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K-대주시스템'으로 기울어진 운동장 바로잡나
[이슈분석] 'K-대주시스템'으로 기울어진 운동장 바로잡나
  • 황초롱 기자
  • 승인 2020.12.05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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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 유원석 강남대학교 교수

주식 거래대금의 65% 가까이 차지하고 있는 개인투자자들이 공매도 접근성에선 항상 외국인·기관투자자보다 뒷전이었다. 이른바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지적이 잇따르자 한국증권금융은 'K-대주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나섰다.

지난 2일 서울 은행회관에서 증권금융이 주최한 '개인 대주 접근성 개선 토론회'에서 김태완 증권금융 기획부장은 '유통 금융대주 개요 및 활성화 추진 방향'을 주제로 개인투자자 공매도의 문제점을 짚었다.

공매도는 주가 하락이 예상될 때 해당 주식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주식을 빌려서 판 뒤 주가가 내려가면 싼값에 사서 되갚아 차익을 얻는 투자 기법이다. 주로 초단기 매매차익을 노릴 때 사용한다.

개인투자자의 공매도는 증권사와 증권금융의 대주 서비스를 이용해 거래가 이뤄지는데, 신용거래 융자 서비스 이용고객이 동의한 주식 및 차입주식이 재원이 된다. 그러나 신용 융자 담보활용 동의율이 저조하고, 결제위험 관리 등을 위한 대주풀이 보수적으로 운용됨에 따라 대주 가능 재원은 현저히 부족하다.

증권금융에 따르면 외국인과 기관이 공매도에 활용하는 주식 대차시장 규모는 지난해 약 67조원으로 집계된 반면, 개인이 이용하는 대주시장 규모는 230억원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대주 서비스를 제공하는 증권사도 턱 없이 부족하다. 현재 대주 가능 증권사는 NH투자증권, 키움증권, SK증권, 대신증권, 신한금융투자, 유안타증권 등 총 6곳에 불과하며, 이 중 유통대주 시장을 활용하는 증권사는 유안타증권을 제외한 5곳이다. 또한 거래증권사 변경이 필요해 번거롭다는 지적도 있다.

대차시장의 기간은 당사자간 협의가 가능한 반면 대주시장의 기간은 최대 만기 60일로 장기적인 투자가 불가능한 구조이며, 대주가능 종목의 변동성도 큰 탓에 다양한 투자전략을 수립하기에 제약이 큰 것도 사실이다.

■해외 공매도 시장 상황은

ㅣ 유원석 강남대학교 교수

일본의 개인 공매도 프로세스는 대주가능 종목을 사전에 공시하고, 증권사는 개인투자자에게 신용거래 주문을 접수한 후 자금 또는 주식을 자체적으로 조달해 주문을 체결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이 때 부족한 자금과 주식은 일본증권금융에 공급을 요청해 증권금융의 보유분으로 결제하며, 결제를 위한 담보주식이 부족할 경우 증권금융이 추가적인 차입을 통해 결제를 이행하는 일시적 무차입공매도를 시행한다.

일본은 신용거래의 활성화 담보주식의 자유로운 활용을 기반으로 대주가 가능한 재원이 한국에 비해 풍부하다. 또한 일본 증권금융 대주에 한해서 후차입선매도(일시적무차입)를 허용함에 따라 담보주식을 적극적으로 운용할 수 있다.

일본은 시장상황에 따라 대주제한 조치 등을 통해 과도한 차입에 따른 결제불이행 리스크를 최소하하며, 안정적인 재고 관리에도 힘쓰고 있다.

이처럼 일본은 자본시장의 오랜 역사를 통해 개인투자자들이 신용거래를 매매기법으로 적극 활용함으로써 한국에 비해 공매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적다. 또 신용 융자를 제공하는 모든 증권사가 신용 대주도 제공하는 만큼 증권사의 신용 거래에 대한 홍보도 활발하기 때문에 신용대주가 활성화됐다.

기타 해외의 개인대주 관련 제도들도 방식이 각기 다르다.

미국의 개인대주는 개별증권사와 고객 간 점두방식(장외거래)으로 이뤄지며, 결제 불이행 시 즉시 반대매매가 가능하다. 유럽의 경우 Euronext(매매+중개)가 이연결제서비스(SRD)를 제공하는데, 이 때 브로커가 대출기관 역할을 대신한다. 홍콩은 홍콩거래소(HKEX)에서 공매도가 가능한 종목은 선정한 후 증권사가 고객에게 대여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실시간 통합거래 시스템 ' K-대주시스템' 구축해야

이날 증권금융은 대주 활성화 전담팀을 구성하고, 증권금융과 증권사의 시스템을 연계해 실시간 대주거래가 가능한 'K-대주시스템' 도입 방안을 제시했다.

K-대주시스템이란 증권사별로 대주재원을 사전 배분하는 기존의 방식이 아닌 증권금융이 보유한 주식 전체풀 내에서 투자자들이 공매도 계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이다.

김태완 기획부장은 "K-대주시스템은 개별 동의절차, 주주의결권 안정 등을 통해 투자자의 권리를 두텁게 보장할 뿐 아니라, 일시적 무차입공매도를 허용하지 않고도 대주재원 활용 효율성을 획기적으로 제고할 것"이라며, "시스템이 정착된다면 개인의 대여가능금액이 2월 말 기준 715억원에서 1조4000억원으로 약 20배 가량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금융당국은 이번 토론회에서 제안된 의견을 검토한 후 '개인 공매도 활성화 방안'을 최종 발표할 예정이다.

ㅣ 한국증권금융

[비즈트리뷴=황초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