. 앞서 메디톡스는 ITC 판결을 근거로 국내에서 민형사 소송을 이어가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시장 선두인 휴젤 등 국내 업체들을 대상으로 한국에서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일부 대웅제약의 혐의가 일부 인정된만큼 이를 근거로 다른 문제 제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비즈트리뷴=윤소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