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재계 연말 인사..."성과인사, 미래전략 반영"
[이슈분석] 재계 연말 인사..."성과인사, 미래전략 반영"
  • 이기정 기자
  • 승인 2020.12.07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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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주요 대기업들의 연말 인사가 마무리되는 가운데, 5대 기업의 총수들을 중심으로 이번 재계의 인사 '특징'이 구체화되고 있다.

7일 재계에 따르면 이번 인사를 통해 각 기업들은 올해 성과에 대한 명확한 보상을 진행하는 한편, 총수들은 각 그룹별로 코로나19 시대 생존 전략을 구체화하기 위한 복안을 내놨다.

특히,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과감하게 젊은 인재를 대거 등용했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각각 '안정 속 혁신'을 테마로 다소 신중한 인사를 진행했다.

이어 최태원 SK회장의 경우 '파이낸셜 스토리' 추진에 방점을 두고 그룹이 나아갈 방향 경영 철학을 공고히 하는데 집중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SK그룹 최태원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SK그룹 최태원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

■ 본격화되는 '세대교체'..."미래 불확실성 대비"

대기업 총수들은 이번 인사를 통해 코로나19와 글로벌 시장 변화 등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한 선제적인 인사를 단행했다.

우선 롯데그룹에서는 앞서 지난 8월에 비정기 인사를 진행한데 이어, 이번 연말 인사에서도 임원들을 대규모 줄이면서 젊은 인재들의 CEO 등용의 길을 단축했다.

특히, 이영호 롯데그룹 식품BU장이 용퇴했고 이영구 롯데칠성음료 대표이사가 사장으로 승진되면서 그 자리를 물려받았다. 또 그룹 내부에서도 케뮤니케이션 실장과, 준법경영실장 등이 교체되며 큰 변화를 줬다.

재계에서는 롯데그룹이 이러한 기조를 통해 젊은 CEO 육성에 나선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로써 롯데그룹은 최근 2년 동안 6개 계열사의 실질적인 수장들을 모두 교체하게 됐다.

삼성도 임원인사에서 부사장만 31명을 승진시키며 이재용 부회장의 '뉴삼성'을 대비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반도체와 SW(소프트웨어) 등에서 변동 폭이 도드라졌고, 기타 사업부에서도 다양한 직군의 인재를 끌어올렸다.

LG그룹도 상무 선임을 늘리며 미래 준비에 나섰다. 젊은 인재들을 적극 승진시켜 추진력과 유연성을 확보하는 한편, 향후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 등 LG의 미래 먹거리를 책임질 맞춤형 인사를 단행했다.

SK그룹은 본격적인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박정호 사장이 SK텔레콤과 함께 SK하이닉스 부회장으로 발령되면서 그룹을 단단하게 만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 SK그룹은 미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계열사 전반에 '파이낸셜 스토리' 추진을 앞당기며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경영 본격화에 앞서 인재 배치를 끝마쳤다.

정부 신년 행사에 참여한 그룹 총수들ㅣ사진=연합뉴스
정부 신년 행사에 참여한 그룹 총수들ㅣ사진=연합뉴스

■ '성과'와 '안정'..."두 마리 토끼 잡았다"

삼성과 LG는 이번 인사에서 올해 역대급 실적에 대한 공치사를 분명하게 했다. 양 그룹 지도자들이 '실질적인 성과'에 대해 얼마나 많은 비중을 뒀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삼성에서는 이정배 부사장과 최시형 사장이 반도체 부문에서, 이재승 사장이 생활가전사업부에서 각각 승진했다. 특히, 이재승 사장은 처음으로 생활가전사업부장 사장이 됐으며 그동안 삼성에서 '프리미엄 가전제품' 개발을 이끌어온 공로를 인정받았다.

삼성 계열사에서도 황성우 삼성SDS 대표이사와, 최주선 삼성디스플레이 사장 등이 승진 반열에 오르며 성과를 인정받았다. 황 사장은 삼성의 SW 개발 사업을 이끈 것을, 최 사장은 디스플레이 사업의 일류화 등을 이끌어 온 인재다.

LG에서는 45세 신규 임원을 24명 승진시키며 성과가 있으면 나이와 경력 등에 상관없이 승진이 가능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보여줬다. 특히, LG에서는 화학과 디스플레이 분야 등에서 성과를 창출한 인재들이 승진 명단에 잇따라 올랐다.

LG 관계자는 "경영 노하우가 필요한 분야에서는 전문성을 갖춘 인재에 대해 나이와 상관없이 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LG와 삼성은 최고 경영자들은 대부분 유임시키며 안정을 꾀하기도 했다. 우선 삼성에서는 김기남 부회장과, 김현식 사장, 고동식 사장 등 최고 경영진이 모두 남았다. 일부 변동이 있었지만, 재계에서는 코로나19와 이재용 부회장의 사법리스크 등을 고려한 결정이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어 LG에서도 신학철 LG화학 부회장, 권영수 LG그룹 부회장,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 등이 유임됐다. 반면, 신규로 황현식 LG유플러스 사장과 김종현 LG에너지솔루션 사장이 승진했지만, 계열분리와 분사 등 상황을 고려하면 사실상 최고 경영진은 모두 유임됐다.

왼쪽부터 정의선 회장, 최태원 회장
왼쪽부터 최태원 회장, 정의선 회장

■ "사법리스크, 계열분리, 성과"...각 그룹 과제는?

이번 인사를 통해 각 그룹의 총수들이 미래 경영에 나섰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도 남아있다.

우선 이재용 부회장은 국정농단과 경영승계 관련 재판 일정을 소화해야 한다. 또 이 부회장이 회장 자리에 올라야 하고,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한 문제도 풀어야 한다. 이번 인사에서도 이 부회장이 미래의 CEO를 선별하는데 중점을 둔 점을 고려하면, 사법 일정이 마무리되는 시점에서 삼성에서 또 한 번 큰 인사 변동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구광모 회장은 LG신설지주의 계열분리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본업의 성과를 끌어올려야 한다. 특히, LG화학에서 분사한 LG에너지솔루션을 중심으로한 화학 분야와 기존의 가전사업부 등의 성장이 필요하다. 더불어 아픈손가락인 MC사업부와, 내년 흑자가 기대되는 전장사업부에서도 성과를 내야 한다.

신동빈 회장은 이번 인사에서 조기에 칼을 빼든 만큼, 젊은 사장단에서 유의미한 변화가 필요하다. 또 임원수가 대폭 감소됐기 때문에 새롭게 등용된 인재들이 빠르게 자리를 잡아야하는 것도 필수 과제다. 신동빈 회장은 젊은 경영자를 통해 코로나19에 따른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대한상의 회장직을 맡을 것으로 알려진 최태원 회장은 각 계열사의 강점을 극대화하는 한편, 오랜시간 공들인 '파이낸셜 스토리'를 확실하게 그룹 전반에 심어야 한다. 최근 SK그룹은 ESG 경경을 목표로 그룹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수펙스추구협의회의 변화를 주기도 했다.

한편,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이달 중순 첫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 현대차그룹이 수시 인사를 진행하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인사에서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앞서 현대차그룹에서 송호성 기아차 사장과, 이용우 제네시스 사장 등을 선임한 것을 감안하면 정 회장의 '미래 모빌리티'를 향한 의지가 이번 인사에서도 나타날 수도 있다.

특히, 정 회장의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며 현대차그룹 계열사 전반의 지배구조와 역할이 일부 조정될 수도 있어 각 계열사 사장단의 변화도 점쳐진다.

[비즈트리뷴=이기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