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AMD, 자일링스 통큰 인수
[이슈분석] AMD, 자일링스 통큰 인수
  • 박환의 기자
  • 승인 2020.10.28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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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AMD(Advanced Micro Devices)가 자일링스(Xilinx)를 350억달러(39조5000억원)에 인수한다. 인텔과 엔비디아에 맞서 미래 반도체 설계와 인공지능칩, 데이터센터 반도체 시장을 차지하겠다는 전략이다.

IT 업계에서는 AMD가 이번 대형 M&A를 통해 ARM을 집어삼킨 엔비디아의 견제 세력으로 발돋움하고 ‘반도체 세계 1위 기업’인 인텔에 CPU에 이어 FPGA에 도전장을 내는 것으로 본다.

27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과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AMD는 전량 주식 교부 방식으로 자일링스를 인수한다. 이에따라 자일링스 주주들은 자일링스 주식 1주당 1.7234주의 AMD 주식을 받게된다.

리사 수 AMD 최고경영자(CEO)가 합병기업의 CEO를 맡고, 빅터 펭 자일링스 CEO가 자일링스 사업과 전략을 총괄할 것으로 알려졌다. 

리사 수 CEO는 “AMD와 자일링스는 강점을 보이는 분야와 제품군이 다르기 때문에 앞으로 서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AMD, 인텔과의 정면승부

자일링스는 국내엔 거의 없는 FPGA(Field Programmable Gate Array)라는 반도체 시장의 1위 기업이다. FPGA는 프로그램이 가능한 비메모리 반도체의 일종이다. 회로 변경이 불가능한 일반 반도체와 달리, FPGA는 마치 소프트웨어처럼 그 위에 추가로 프로그램을 할 수 있다. 설계를 업그레이드해야할 경우 반도체를 교체할 필요 없이 새로 프로그램만 하면 된다.

FPGA는 주로 항공, 자동차, 통신 등의 분야에 사용됐는데, 최근엔 인공지능 연산과 데이터센터에 쓰인다. 특정 목적에 맞게 프로그램을 변형할 수 있어 맞춤형 반도체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일반 반도체보다 가격이 수십~수백 배 비싸다.

AMD는 자일링스를 인수해 인공지능칩 분야와 데이터센터 칩 분야에서 인텔의 행보에 제동을 건다는 전략이다. 2015년에 인텔은 이미 다른 FPGA 업체인 ‘알테라’를 167억달러에 인수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AMD의 자일링스 인수가 완료되면 통신, 방위 산업 등에서도 입지가 강화될 것”이라며 "사업 포트폴리오 확대로 인텔과 정면승부에 나서게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도체 시장 M&A 활발

이번 M&A는 올 9월 엔비디아-ARM 인수 거래(400억달러), 2015년 아바고-브로드컴 인수(370억달러)에 이은 역대 3번째 규모이다. 

최근 반도체 업계에서 가장 큰 인수합병 3건 중 2건이 최근 6주 사이에 나왔다. 그만큼 반도체 시장의 대형 M&A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9월엔 엔비디아가 400억달러에 영국의 ARM을 인수했고, 지난 7월엔 ADI(아나로그디바이스)가 맥심인터그레이티드를 200억달러에 인수했다. 10월 20일엔 SK하이닉스가 인텔의 낸드플래시 부문을 90억달러에 인수했다. 

올해만 반도체 시장에서 이루어진 M&A는 1040억달러(117조4000억원)에 달한다. 

반도체 시장의 인수합병이 활발한 이유는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등이 급부상하면서 기존 패권에서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최강자였던 인텔은 생산 문제, 기술력 부재 등으로 기세가 한풀 꺾어진 모습이다. 엔비디아, AMD 등은 이때를 틈타 새로운 영역을 차지하겠다는 전략으로 각 분야의 강자와 M&A를 단행하고 있다.

AMD와 자일링스 두 회사 모두 사실 한 때 삼성전자의 인수 후보군으로 꼽혔던 업체들이었다. 포스트 이건희 시대의 삼성전자도 비메모리 시장에서 영향력을 차지하기 위해서는 의미있는 대형 M&A가 필요해 보인다.

 

[비즈트리뷴=박환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