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진단] 탈(脫)통신 나서는 통신사...3사3색
[이슈진단] 탈(脫)통신 나서는 통신사...3사3색
  • 이서련 기자
  • 승인 2020.12.12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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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을 넘어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 있는 통신사들이 인사·조직개편을 통해 신사업 구체화에 나서고 있다. 이미 시장 규모가 커질 대로 커져 성장성이 크지 않고, 규제 수준도 높아 통신업에만 주력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각 통신사들은 자신 있는 분야를 살리고, 경쟁력이 떨어지는 분야는 과감히 정리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펼치면서 미래 성장동력을 보강하기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박정호 SKT CEO, 모빌리티 분사 등 사업확장 박차

SK텔레콤은 업계에서 '변화의 아이콘'으로 불린다.

SK텔레콤은 사업부를 크게 5개로 분류했다. 무선통신, 유선(미디어) 통신, 융합보안, 커머스, 모빌리티 등이다. 이중 가장 주목되는 것은 최근 무선통신사업에 있던 모빌리티 사업을 분사한 것. 지난 10월 회사는 티맵을 중심으로 모빌리티 사업을 분할과 동시에 우버로부터 투자자금을 유치, 사업의 확장을 단행했다.

시장이 확대되고 있으면서, 동종업체의 점유율을 가져올 수 있는 분야에 힘을 싣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새로운 사업 생태계를 구축하는 이러한 역할을 최근 사업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되는 모빌리티가 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  

김장원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이와관련, "결국 경영자의 개방적인 자세가 이런 변화를 결정하는 것으로, 변화가 넓고 깊게 지속돼 기업가치에 도움이 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SKT 박정호 사장
박정호 SK텔레콤 CEO

SK텔레콤은 최근 연말 조직 개편을 단행하며 또 한번 혁신을 꾀했다.

가장 큰 특징은 박정호 사장이 그룹 부회장으로 승진한 뒤, 하이닉스 경영까지 맡게 된 것. 업계에서는 이를 통해 이미 SK텔레콤이 그룹의 중간지주사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평가다.

김홍식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현 SKT CEO인 박정호 부회장은 향후 중간지주사 CEO 역할과 더불어 하이닉스 경영까지도 관여하는 중책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며 "박 부회장이 중간 지주사의 CEO를 맡으면서 M&A와 IPO를 총괄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 외에도 SK텔레콤은 지난달 글로벌 유통업체 '아마존'과 e커머스 부문에서 협업하기로 한 결정을 발표했고, 이달 초에는 기업용 통신 사업을 하는 자회사 SK텔링크를 SK브로드밴드에 넘기면서, B2B 통신업을 과감히 정리하기도 했다.

김장원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SK텔레콤의 주가 탄력성이 좋았던 이유는 탈통신 전략 영향이 컸다"고 분석했다.

■구현모 KT CEO, 텔코(Telco)에서 디지코(Digico)로

KT도 미디어와 금융, 부동산과 보안 등 다양하게 분산했다. 가진 자산이 많은 KT의 장점을 십분 활용한 것이다. 

미디어 분야에서는 자회사 KT스카이라이프가 현대HCN의 인수 우선 협상대상자로 M&A를 추진하는 동시에 딜라이브 인수도 진행 중이다. 미디어 1위 사업자로서 규모의 경제를 유지하기 위해 몸집을 불리는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 분야는 우리금융그룹과 함께 하는 케이뱅크를 통해, 부동산 분야는 자회사 KT에스테이트를 통해 보유한 부동산 자산을 사업화하고 있다. 이 외에도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의 탈통신 기술을 적극 활용한 신사업 발굴에 나서고 있다. 

이를 통해 구 사장 취임 이후 비통신 부문은 안정적인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는 평가다. 실제 2011년 28% 수준에 불과하던 비통신 매출 비중은 구 사장 취임 이후인 올해 매 분기 40%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이에 더해 KT의 계열사 KTH는 최근 모바일쿠폰 계열사 KT엠하우스를 품고 통합 커머스 전문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KTH는 TV쇼핑과 콘텐츠 유통 관련 계열사로, 모바일 쿠폰 B2B 시장 선두기업인 KT엠하우스의 커머스 사업 역량과 대규모 유통 사업 기반을 가진 두 회사가 결합해 시너지를 내겠다는 계획이다.

구현모 사장
구현모 KT CEO

KT는 12월 11일자로 조직개편과 임원인사를 단행하면서 "'텔코(Telco)’'에서 ‘디지코(Digico)’로 변신을 본격화하겠다"고 목표를 밝혔다. 텔코는 통신기업을, 디지코는 디지털 플랫폼기업을 뜻한다.

특히 비통신 신사업을 전담하는 조직을 새로 만든 것이 눈에 띈다. KT는 인공지능·디지털혁신융합사업부문 하에 연구조직으로 KT랩스를, 인공지능·빅데이터사업본부 아래엔 인공지능컨택센터(AICC)사업담당 조직을 신설했다.

사장단 중심 ‘공동경영’도 공고화했다. 강국현 KT 커스터머부문장 부사장과 박종욱 경영기획부문장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 구현모 KT 대표이사 사장과 함께 사장단에 합류한다. 

이중 박종욱 사장은 인공지능(AI)·빅데이터·클라우드 바탕의 디지털플랫폼기업으로 변화하는 데 그룹 차원의 전략 수립과 투자를 주도해 온 경험을 발판 삼아, 회사가 ABC(AI, Big Data, Cloud) 기반의 디지털 플랫폼기업으로 변신하는 데 중추적 역할을 담당할 전망이다. 

■황현식 LGU+ CEO, "내년 신사업에서 성장동력 발굴 주력"

황현식
황현식 LG유플러스 CEO

LG유플러스는 지난달 말 새로운 수장을 맞이했다.

LG유플러스는 새로 임명된 황현식 사장과 함께 "2021년 신규 사업에서 성장 동력을 발굴하는 데 주력하겠다"면서 조직을 대폭 개편, 신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먼저 기존 1개 사업총괄, 4개 부문을 6개 부문으로 바꿨다. 개편된 6개 부문 중 눈에 띄는 것은 '신규사업추진부문'이다. 이 부문은 스마트 헬스·보안·교육·광고·콘텐츠·데이터 사업 등 산재된 사업 조직을 모아 새로 만들어졌다.

Consumer사업 조직은 모바일과 홈의 조직 구분을 없애고 ‘미디어콘텐츠사업그룹’으로 재편함으로써 미디어·콘텐츠 중심으로 사업을 통합, 시너지효과에 더욱 집중한다.  넷플릭스 외에도 여러 글로벌 OTT가 국내에 추가 진출할 것으로 예측됨에 따라, 차별화된 콘텐츠를 자사 플랫폼에 담아내기 위해서다.

서비스 기술개발을 담당하는 FC부문은 ‘기술부문’으로 다시 편성해 AI와 빅데이터 등 DX(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를 포함한 미래 기술과 기반 사업 발굴 역할에 집중할 계획이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신규사업추진부문 신설은 각 신사업 분야가 기존 사업에서 별도로 독립해 전문성을 한층 강화할 수 있도록 하며, 새 성장 기회를 발굴하고 수익이 지속 창출될 수 있는 견실한 사업 구조를 만들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신사업 영역에서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보는 황현식 신임 CEO의 의중이 강하게 반영된 결과"라고 덧붙였다.

[비즈트리뷴=이서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