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지못미' 공공배달앱
[기자수첩] '지못미' 공공배달앱
  • 박진형
  • 승인 2020.11.25 15:5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방자치단체의 배달앱 출시 소식이 들렸을 때 '과연 될까?'라는 의문이 떠나지않았다. 플랫폼 비즈니스는 공급자와 수요자를 일정 규모 끌어들이는 게 성공의 관건이다. 안타깝지만, 공공배달앱을 두손 들고 반기는 건 음식점 사장님들이다. 배달앱 수수료가 낮기 때문이다. 소비자들 반응은 글쎄, 시큰둥하다. "결제완료하면 주문진행으로 넘어가지 않아요" "아쉬운 점이 많은데 할인 많이 하니까 참고 썼다" 등등 불만이 속출한다.

태생적으로 정부 조직에선 기업가 정신이 발휘되기 어렵다. 사업자금은 세금이고, 책임은 공공의 몫이다. 배달의민족 김봉진 대표는 창업 초기 새벽마다 아파트를 돌며 전단지를 주우며 고생이란 고생은 다 했다고 한다. 결국 "114보다 배달음식정보가 많다"라는 소리까지 들으며 시장에 안착했다. 안간힘을 써서 지금의 업계 1위까지 올라섰다.

고객 입장에서도 그동안 잘 사용한 배민과 요기요를 한쪽으로 치워버리고 굳이 공공앱을 사용할 이유가 없을듯 싶다. 특히 요기요는 슈퍼클럽 회원으로 가입하면 배달 시킬 때마다 3000원 할인받는다. 1만원 내고 한 달에 10번 할인 받는다. 반짝이벤트가 아니라 정기적으로 누릴 수 있어 고객을 묶어둘 수 있다.

예상대로 공공배달앱의 성적표는 참담했다. 모바일인덱스 지표를 보면, 제로배달 유니온 소속 7개 배달앱의 성적표(10월 MAU)는 배달의민족의 0.9%에 그쳤다.  '놀러와요시장', '로마켓'도 부진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공공배달앱 대표주자로 알려져있는 '배달의명수'의 MAU도 6개월 사이에 3분의 1로 주저앉았다.  

공공배달앱의 명분은 과도한 수수료에 대한 대안이다. 배민과 요기요를 비롯해 쿠팡이츠, 위메프오 등 후발주자들까지 뛰어들고 있다. 경쟁이 치열해지면 '수수료'에 대한 고민도 낮아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목숨 걸고 죽어라 뛰어든 기업들과 시장에서 정면승부는 무모해 보인다. 아름다운 명분이라도, 시장 논리를 거스르긴 어려울 것이다. 배민은 AI 탑재 배달로봇으로 새로운 배달경험을 선사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비즈트리뷴=박진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