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자 히스토리②] 국민스낵 '맛동산'의 변신.. 젊은층 노크
[과자 히스토리②] 국민스낵 '맛동산'의 변신.. 젊은층 노크
  • 박진형
  • 승인 2020.11.05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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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수출 드라이브를 걸고 외형 성장을 시작한 1970년대에는 지금도 익숙한 히트 제과제품들이 출시됐다. 맛동산을 비롯해 새우깡, 에이스 등이다.

맛동산은 대학생의 엠티 동반자이자, 각종 다과모임에 빠지지 않는 간식이었다. "맛동산 먹고 즐거운 파티, 맛동산 먹고 맛있는 파티, 땅콩으로 버무린 튀김 감자, 해태 맛동산 해태 맛동산" 하고 코미디언 고(古) 배삼룡 씨가 애드리브를 하던 멜로디. 이 시절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따라불러 봤을 것이다.

■ 해태 1호 스낵, 6달만에 '생산중단' 과감한 결단

맛동산은 1975년 출시돼 지금까지 한 번도 생산이 중단된 적이 없는 장수 브랜드다. 한과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반죽을 튀기고 당액을 코팅하는 전통 방식을 빌려와 '맛보다'란 이름으로 먼저 출시됐다.

'맛보다'는 1974년 2월 출시됐지만 제품 업그레이드와 생산설비를 갖춰 본격적으로 도전하기 위한 결단으로 6개월 만에 생산이 중단됐다.

해태제과는 당시로서는 파격적으로 소비자들 상대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푸짐한 가족 스낵'인 점을 어필하면 좋을 것 같다는 힌트를 얻었다. 다른 경쟁사의 스낵 제품 대부분이 100g이었다면 해태제과는 200g으로 2배 늘리는 결단을 내렸다. 이름도 리듬감 있어 부르기 좋고 쉽게 기억할 수 있는 '맛동산'으로도 개명했다.

해태제과는 1982년 청주공장을 짓고 체계적인 발효과정을 거친 후 생산하기 시작했다. 부드러운 식감을 위해 유산균발효, 국악발효 공법을 적용했다. 

포장지에도 대변혁이 찾아온다. 2006년 들어, 직사각형의 단조롭고 일률적인 패키지를 파격적인 복주머니형 디자인으로 바꿨다.

■ 출시 첫해 500만봉지 판매.. 국민스낵 우뚝

맛동산은 출시되자마자, 대박을 예감했다. 입소문이 난 것이다. 서울 도매상은 물론 지방에서도 올라와 공장 앞에서 줄을 서서 제품을 받아가려는 진풍경이 연출되기 일쑤였다.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출시 2달 만에 주문량이 생산량(일 100박스)을 넘어가면서 품귀현상이 빚어졌다. 경기 안양공장에서 맛동산 생산라인을 24시간 풀가동해도 역부족이었다. 

맛동산이 큰 인기를 끌자 경쟁사의 미투제품의 출시가 잇따랐다. 땅콩범벅, 도드리, 맛대장, 엇더리, 꿀맛이네, 붐비나... 76~78년 사이에 20여종의 비슷한 제품이 나오기에 이르렀다.

■ IMF 불황에 가성비 '맛동산' 스낵시장 1위

맛동산은 다른 과자들보다 일단 양이 두둑했다. 이런 '너그러움'이 국제통화기금(IMF) 경제위기 속에서 빛을 발했다. "푸짐해서 든든하고 맛도 좋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IMF시대를 살아가는 소비자들을 사로잡은 것이다.

새우깡에 밀려 만년 2위에 머룰러있던 맛동산에게 새로운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1996년 12월, 맛동산 매출은 폭발적인 상승세를 보인다. 이듬해 중순부턴 매달 매출 신기록을 경신하며 연간 250억원어치 이상이 팔렸다. 해태제과는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자 1997년 12월 생산라인을 증설하기도 했다.

맛동산은 현재 스낵 10위 안에 들어가는 메가브랜드다. 지금까지 29억 봉지 이상 팔렸다. 적어도 국민 1인당 60봉지씩은 먹은 셈이다. 판매된 제품을 모드 이으면 둘레가 4만km인 지구를 18바퀴 넘게 돌 수 있다.

해태제과는 최근  '맛동산 블랙'을 내놨다. 젊은 세대를 겨냥했다.  해태제과 관계자는 "누구나 좋아하는 바삭하고 고소한 맛이 더 고급스러워졌지만, 가격은 동일해 오리지널과 함께 색다른 맛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비즈트리뷴=박진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