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금융의 관피아·정피아 '전성시대'
[기자수첩] 금융의 관피아·정피아 '전성시대'
  • 김민환 기자
  • 승인 2020.12.02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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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해보험협회, 생명보험협회, 은행연합회장 등 부와 명예를 겸비한 자리로 불리는 금융협회장을 관피아(관료+마피아)와 정피아(정치인+마피아)가 휩쓸고 있다.

11월에 결정된 손해보험협회장, 은행연합회장, 생명보험협회장은 모조리 관료와 정치인 출신이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민간 금융업계를 대변하는 자리에 민간출신이 소외되자 '보이지 않는 손'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됐다. 그러나 이내 끄덕이게 된다. 늘 그래왔다는 듯이 말이다. 

생보협회장 자리의 경우 민간 출신 시대가 6년만에 막을 내렸다. 생보협회 회장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11월 26일 3선 의원 출신으로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 캠프에서 활동했던 정희수 전 보험연수원장을 단독 후보로 추천했다. 생보협회의 경우 정피아가 내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생보협회장 뿐만 아니라 금융위원회에서 공직생활을 마치고 한국증권금융 사장을 지냈던 정지원 전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손해보험협회장이 됐다. 정 전 이사장은 행정고시 27회로 1986년 재무부(현 기획재정부)에서 공직을 시작한 이후 재정경제원과 금융감독위원회 은행감독과장, 금융위원회 금융서비스국장을 등을 맡았으며 2014년 금융위원회 상임 위원을 지냈다. 금융위 상임위원 취임 전 2013년 새누리당 수석전문위원으로 발탁된 바 있다.

금융권 최대 유관단체인 전국은행연합회장은 관료출신인 김광수 전 농협금융지주 회장이 차지했다. 김 전 회장은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과장, 대통령비서실 경제정책수석실 경제정책선임행정관, 금융위원회 금융서비스국장 등을 지낸 금융관료다. 그나마 김 전 회장은 금융지주 회장으로 3년간 현장 경험으로 인해 반관반민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일각에서는 금융협회장 인사를 앞두고 관피아·정피아 논란이 일었다. 증권금융 사장, 한국거래소 이사장을 지낸 정지원 전 이사장이 손보협회장으로 내정되자 관피아 논란이 더욱 커졌다.

이후 관피아에 대한 따가운 시선을 의식한 듯 은행연합회는 차기 회장 선출 당시 1차 후보군에 민간 출신 후보들이 대거 이름을 올렸다. 1차 회추위에서 최종구 전 금융위원장이 앞도적 지지를 받았지만 시선을 의식한 듯 사의를 표명했다. 은행연합회는 '반민반관'인 김광수 회장을 차기 후보로 내세워 그나마 논란을 최소화했다.

금융권에선 주요 협회장을 관피아와 정피아가 차지하는 것에 대해 거세진 규제와 정치외풍 앞에 업계를 보호해줄 인물이 필요한 현실과 일맥상통한 것으로 해석한다. 또 민간출신 협회장은 정치권과 금융당국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했다는 기존 경험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답보상태에 있는 금융산업 발전을 위해 현장을 경험하고 전문성 있는 민간출신을 수장으로 내세워야 한다는 여론도 만만치 않다. 금융권 내부에서도 민간은 철저히 배제한 채 관피아와 정피아가 독주하는 상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민간이익을 대변해야 할 금융단체 수장 자리를 둘러싸고 '낙하산' 논란이 불붙고 있다. 과거엔 관피아가 주로 자리했던 영역에 정피아까지 가세하면서 이전투구 양상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주요 공공기관 및 민간단체의 수장은 정권 입맛에 맞는 인사들의 '노후보장'을 위해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실무경력이나 전문성과 관계없이 '낙하산', '관피아', '정피아'라는 속어 속에 낯뜨거운 자리 쟁탈에 대한 여론의 준엄한 평가가 담겨있는데도 불구하고 당사자들은 부끄러워하기는 커녕 호시탐탐 한자리 꿰차는 데만 눈에 불을 켜고 찾아다니는 듯싶다. 후안무치다. 

[비즈트리뷴=김민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