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은행, 코로나19로 다변화전략 불확실성 증가...향후 대안은?
[이슈분석] 은행, 코로나19로 다변화전략 불확실성 증가...향후 대안은?
  • 김민환 기자
  • 승인 2020.12.17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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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코로나19 여파로 은행의 수익원 다변화 전략이 한계에 직면하고 있는 가운데 디지털 전환 노력을 더욱 강화해야한다는 지적이 나오고있다. 

한국은행은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기 악화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예대마진에 크게 의존하는 국내은행의 수익성은 지난 수 년간 지속된 저금리 기조로 이미 악화되고 있었으나 코로나19 이후 기준금리가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짐에 따라 수익성 악화가 더욱 심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올해 6월 말 기준 현재 18개 국내은행의 이자이익은 19조9000억원으로 총이익의 85.4%를 차지하고 있다. 이에 반해 수수료이익·신탁이익·유가증권이익·외환파생이익 등 비이자이익은 총이익의 14.6%에 불과하다.

해외 주요은행들의 이자이익 비중이 총이익의 50.1~63.7%인 것에 비해 국내은행은 이자이익에 대한 의존도가 상당히 높다. 이러한 수익구조는 금리하락기에 양(+)의 금리감응갭을 지닌 국내은행의 수익성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금리감응갭은 금리감응자산(고정자산,주식 등 비금리부자산을 제외한 금리부자산)에서 금리감응부채(자본 및 비금리부부채를 제외한 금리부부채)를 차감한 값으로 금리하락기에는 금리감응갭을 축소하거나 또는 부(-)의 금리감응갭을 지니는 것이 유리하다.

저금리 기조 지속으로 국내은행들은 이자이익에 편중된 취약한 수익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한 국내시장을 벗어나 적극적으로 해외로 진출하거나, 부동산 등 대체투자를 확대해 자산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거나, 수수료 등 신규 수익원 창출을 위해 노력하거나, 경직적인 비용구조를 개선하는 등 다양한 방안을 모색해왔다.

자료ㅣ예금보험공사

영업환경 변화에 따른 한계점

올해 초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각국의 봉쇄 및 이동금지 조치에 따라 해외 프로젝트에 대한 실사가 전면 중단됐다. 이에 따라 올해 초 은행들이 계획해왔던 해외 신규 사업 확장에 차질이 발생하고 있다. 이미 진출한 해외점포의 경우에도 현지 경제사정 악화에 따른 해외자산 건전성 악화와 영업의 위축이 우려되고 있는 실정이다.

기본적으로 해외진출은 환리스크·국가리스크 등 다양한 리스크에 노출돼있고 정보의 비대칭이 심한데다, 코로나19 발생으로 국가별 경제상황 악화 및 불확실성까지 높아짐에 따라 현지 특수성에 대한 이해에 어려움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이러한 불확실성 증대로 제동이 걸린 것은 직접적인 해외진출 뿐만이 아니다. 해외 부동산 및 해외펀드 등 대체투자 역시 코로나19 이전 상황에 비해 적극적인 실행이 어려워졌다. 

대체투자는 공정가치를 측정할 수 있는 공적기관이 없고, 복잡한 투자구조와 투자대상에 대한 비대칭적 정보로 인해 신뢰성 있는 자료 확보에 한계가 있으며, 프로젝트당 투자규모가 커서 1건의 손실만 발생하더라도 당기순이익이 크게 변동한다. 

또 장기간에 걸친 투자기간으로 인해 이번 코로나19 사태와 같이 예상치 못한 리스크가 발생할 경우, 투자기간동안 유동화(재매각 및 리파이낸싱)가 어려워 스트레스 상황 시 대규모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코로나19 이후 고조된 불확실성은 이러한 대체투자의 리스크 요인들을 더욱 부각시키고 있다.

인터넷은행 출범 등에 따른 수수료 인하 압력 지속과 사모펀드 판매제한 및 수요 감소에 따른 관련 수수료 감소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국내은행은 전통적인 예대마진을 통한 수익 창출에서 벗어나 수수료 수입 등을 통한 비이자 수익을 확대하고자 했으나, 지난 2017년 인터넷전문은행 출범 이후 해외송금 등 수수료 인하 경쟁이 지속되고 있다. 

특히 핀테크 기업이 송금·자금이체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은행의 경쟁자로 급부상하면서 수수료 인하 경쟁이 더욱 과열되고 있다.

또 현재 금융당국은 DLF 불완전판매 사태 이후 은행의 고위험 금융상품 판매를 규제하고 나선 상황이다. 게다가 연이어 발생한 라임펀드 환매중단사태의 여파로 은행에서 수익증권 및 신탁을 찾는 수요가 더욱 위축될 전망임에 따라 비이자이익 확대에 제약요인이 커지고 있다.

게다가 은행들은 현재 비용 절감도 한계에 도달한 상황이다.

최근 비대면 금융거래의 증가 등 은행권 영업환경이 변화하면서 점포 통·폐합 사례가 급격히 늘자, 금융당국은 은행에 점포의 무분별한 폐쇄를 자제할 것을 당부하고 나섰다.

물론 점포 운영 방식에 대한 최종적인 결정은 은행의 자율이지만, 모바일뱅킹 및 인터넷뱅킹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 고객이나 이를 제대로 활용하기 어려운 금융 소외계층을 위해서는 일정 수준 이상의 오프라인 점포나 대체수단이 필요하다는 인식 또한 크다. 

따라서 은행들도 비용절감을 위해 점포를 무한정 축소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또 국내은행들은 비용절감을 위해 인위적인 구조조정 대신 희망퇴직을 실시하고 신규 채용을 줄이고 있으나 경직적 임금체계로 인해 인건비 등의 판매관리비를 포함한 고정비 지출을 줄이는 데는 한계가 있다.

디지털화, 비대면 영업경쟁력 강화해야

대면거래 수요가 기조적으로 축소돼 오던 가운데 코로나19 사태는 은행의 디지털화를 더욱 촉진시키고 있다. 

은행들이 변화하는 대내외 경제 환경에 대응해 안정적이고 지속적으로 발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경쟁력 강화를 통한 수익성 제고가 필수인데, 이를 위해서는 점차 다양화되고 있는 고객의 금융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정교한 영업모델 개발이 시급하며, 디지털 전환 가속화 등을 통한 수익 창출 역량 확충이 필요한 시점이다.

디지털 경제 확산에 대응해 다양한 금융거래 디지털 플랫폼을 제공하는 한편, 빅데이터 활용 등을 통해 정밀하게 설계된 고객 맞춤형 금융상품을 출시도 시급하다.

또 인터넷전문은행 출범과 신규인가 등 은행산업의 구조개편에 따라 금융산업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오픈뱅킹 시행에 따라 고객확보 경쟁이 심화되고 있으며, 이후 데이터3법 개정안 시행 및 마이데이터산업 활성화 시 국내은행의 주거래 고객 이동이 크게 확대될 가능성이 있어 경쟁이 더욱 과열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은행과 빅테크 및 핀테크 기업간 협업 또는 경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그간 기존은행은 예금부터 대출, 자산관리까지 금융상품 대부분을 제조부터 판매까지 담당했다. 그러나 규제개혁으로 인해 빅테크 및 핀테크 기업에 대한 영업규제가 완화되는 추세임에 따라 향후에는 해당 업체가 은행의 일부 기능을 나누어 수행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물론 디지털경제의 확산으로 빅테크 및 핀테크 기업이 은행산업에 진입함으로써 경쟁이 심화되는 측면이 있으나 기존 은행은 이를 기회삼아 자체적인, 또는 협업을 통한 디지털 전환을 성공적으로 완료할 경우 수익성 제고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바클레이스, 골드만삭스, 씨티 등 해외 주요은행들은 핀테크 기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추세다. 단순 사업 제휴를 넘어 인수, 지분 투자까지 증가하고 있다.

조성아 예금보험공사 연구원은 "비대면 영업경쟁력 강화를 통해 언택드 상품개발 및 언택드 영업채널 확대로 디지털 비즈니스 커버리지를 확장한다면, 향후 관련 수수료 수입 증대 및 영업점 운영 효율화를 통해 수익성 제고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며 "국내은행들도 핀테크 기업들과의 적극적인 제휴·협력 또는 인수를 통해 효율적인 디지털 전환을 도모하는 것도 바람직하다"고 진단했다.

김현욱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디지털화와 탈세계화 움직임이 강화하고 있다"며 "국내 경제의 성장잠재력 저하를 최소화하기 위해 금융건전성 관리, 부실기업 정리·회생, 산업 구조조정을 지원하는 제도 정비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비즈트리뷴=김민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