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진단] '비범죄화 논란' 낙태죄...인권위 vs 정부 쟁점은?
[이슈진단] '비범죄화 논란' 낙태죄...인권위 vs 정부 쟁점은?
  • 이서련 기자
  • 승인 2020.11.30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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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 후 최대 24주까지 임신중절을 허용하는 정부의 입법안에 대해 입장이 갈리고 있다. 여전히 낙태를 '죄'로 보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보건복지부는 임신 후 14주 이내는 조건 없이 처벌하지 않도록 하고, 15∼24주까지는 성범죄나 사회적·경제적 이유 등 여타 사항을 고려해 낙태를 허용하기로 하는 모자보건법 개정안이 17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고 밝혔다. 작년 4월 헌법재판소가 낙태를 처벌하는 현 형법이 임신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과도하게 침해한다며 올해 내 관련 법 조항을 바꾸라고 요구한 데 따른 조처다. 

그러나 국무회의를 통과한 이 개정안이 원안 그대로 국회를 통과할지는 미지수다. '낙태한 여성을 처벌하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는 점에서 반대 의견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여성계를 비롯해 시민단체 등은 "임신 기간에 관계없이 낙태를 허용해야 한다"며 낙태죄를 전면 폐지하라는 입장이다. 최근 국가인권위원회 역시 이번 개정안에 대해 '비범죄화' 방향으로 재검토돼야 한다는 결론을 내리면서 정부와 대립하고 있다.

■24주까지 낙태 허용·약물 낙태 합법화...정부 "연내 개정 목표"

이번 개정안 의결 내용에 의하면, 여성은 임신 후 14주까지 자기 결정에 따라 의사를 통해 낙태하면 어떤 사유나 상담이 없더라도 처벌되지 않는다. 15주부터 24주 이내의 임부는 성범죄나 근친 간 임신이나, 건강·사회·경제적 이유 등을 참작해 낙태가 허용된다. 사회경제적 사유에 해당할 경우 임신 여성이 모자보건법에서 정한 상담과, 24시간의 숙려 기간만 가지면 된다. 

아울러 임신중절수술 외에 자연유산 유도 약물을 통해 인공임신중절하는 방법도 합법화된다. 그간 낙태 시술 방법의 경우 의사가 하는 '수술'로만 규정돼 왔다. 실제 자연 유산을 유도해 먹는 낙태약으로 불리는 '미프진'의 경우 현재 국내 처방과 유통이 금지된 상태다. 이른바 '약물 낙태'가 합법화되면서, 여성이 낙태 시술을 할 때 가질 수 있는 선택의 폭이 넓어지게 된 것이다.

임신, 출산과 관련한 상담 체계도 마련하기로 했다. 보건소에 종합상담 기관을 설치해 임신 유지와 관련한 사회·심리적 상담을 제공하는 동시에, 원하지 않았던 임신 등 위기 상황에는 긴급 전화와 온라인 상담을 지원한다. 이 외에 의사의 개인적 신념을 존중, 인공임신중절 진료를 거부(응급환자는 예외) 가능하도록 하는 내용도 담겼다. 

지난 10월 8일 한국여성의전화 등 23개 단체 모임인 '모두를 위한 낙태죄 폐지 공동행동'이 오전 청와대 사랑채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형법에서 낙태죄를 완전히 삭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ㅣKBS NEWS 방송 캡처.

우리나라의 경우 인공임신중절 수술과 관련한 합법적 허용 범위 등은 형법에서 정하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모자보건법에서는 이러한 내용을 삭제하고, 형법 낙태죄의 적용 배제 조항도 함께 없앨 방침이다. 현행 형법은 낙태를 한 여성이나 낙태 수술 등을 한 의사를 처벌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번 개정안에서 낙태의 허용 요건 조항을 새로 만들도록 한 것이다. 개정안은 향후 국회 통과 절차를 거쳐 확정된다.

■인권위 "낙태 비범죄화해야"

인권위는 정부의 형법·모자보건법 개정안이 낙태를 '비범죄화'하는 방향으로 다시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인권위에 따르면, 30일 전원위원회에서는 이번 국무회의 의결안에 대해 낙태한 여성을 '형법'으로 처벌한다는 것 자체가 잘못됐다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이는 국제인권조약에 따른 판단이라는 설명이다. 단 여성의 자기결정권과 태아의 생명권 등을 자유롭게 실현할 수 있는 임신중절의 방식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인권위는 "이번 개정안은 헌재 결정에 위배되는 것은 아니"라며 "개정안이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 취지를 제대로 담아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인권위는 법안 통과절차를 앞둔 국회에 이러한 의견을 전달할 계획이다.

[비즈트리뷴=이서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