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의 포석, 지배구조 어디로
이재용의 포석, 지배구조 어디로
  • 승인 2014.11.01 20: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배구조 개편 가속...큰그림 보인다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작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복잡하게 얽힌 순환출자 그림도 골격을 드러내고 있다. 삼성카드와 삼성SDI는 제일모직(옛 에버랜드) 보유지분을 공개매각하는 '구주매출' 카드를 선택했다.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지분 인수에 나섰다. 이를 두고 금융 계열사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기위한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순환출자구조 정리 '속도'
제일모직(옛 에버랜드)이 상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제일모직은 지난달 20일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한데 이어 31일 금융위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
 
희망신고가액은 4만5000원에서 5만5000원선으로 알려졌다. 상장 예정일은 오는 12월 18일. 상장방법은 계열사인 삼성SDI와 삼성카드가 보유한 지분에다 KCC 지분 일부를 포함한 총 15%의 구주매출에 1000만주의 신주 발행을 더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 제일모직 주식 17%(2125만주)를 보유하고 있는 KCC도 6.81%(750만주)를 공모절차를 통해 매각키로 했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구주매출'이다. 구주매출은 기존 주주가 이미 보유한 주식을 일반 투자자에게 공개적으로 매각하는 것을 말한다. 즉, 기존 주주의 주식을 기업공개(IPO) 공모물량에 포함시키는 것이다.
 
삼성카드와 삼성SDI는 '재무구조 개선과 투자재원 마련'을 명분으로 제일모직 보유지분 처분 계획을 밝혔다. 삼성카드의 제일모직 지분을 전량 처분할 경우, 제일모직→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카드→제일모직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고리가 끊어지게 된다. 특히 금융사인 삼성카드가 비금융사인 제일모직 지분을 처분하면서 금산분리 논란도 잠재울수 있게 됐다.
 
삼성SDI도 제일모직 보유지분 8% 가운데 4%를 구주매출 방식으로 처분하기로 한 만큼 '제일모직→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SDI→제일모직'으로 이어지는 고리는 느슨해졌다. 삼성SDI가 추가로 보유지분4%를 매각하게 되면 순환출자 고리는 자연스럽게 정리된다.
 
다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제일모직 사장은 제일모직 구주매출에 참여하지 않았다. 제일모직의 최대주주는 삼성전자 이재용(46) 부회장으로 지분 25.1%를 보유하고 있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제일모직 사장이 각각 8.37%를 보유하고 있다. 이건희 회장 지분은 3.72%다. 시장 일각에서는 삼성카드, 삼성SDI가 '헐값매각 논란'에 휘둘릴 수도 있을 것으로 보고있다.

◆이재용,생명 화재 0.1%의 인수 의미는
 
금융위원회는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생명·삼성화재 지분 취득을 승인했다. 금융위는 지난 29일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대주주 변경을 승인했다. 이 부회장은 계획대로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주식 0.1%씩을 취득할 수 있게 됐다.
 
지난 6월말 기준으로 삼성생명의 최대주주는 20.76%의 지분을 보유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다. 아들인 이 부회장은 특수관계인이다. 다른 주요 주주로는 제일모직(구 에버랜드)이 19.34%를 보유하고있고 삼성문화재단 4.68%, 삼성생명공익재단 2.18% 등이다. 삼성화재의 경우 삼성생명이 14.98%, 삼성문화재단 3.06%, 삼성복지재단 0.36% 등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이 18.41%를 갖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계열 금융사들의 대주주인 이건희 회장의 특수관계인만큼 지분을 매입하려면 금융당국의 승인을 받아야했다. 이후로는 1% 이상 변동 때마다 승인을 받으면 된다.  
 
이 부회장은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의 지분을 전혀 없었다. 이 부회장이 이번에 취득하려는 지분도 1% 미만에 그친다. 그럼에도 시장과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은 지분취득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재계일각에서는 이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삼성생명 최대주주 지위를 물려받기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삼성생명 지분을 일부 보유해 최대주주의 특수관계인에 오른 뒤 향후 이 회장이 보유한 삼성생명 지분을 상속받는 데 부담을 줄이려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삼성 금융 계열사의 주축인 두 회사의 대주주 명부에 이름을 올리지 않은 상태라 지분 매입을 통해 두 회사에 대한 주인이 누구인지를 분명히 해두겠다는 목적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삼성그룹측은 “이재용 부회장이 이번에 지분을 취득한 뒤 추가로 주식을 사들일 계획은 현재로선 없다”고 선을 긋고 있다. [비즈트리뷴=정윤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