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최초 내부 출신' 김학규 한국감정원장의 2년반...키워드는 '변화'
[CEO] '최초 내부 출신' 김학규 한국감정원장의 2년반...키워드는 '변화'
  • 이서련 기자
  • 승인 2020.11.06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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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규 한국감정원장

“나의 성적이 평균 이하라면, 이후 원장으로 제2의 김학규가 나올 가능성이 없어질 것이다. 이에 더욱 어깨가 무겁다”

한국감정원 출범 이후 내부 출신 첫 원장이 된 지 약 일주일 후, 한 인터뷰에서 나온 김학규 원장의 말이다.

김 원장은 2018년 2월 한국감정원에 올라 1969년 한국감정원이 출범한 이후 첫 내부 출신 원장에 이름을 올렸다. 감정원이 생긴 지 49년 만에 처음 있는 일로, 그는 그만큼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그로부터 약 2년 반. 김학규 원장의 어깨는 얼마나 가벼워졌을까. 

■한국감정원법 개정, 이름 변경·권한 확대 동시

업계에서는 그가 내부 출신 인사임에도 감정원에 가장 많은 변화와 혁신을 이뤄냈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비즈트리뷴과의 통화에서 "(김 원장은) 반 세기만에 내부 인사 출신으로 처음부터 기대를 모았다"며 "조직에 대해 정통해 내부 질서를 유지하면서도, 다른 한편 과감한 혁신을 시도하는 모습도 보였다"고 귀띔했다.

먼저 가장 큰 공과로 꼽히는 것은 '한국감정원법' 시행에 기여한 점이다. 2014년에서 2016년까지 한국감정원에서 혁신경영본부장을 맡았던 김 원장은 2016년 9월 이 법안이 국회 의결에서 통과되기까지 큰 보탬이 됐다고 인정받고 있다.

이를 시작으로, 감정원도 큰 변화의 물결을 타게 됐다. 법 개정으로 한국감정원이 단순 '감정평가 기관'의 기능에서 부동산 시장 조사·관리·통계 등 '부동산 전반의 업무'로 역할 범위를 확대하게 된 것이다.

김학규 한국감정원 원장이 2019년 10월 14일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ㅣ연합뉴스
김학규 한국감정원 원장이 2019년 10월 14일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ㅣ연합뉴스

우선적으로 눈에 띄는 변화는 '한국부동산원'으로의 이름 변경이 꼽힌다. 감정원은 사실상 2016년부터 부동산 등 재산의 경제적 가치를 판단해 가격으로 표시하는 감정평가 업무를 민간에 넘기고 중단했는데, 이름을 통해 이 업무에 국한된 업무를 수행하는 것으로 오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개명(改名)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제기돼 왔다.  

이후 부동산 전반의 업무를 담당하도록 이름이 바뀌면서, 업무 범위와 권한도 함께 확대됐다. 부동산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자문하는 역할, 정부 정책 지원 업무와 함께 올해 2월부터는 기존 금융결제원이 담당했던 청약업무를 이관 받게 된 것이다. 한국감정원은 새로운 청약시스템 '청약홈'을 통해 청약업무를 수행 중이다.

청약홈은 금융결제원의 '아파트투유'와 달리 청약홈 이용자의 청약 자격을 미리 제공해 편의를 도모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자신이 어떤 청약요건을 갖추고 있는지 몰라 자격 미달로 후에 당첨이 취소되는 등 혼란이 있어 왔는데, 감정원의 청약홈에서는 청약 자격을 사전에 확인할 수 있어 이같은 상황을 예방하도록 한 것이다.

한국감정원 관계자는 "청약 자격을 미리 알 수 있는 시스템임은 물론, PC에서만 가능하던 부분이 모바일에서도 가능해진 점과 GRS 위치정보가 반영 돼 더욱 정확한 분양가격과 부동산 정보를 연결해준다는 점이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한국감정원은 다음달 10일부터 '한국부동산원'이라는 새 이름으로 불리게 된다.

■'부동산시장 소비자 보호' 업무 적극

신설된 개정안에는 '부동산 시장 소비자 보호'를 위한 업무 또한 추가됐다. 이를 바탕으로 한국감정원은 소비자 보호를 위한 지원 조직들을 여럿 꾸려냈다. 올해 2월 '부동산 거래질서 교란행위 신고센터'와 '실거래상설조사팀'을 만들었으며, 실거래상설조사팀은 올해 5월부터 석 달 간 진행된 실거래 조사에 국토부와 함께 투입돼 조사를 수행키도 했다.

5월에는 '리츠 신고상담센터'도 꾸렸다. 리츠는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모아 부동산이나 관련 자본에 투자해 발생한 수익을 배당하는 부동산전문투자 회사를 말한다. 인가 없이 불법영업을 하는 회사가 많아, 감정원이 신고를 받아 관리하는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아울러 올해 상반기 국토교통부가 인터넷 부동산 광고 모니터링 업무 위탁기관의 지정 근거를 포함한 공인중개사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하면서, 관련 업무를 담당할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김학규 한국감정원 원장이 10월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관계자와 이야기하고 있다.ㅣ연합뉴스
김학규 한국감정원 원장이 2020년 10월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관계자와 이야기하고 있다.ㅣ연합뉴스

■과감한 사내벤처 사업화 지원 박차

김 원장은 사내벤처 지원을 통해 4차 산업혁명 시대 대응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그는 2018년 취임사를 통해 "IT기술을 기반으로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 시대적 흐름에 맞춰, 변화를 두려워하지 말자"고 당부한 바 있다.

한국감정원은 올해 초 공기업 최초로 'CES(소비자가전전시회) 2020'에 참가해 사내벤처에서 개발하는 한국형 리얼 스마트시티 플랫폼 '윈도우뷰'를 공개했으며, 지난달에는 이의 시제품 개발을 마치고 사업화를 지원하고 있다.

한국감정원 관계자는 "사내벤처를 성공적으로 육성해 현재는 분사한 상태"라며 "중소벤처기업부의 사내벤처 지원에도 선정돼 1억여 상당의 자금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360° VR영상 기술과 전자문서 솔루션을 접목한 이 플랫폼은 부동산 거래 지원도 가능해, 상용화된다면 한국감정원의 업무 역량을 더욱 강화할 수 있게 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김 원장은 이에 대해 "대국민 편의성을 높이는 플랫폼이 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윈도우뷰의 성공적 '독립' 이후에도, 4차 산업기술을 가진 사내벤처 지원은 꾸준하다. 

한국감정원은 이달 3일 사내벤처인 ‘ICU(아이쿠)’팀이 부동산 거래 위험 분석 시스템으로 특허를 취득했다고 밝히면서, 자동으로 부동산 거래 위험을 분석해 사기나 불합리한 거래 예방을 도울 전망이라고 기대했다. 감정원은 이 역시 시범 사업을 통해 실제 시장에 적용 후, 주거 관련 공적 시스템을 운영하는 기관 등과 협업할 수 있도록 도울 계획이다.

한국감정원 관계자는 "김 원장은 내부적으로 대체로 온건한 '덕장 리더십'의 대명사로 평가 받지만, 사내벤처 사업화 지원 같은 사업의 경우 과감히 변화를 시도한 사례"라면서 "조직의 안정화는 물론 혁신에도 힘쓰고 있다"고 평가했다.

 

[비즈트리뷴=이서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