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항공빅딜과 예견됐던 '혼란'...산은, 반면교사 삼아야
[기자수첩] 항공빅딜과 예견됐던 '혼란'...산은, 반면교사 삼아야
  • 이기정 기자
  • 승인 2020.11.23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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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와 관련한 '혼란'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산업은행의 대한항공 지원 방식에 대해 이른바 3자 연합이 강하게 반발하며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을 했고,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조종사 노조도 입을 모아 이번 인수에 대한 전면 재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양사의 통합이 오히려 대한항공을 빚더미로 이끌며, 코로나가 장기화된다면 더 이상 버틸 힘마저 빼앗을 수 있다는 우려 등 이번 통합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 풀어야할 과제도 산적한 상황이다. 통합에 따른 인력 재배치와 효율적인 양사의 노선 정리, 제주항공과 에어서울, 에어부산 등 LCC(저가항공사)의 통합도 고려해야 한다. 

대한항공과 산은은 이러한 우려를 달래는데 연일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인수를 통해 대한항공이 세계 10위권으로 도약해 장기적인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것이 골자다.

산은은 위기에 빠진 항공업계를 살리기 위해서는 양사의 통합이 가장 효과적이면서도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주장한다. 실제 시장에서는 빅 항공사 탄생하게 되면 향후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사들에게 밀리지 않는 노선과 인력을 갖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산은은 한진칼을 통한 지원 방식에 대해서는 성공적인 구조개편 작업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진칼이 지주회사로 전체적인 통합 및 기능 재편을 위한 '컨트롤 타워'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산은은 향후 경영권과 관련해서도 지속적인 견제와 감시를 이어가는 한편, 분쟁 시에도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에게만 우호적인 의결권은 행사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특히, 향후 성과가 부진할 경우, 조원태 회장을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게 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사진=대한항공
사진=대한항공

이처럼 이번 인수를 두고 찬성측과 반대측의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지만, 산은의 이번 인수 발표까지의 과정에 대해서는 한 번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산은의 지원 목적이 '기간산업'을 살리기 위함인데, 이 과정에서 과연 얼마나 많은 의견들이 반영됐는가에 대한 의문이다.

우선 인수 발표 초기, 조종사 노조와 3자연합에서는 주주와 통합 당사자들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았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3자 연합에서는 "(이번 인수 결정이) 졸속으로 결정됐다"고 지적했고, 조종사 노조 측에서는 "노동자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았다"고 규탄했다.

이어 증권가를 포함한 항공업계 전문가들은 통합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지만, 인수에 따른 문제들을 향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마찬가지로 내부에서도 구조조정과 인력 재배치 등에 대한 직원들의 걱정이 쏟아져 나왔다.

즉각적으로 대한항공과 산은에서는 이러한 의문들에 대한 해답을 내놨지만, 다소 실망스러운 부분도 많았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에서는 경영진이 직접 나서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라고 직원들을 달랬다. 산은에서는 기자간담회를 열고, 인수에 대한 의문들에 답했다.

그러나 이들이 제시한 답변이 원론적이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3자연합에서 제기한 가처분 신청이 승인되면 차선책을 강구하겠다는 답변에서는 경영권 분쟁이 한창인 상황에서, 이 정도의 반발도 미리 계산하지 못했을까라는 의문이 생길 수 밖에 없었다.

또 3자연합을 향후 만나볼 의향이 있다고 답한 점과, 기간산업안정기금의 투입 시기 등을 포함한 세부적인 계획을 향후에 수립할 것이라고 말한 것도 오랜 고민과, 충분한 의견 반영, 구체적인 전략을 토대로 이번 인수를 추진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게 했다.

결국, 산은은 이번 인수 결정이 전형적인 '깜깜이식' 방식으로 진행됐다는 지적은 피할 수 없어 보인다. 여기에 지금까지 '먼저 결정하고, 문제가 제기되면 후에 수습한다'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실망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산은이 대규모 세금을 바탕으로 지원을 진행하는 기관인 점을 고려하면 더욱 아쉬울 수 밖에 없다.

오는 25일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는 '분수령'을 맞는다. 법원이 3자연합의 가처분 신청에 대해 어떠한 판단을 내릴지는 미지수이지만, 산은이 이번 경험을 바탕으로 향후에는 보다 '열린 소통'과 '준비된 계획'으로 국책은행의 역할을 수행하기 바란다.

[비즈트리뷴=이기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