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2010년 이후 가장 빠르게 하락하는 원·달러 환율...종착역은?
[이슈분석] 2010년 이후 가장 빠르게 하락하는 원·달러 환율...종착역은?
  • 김민환 기자
  • 승인 2020.12.11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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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은 지난 3월 1300원에 근접했는데 현재 1080원 초반으로 2010년 이후 가장 빠른 속도로 하락했다. 

지난 3일 원·달러 환율이 1100원선이 붕괴되면서 1080원선으로 2년 6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11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2.6원 오른 달러당 1090.3원에 거래를 마감하면서 지난 3일 1090원선을 내준 후로 6거래일 만에 다시 낙폭을 회복했다.

원·달러 하락기 비교 그래프ㅣKB증권
원·달러 하락기 비교 그래프ㅣKB증권

 

■ 달러 약세, 위안화 강세, 한국 수출회복 및 외국인 주식 순매수 전환

대외적으로는 달러 약세와 위안화 강세, 국내적으로는 수출 회복 및 외국인 자금 유입 등이 원화 강세의 배경이다. 

달러, 위안, 원 중 가장 먼저 움직인 것은 달러였다. 글로벌 외환시장을 움직이는 중심 축인 달러는 지난 5월 말 이후 약세 기조를 이어오고 있으며, 2018년 2분기 이후 최저치까지 하락했다. 미국의 경상 및 재정수지 적자와 완화적인 통화기조를 바탕으로 2021년에도 달러 약세가 이어질 것이다. 

미 연준의 통화스왑 체결 이외에 미 대선이라는 큰 이벤트가 지나갔다는 점 역시 불확실성 완화로 작용하고 있다. 아직 상하원 선거결과는 확정되지 않았지만 바이든 후보가 당선되며 2018년 이후 달러 강세의 주요 요인이었던 미중 갈등이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가 달러 약세, 위안화 강세로 이어지고 있다.

원화와 상관관계가 높은 위안화는 중국의 빠른 경기 회복, 해외로부터의 자금 유입을 바탕으로 강세를 지속 중이다. 중국의 11월 수출은 전년비 20% 이상 늘어났으며, 외국인의 중국 채권 매수가 지속되고 있다. 대외적으로 달러 약세, 위안화 강세가 원화 강세 압력으로 작용하는 가운데, 한국의 11월 수출은 2년 만에 일평균 수출액과 전년 대비 전체 수출액이 동시에 늘어났으며 외국인은 2013년 이후 월간 최대 주식순매수를 기록하며 원·달러 하락을 가속화시켰다.  

대외적으로 달러 약세, 위안화 강세 이외에도 한국 경제는 상대적으로 견조한 회복세가 진행 중이며, 외국인의 투자자금이 순유입으로 전환되었다는 점이 원화 강세로 이어지고 있다. 

국내 자금의 해외투자가 원화 강세 압력을 일부 상쇄하나 수출 회복과 외국인 투자자금 유입은 향후에도 원화 강세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다. 2020년에 이미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GDP 경제규모를 회복한 중국을 제외하면 2021년에 코로나19 이전수준으로 회복할 국가는 주요 국가 중 미국과 한국이 거의 유일하다. GDP 경로뿐 아니라 2021년 예상되는 주당순이익(EPS) 성장률로 보아도 한국은 상승폭이 큰 국가 중 하나이다.

금융시장 컨센서스에 따르면 2021년 한국 상장기업의 EPS는 전년대비 41.3% 증가할 것이 예상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최근 외국인의 주식 순매수로 이어지고 있다. 

외국인은 11월에 한국 주식을 6조원 순매수했다. 연초 이후로는 2조원 순매도 상황이지만, 월별로 6조원 이상 순매수한 것은 2009년 이후 세차례 밖에 없을 정도로 11월의 순매수 강도는 강했다. 지난 5월 이후 완만하게 진행되던 원·달러 환율 하락이 최근 빨라진 것 역시 수출 회복과 외국인 주식 순매수 전환이 그 배경으로 지목된다.  

경기 회복과 EPS 성장 기대는 수출 회복과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한국 수출은 9월 이후 전년 대비 플러스로 회복하는 모습을 나타냈으며, 11월에는 전년대비 수출 증가율과 일평균 수출액이 2년여 만에 동시에 증가했다. 국가별로도 품목별로도 고른 회복이 나타났다는 것이 11월 한국 수출 동향의 특징이다.

15대 주요 수출품목 중 반도체, 디스플레이, 이차전지 등 10개 품목의 수출이 전년비 플러스를 기록했으며, 이는 2019년 이후 가장 많은 품목의 수출이 동시에 늘어난 것이다. 

국가별로도 4대 수출 시장인 미국, 중국, 유럽, 아세안으로의 총수출과 일평균 수출액이 3년여 만에 동시에 플러스를 기록했다. 11월 무역수지는 59억30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하며 7개월 연속 증가했고, 11월까지의 흑자 누계액은 390억 달러로 2019년 전체 수출액인 388억9000만 달러를 이미 상회했다. 수출 회복과 무역수지 확대는 원화 강세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 수출 회복은 이상무, 업종별 영향 상이

원·달러 환율이 빠르게 하락했으나 한국 수출은 내년에도 회복세를 이어갈 것이다. 글로벌 경기가 완만하게 회복하는 가운데, 한국의 무역가중치와 물가를 감안한 실질실효환율 강세는 제한적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원화의 실질실효환율은 장기균형환율 대비 이제 막 고평가 영역에 진입하기 시작했다. 이전 경험을 보아도 원·달러 하락기와 글로벌 경기 회복이 맞물리며 원화 강세기의 수출이 약세기보다 양호했다. 

업종별 영향은 상이하나, 공장의 해외 이전, 경기 호조 등의 영향으로 원·달러 10원 하락에 따른 코스피 상장기업의 매출 및 이익 감소폭은 각각 0.2%, 0.04%, 금액으로는 매출액 4조원, 영업이익 670억원으로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업종별로는 IT하드웨어, 화학, IT가전, 반도체 등이 원·달러 하락시 영업이익 감소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건설, 운송 등은 원·달러 하락기에 경기 호조로 인해 이익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증권, 은행 등도 경기 호조와 주가 및 금리 상승 등으로 이익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 관련 수출주로 분류되는 자동차, 화장품 업종의 이익에 환율이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공장의 해외 이전 등이 해당 업종 이익의 환율 민감도를 낮춘 것으로 해석된다.

■ 2021년 원·달러 환율은?

현재 미국, 유럽 등 글로벌 코로나19 상황이 악화되고 있으나 백신 개발의 진전, 각국 부양책 지속 등으로 코로나19가 글로벌 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다. 달러지수는 2018년 4월 이후 최저치인 90.9p까지 하락했으며, 원·달러 환율은 2018년 6월 이후 최저치인 1085원까지 하락하며 당장의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재위축 우려보다 향후 경기 회복 기대를 바탕으로 한 위험선호가 더 우위임을 나타내고 있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인한 경기 회복세 둔화, 미국 선거 관련 불확실성 등으로 10월 이후 원·달러 하락 속도가 주춤해질 것을 예상했으나 원·달러 환율은 10월 초 1170원에서 지난 8일 기준 1080원대 초반까지 90원 내외의 큰 폭 하락을 기록했다. 

연말 거래량이 줄어들며 일부 거래에 가격이 좌우되는 등 변동성이 심해진 점을 감안할 필요는 있지만, 9월 이후 나타난 수출 회복세 및 외국인 주식 순매수 등이 원화 강세로 이어지고 있다. 2019년 하반기 외국인의 주식 거래는 3조6000억원 순매도였지만, 올해 11월에는 한달 동안 6조1000억원을 순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월별 순매수 금액으로는 2013년 9월 8조3000억원 이후 최대 수준이다. 

2021년 분기별 경로와 관련해 주목해야 하는 부분은 수출 증가율이다. 한국 수출 증가율과 원·달러 환율은 유사한 방향성을 보여왔다. 수출 금액 증가로 인한 달러 유입 증가, 수출 호조 시 글로벌 경제가 상대적으로 양호했고, 이를 바탕으로 위험선호도 증가가 한국으로의 자금 유입으로 이어진 것이 원·달러 환율 하락 압력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실제 원·달러 환율과 수출 증가율의 시차상관계수는 동기에 0.9에 가까운 높은 수준으로 나타난다. 

시장에선 2021년 상반기 중 원·달러 환율이 1050~1060원 선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바라보고 있다.

김효진 KB증권 연구원은 "최근 1080원대로 하락한 원·달러 환율, 2년여 만에 전체 및 일평균 수출액이 전년 대비 증가세를 기록하며 회복을 본격화한 수출 등을 감안해 2021년 원·달러 전망을 하향했다"며 "연평균 전망치를 1119원에서 1087.5원으로 31.5원 하향 조정했으며, 분기별로는 백신 개발 성과, 수출 회복 경로 등을 감안해 상반기 원·달러 환율이 하반기 대비 빠르게 하락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이어 "기술적 지지선, 미중보호무역 본격화 및 코로나 이전인 2018년 연초 레벨을 감안할 때 2021년 상반기 중 원·달러 환율은 은 1060원선까지 추가 하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권희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환율의 하단 지지선을 1060원으로 바라보고 있었다"면서 "최근 원·달러 환율 하락이 매우 가팔랐고 레벨 부담이 커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환율 하락세는 둔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달러 지수, 위안화 및 원화 등 주요 통화들이 모두 레벨 부담에 직면했다”며 “차주 미국의 추가 부양책의 향방이 긍정적으로 흘러갈 경우 달러 지수의 추가 하락 시도도 가능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김찬희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약 달러와 한국의 펀더멘털 우위, 역내 달러 순공급 확대 등에 근거해 내년 상반기까지 하락 추세는 유효하다"면서 "다만 단기로 속도 조절이 예상되는데, 가파른 하락에 당국 개입 경계가 부상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김 연구원은 "내년 원·달러 환율의 밴드 하단에 근접한 1050원 내외까지 열어둘 필요가 있다"고 내다봤다. 

[비즈트리뷴=김민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