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유통업계 친환경에 적극적...ESG 성적은?
[이슈분석]유통업계 친환경에 적극적...ESG 성적은?
  • 박환의 기자
  • 승인 2020.12.15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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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의 친환경 비닐 봉투 l CU

소비자들의 환경 감수성이 높아진 만큼 유통가도 친환경 정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환경 감수성이 높아진 소비자들은 기업을 향해 보다 적극적인 친환경적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며 “SNS를 통해 공론화하는 사례가 늘고 있으며 기업 역시 이러한 소비자 여론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유통시장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MZ세대는 지속가능한 제품을 위해 더 많은 비용을 치를 수 있다는 분위기다. MZ 세대의 62%는 지속가능한 제품을 더 선호한다는 여론조사도 있다.

■ 종이 박스 등 친환경 포장재 도입 

가장 두드러진 움직임은 종이박스에서 나왔다. 유통업체들이 종이 소재 배송 박스를 사용하는 등 친환경 포장재를 앞다퉈 도입한 것이다. 유통업체들 중 배송을 중심으로 한 산업구조를 가진 온라인·홈쇼핑 기업들이 선두에 나서고 있다.

현대홈쇼핑은 최근 100% 종이 소재 배송 박스를 도입해 ‘폴리백(비닐 포장재)’을 친환경 소재로 바꾸는 등 친환경 배송을 강화했다. 지난 9월에는 배송 박스 내 의류 상품을 감싸는 폴리백을 친환경 재생 원료를 활용한 ‘친환경 폴리백’으로 교체한 바 있다.

마켓컬리는 모든 배송용 포장재를 재활용이 가능한 소재로 변경하는 ‘올페이퍼 챌린지’를 시행하고 있다. 시행 1년 동안 한국 연간 플라스틱 사용량의 0.8%에 달하는 4831톤 플라스틱 절감효과를 거두며 환경에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고 있다.

먼저 GS샵은 지난해 신발용 친환경 박스 ‘원 박스(One Box)’를 도입했다. 원 박스는 비닐 테이프 사용 없이 상자를 봉인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신발 포장에 사용한 충전재도 모두 종이로 만들어 상자와 충전재를 한 번에 재활용할 수 있다.

CJ오쇼핑은 2017년 7월 업계 최초로 비닐 에어캡 대신 종이 완충재와 친환경 패키지, 종이 행거 박스를 도입했다. 재활용이 어려운 비닐테이프 대신 접착제가 필요 없는 ‘에코 테이프리스 박스’를 유통업계 최초로 포장재에 적용했다.

■ 생분해 소재 적용 활발

썩지 않는 재료의 제품 대신 생분해 소재를 적용하려는 기업들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최근 CU는 편의점 업계 최초로 전국 모든 매장에서 비닐봉지 사용을 중단하고 식물성 생분해 소재로 제작된 친환경 봉투를 사용한다. 

생분해성 수지로 특수 제작돼 퇴비화 조건에서 매립하면 스스로 분해된다. 폐기할 때 일반 쓰레기로 바로 버려도 무방하다. 분해되는 데 100년 이상이 걸리는 플라스틱 비닐과 달리 친환경 봉투는 58℃ 토양에서 180시간 이내에 생분해된다.

CJ제일제당도 내년부터 해양 생분해 친환경플라스틱 소재인 ‘PHA’(Poly hydroxyl alkanoate)를 생산한다. 현재 사용되는 생분해 플라스틱인 PLA가 특정한 공정을 거쳐야만 분해되지만, PHA는 바닷물 속에서도 100% 생분해 된다.

롯데마트는 2025년까지 비닐과 플라스틱 사용량을 절반 수준으로 감축할 계획이다. 특히 PB(자체 브랜드) 제품을 제작할 때 ‘재사용 포장재 사용’ ‘친환경 소재로 대체’ 등 7대 친환경 패키징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또 매장 내 식품 폐기물을 30% 줄이고, 옥상 태양광 발전 설비를 구축하는 등 친환경 녹색 매장을 구축 중이다.

이마트는 지난달 ‘황금향 무한담기’ 행사를 진행하면서 비닐봉지를 사용했던 예전과 달리 친환경 종이봉투로 변경했다. 또 이마트 PB ‘데이즈’는 세계자연기금(WWF) 한국 본부와 협업해 폐페트병 등 폐기물을 재활용한 리사이클 의류 15개 품목을 판매하고 있다.

■ESG 성적은 글쎄..

소비자가 변하면서 기업들도 이제는 기존의 통념만으로는 기업을 영위할 수 없게 됐다.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필요한 것이다. 

하지만 소비자와 가장 맞닿아 있는 유통업계의 ESG 성적은 좋지 못하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에서 2020년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평가한 결과, 통합 등급으로 A+ 이상을 받은 16개 기업 가운데 유통기업은 풀무원밖에 없다. 세부항목인 환경과 지배구조 평가에서 A+ 이상을 받은 유통기업은 한 곳도 없었다.

유통업계의 사회적 인식 또한 좋지 못하다. 남양유업, 아모레퍼시픽, GS리테일, 롯데하이마트 등 유통업계 갑질사건이나 불공정거래 이슈가 빈번했기 때문이다. 최근에도 CJ대한통운, 롯데글로벌로지스, 한진 등 12개 운송회사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수입 농산물 운송 용역 입찰에서 12년 동안 담합했다가 적발됐다. 

이에 공정거래위원회는 550억 원 규모의 운송 용역 입찰에서 낙찰 예정자·입찰가를 합의하고, 낙찰 받은 물량을 균등하게 배분하기로 담합한 12개사에 과징금 54억4900만 원을 부과하고, 9곳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내수가 중심인 유통업계 특성상 몇몇 기업들끼리 경쟁하는 분위기 속에 자연스레 보수적 관행과 담합이 이루어지기 쉽다. 소비자에게 비치는 이미지를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이미 일상 깊숙이 자리하고 있는 만큼 쉽게 외면받긴 어렵다는 산업 내부의 인식도 있다.

증권가의 한 전문가는 "소비자와 밀접한 만큼 유통업계의 ESG는 어떤 산업군보다 중요하다. 유통업계가 단순히 친환경 소재 사용을 넘어 지배구조 개선, 사회적 책임에도 최선을 다하는 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비즈트리뷴=박환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