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박정호 SKT 사장, SK하이닉스 부회장 겸직...왜?
[CEO] 박정호 SKT 사장, SK하이닉스 부회장 겸직...왜?
  • 박환의 기자
  • 승인 2020.12.03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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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호 SK텔레콤 사장·SK하이닉스 부회장

3일 SK그룹 인사가 발표되면서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SK하이닉스 부회장직을 겸하면서 주목을 받고 있다. 이석희 SK하이닉스 대표는 박 신임 부회장과 함께 공동 대표로서 계속 사업을 맡게 됐다. 

박 사장은 1989년 선경 입사 후 SK텔레콤 Global Biz지원실장, SK텔레콤 사업개발부문장, SK C&C 대표이사 사장, SK텔레콤 대표이사 사장 겸 SK하이닉스 이사회 의장 등 주요 보직을 두루 거쳤다.

박정호 사장은 최태원 회장의 최측근이자 SK그룹 내 최고의 인수합병 전문가로 꼽힌다. 그는 지난 2011년 SK텔레콤 사업개발실장을 맡을 당시, 그룹 내 반대를 무릅쓰고 하이닉스 인수를 주도했다, 현재 하이닉스는 SK그룹의 최대 캐시카우가 됐다.

또한 SK하이닉스가 최근 인텔의 낸드플래시 부문을 인수할 때에도 의사결정의 주도적 역할을 했다. 박 부회장이 이번에 SK하이닉스 부회장을 맡는 이유도 반도체 분야 추가 M&A를 염두에 둔 인사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또한 박 사장은 그룹 정보통신기술(ICT)위원장으로 활동하는 등 반도체와 ICT 업계에서 폭넓은 경험을 쌓았다. ICT 전문가인 박정호 부회장과 인텔 출신의 반도체 전문가인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의 시너지가 주목된다.

 

■SKT 탈통신 주도

박정호 사장은 재임기간 동안 SK텔레콤을 빅테크 기업으로 변모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박 사장은 탈통신 전략에도 인수합병을 주요 전략으로 삼았다. 보안 분야에서는 물리보안 분야 2위 기업인 ADT캡스를 인수했다. 이달에는 정보보안 자회사 SK인포섹과 ADT캡스의 합병을 공표했다. 정보보안과 물리보안을 합친 융합 보안에 ICT를 더한 새로운 서비스를 선보이겠다는 계획이다. 

미디어 분야에서는 SK브로드밴드가 케이블TV 2위였던 티브로드와의 합병을 마무리했다. SK브로드밴드는 기존 IPTV에 티브로드의 케이블TV 가입자들까지 흡수하여 자체 콘텐츠 점유율을 늘릴 기반을 마련했다. 

커머스 분야에서는 자회사인 11번가와 아마존과의 협력을 이끌어 냈다. 또한 아마존웹서비스와는 5G를 바탕으로 한 클라우드서비스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보다 빠른 사업 추진을 위해 모빌리티 사업 부문의 분사도 결정했다. SK텔레콤은 내비게이션(T맵)·택시(T맵택시)·주차(T맵주차) 등의 모빌리티 사업을 펼치며 모빌리티 시장에서의 경쟁력 강화를 이어가고 있다.

SK 사정에 정통한 재계 고위 관계자는 “SK텔레콤을 테크 기업으로 탈바꿈 해온 박 신임 부회장이 SK하이닉스 대표이사를 겸직하며 SK식 ‘테크기업 문화’를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2017년 3월부터 SK하이닉스 이사회 의장직을 맡아온 박 신임 부회장은 SK하이닉스 조직문화 개편 등 굵직한 현안을 챙길 것으로 파악된다.

 

■지배구조 개편

박정호 사장이 SK하이닉스 부회장의 겸직 발령은, SK그룹의 지배구조 개편과 중간지주사를 염두에 둔 인사로 풀이된다.

중간지주사 전환은 SK텔레콤을 투자회사와 사업회사로 물적분할한 뒤 중간지주사로 남는 투자회사 아래 SK텔레콤 사업회사와, SK하이닉스, SK브로드밴드 등을 자회사로 두는 형태다. 

현재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지주사의 손자회사가 자회사를 거느리려면 자회사의 지분 100%를 보유해야 한다. 따라서 SK그룹의 최대 캐시카우인 SK하이닉스는 지주회사 SK의 손자회사이기 때문에, 인수합병을 추진하려면 인수할 기업의 지분을 모두 사들여야 한다는 부담을 안고 있다. 

그룹 최대의 캐시카우가 인수합병을 자유롭게 하지 못한다는 것은 큰 걸림돌이다. 지배구조 개편이 성공하여 SK텔레콤이 물적분할 뒤 중간지주회사로 전환되면, SK하이닉스가 공격적 인수합병을 통해 사업 확대를 수월하게 추진할 수 있게 된다. 

지배구조 개편을 위해서는 SK텔레콤과 SK하이닉스를 총괄하는 경영체제가 필수적이다. 박 부회장의 겸직이 지배구조 개편을 앞당길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비즈트리뷴=박환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