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현대건설 뉴 CEO 윤영준 사장, 그의 과제는?
[CEO] 현대건설 뉴 CEO 윤영준 사장, 그의 과제는?
  • 이서련 기자
  • 승인 2020.12.16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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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준 현대건설 대표이사 사장 내정자ㅣ현대건설

현대차그룹이 '정의선 시대'를 맞아 15일 현대건설에 새 수장을 승진 임명하면서, 현대건설의 향후 전략에 어떤 변화가 올까. 

업계에서는 30년 넘게 현대건설에 몸 담아온 '현대맨'이면서 주택전문가인 윤영준 사장을 택함으로써, 정의선 회장의 의중이 예상된다는 분석이다.

■재무→주택사업 전문가...국내주택사업 집중

새로 내정된 윤영준 사장은 1987년 현대건설에 입사해 33년간 몸 담아온 내부 출신 인사로, 작년 말 부사장으로 승진 후 1년 만에 사장 겸 대표이사직을 맡게 됐다.

전임 박동욱 사장이 재무 분야 전문가였던 점을 감안하면, 이번 인사는 주택사업 위주로 경영 전문성을 높이겠다는 정의선 회장의 결심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윤 사장은 사업관리실장과 공사지원사업부장, 주택사업본부장 등을 역임하며 현대건설 주택사업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해온 것으로 평가된다. 그는 주택사업본부장으로서 △대형 사업 수주와 △아파트 브랜드 고급화 등을 이뤄내는 등 성과를 냈고, 이번 인사도 그 능력을 인정받은 것이 결정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아파트는 물론 전철 기반시설, 고속도로 등 현장 경험도 많은 윤 사장은 국내 현장 관리팀장을 지내며 주택과 토목 경험도 쌓았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이 현대건설의 재무 상태가 안정적이라고 평가하고, 재무 전문가보다는 이미 벌린 사업들을 전문적으로 관리해나갈 건설 전문가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현대건설은 3분기 기준 수주잔고 65조5623억원으로 3.8년치 일감을 확보해둔 상태다. 현금성 자산은 5조5436억원이며, 순 현금도 2조9797억원, 부채비율은 108.2%로 업계 최고 수준(신용등급 AA-)의 재무건전성을 보유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지난 10월 '2025 전략'을 통해 "우수한 재무구조를 기반으로 미래 신성장 동력 발굴에 역량을 투자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또 최근 코로나19에 따라 해외 사업에서 큰 수익을 잡기 어렵자, 국내주택사업에 집중하려는 건설업계의 분위기도 이유가 된다. 현장을 중심으로 잔뼈가 굵은 윤 사장을 통해, 현대건설은 국내 주택사업에 더욱 힘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한남3구역 등 역사상 도시정비사업 최고 수주

지난 11일 한남3구역 재개발조합 사무실에서 열린 공사계약 체결식에서 윤영준 현대건설 부사장(오른쪽)이 이수우 조합장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ㅣ현대건설
지난 11일 한남3구역 재개발조합 사무실에서 열린 공사계약 체결식에서 윤영준 현대건설 부사장(오른쪽)이 이수우 조합장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ㅣ현대건설

윤 사장의 성과 중 가장 주목되는 점은 그가 한남3구역 수주전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지난 6월 현대건설은 공사비가 1조7천억원이 넘어 국내 재개발 사업에서 최대 규모로 평가되는 ‘한남3재정비촉진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의 시공사로 선정됐다. 후발주자였던 현대건설에서 이 사업을 따기 위해 수주전 당시 윤 부사장은 직접 조합원이 되는 승부수를 띄웠다.

해당 사업은 이달 12일 계약체결을 시작으로 내년 상반기 조합원 분양신청, 하반기 관리 처분 총회 등 사업에 탄력이 붙을 전망으로, 윤 사장은 직접 이 사업을 이끌어갈 실질적인 리더가 됐다.

한편 이 사업을 포함해 올해 현대건설이 따낸 수주액은 역대 최대로 평가되는 4조3137억원 수준으로, 향후 최소 2~3년간 동안 현대건설의 주택사업 매출 비중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측된다. 이미 현대건설의 전체 매출에서 주택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 이상이다.

올해만 해도 현대건설은 도시정비사업 수주 업계 선두로, 16일 기준 16개 사업장, 누적 수주액 4조5881억원을 확보했다. 여기에 오는 19일 시공사가 정해지는 경기 용인 현대성우8단지 리모델링 사업도 따게 되면, 창사 이래 도시정비사업 최고 수주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사상 최대 실적은 2017년 4조6468억원이었다.

최근 부동산 114에서 현대건설의 아파트 브랜드 ‘힐스테이트’가 ‘2020년 베스트 아파트 브랜드’ 조사에서 1위에 오른 것을 보면, 현대건설의 주택 사업은 더욱 경쟁력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올해 사상 최대 실적 경신과 함께 수주잔고도 15조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향후에도 수주를 지속적으로 따내 15조원 수준의 수주 잔고를 유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대건설 사옥
현대건설 사옥

■그의 과제는...신성장동력 확보? 

윤영준 사장이 풀어내야 할 과제는 무엇일까.

첫 번째는 그에게 기대되는 주택사업 경쟁력 강화 역할에 부응하는 것이다. 현대건설은 해외 사업 비중이 높은 대신, 국내 주택사업은 타사 대비 저조했던 것으로 평가된다. 2020년 건설도급순위 업계 2위로 업계 '맏형'으로 불리는 현대건설은 올해 11월까지 분양 실적이 1만8950가구를 기록, 업계 4위인 대우건설(2만9467가구)과 8위 롯데건설(1만9292가구)보다 적은 수치를 기록했다.

두 번째는 신사업 확대를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최근 코로나19 등 급변하는 환경에 따라 건설업계가 기존 건설업을 넘어 새로운 분야로 눈을 돌리는 만큼, 현대건설 역시 다양한 신사업을 가시화하는 추세다.

현대건설은 연간 5천억원 이상의 재투자 계획을 통해 CAPEX(사업부지·SOC지분·연구개발·건설장비 등), 신재생 에너지 및 친환경 사업(수소연료·해상풍력 등), 미래인재 확보(설계·미래기술·안전인력), 스마트건설 확대(ICT융복합·스마트건설), 안전투자(IOT 안전기술 도입·안전점검 전담 조직 등) 등을 추진하겠다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

신사업 경쟁이 어느 때보다 치열한 업계에서 주요 건설사 수장으로 신사업을 선점, 진두지휘해야 할 부담이 존재하는 것이다.

김열매 유진투자증권 연구원도 "현대건설은 2021년 수주도 매출도 올해보다 성장할 여력이 있지만, 이러한 시기에 더욱 변화가 필요할 것"이라며 "더 이상 외형을 키우기 어려운 상황에서 수익성을 높이거나 신성장 동력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비즈트리뷴=이서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