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 타계] 삼성-CJ 조문화해?.. 선대 앙금 풀릴까
[이건희 회장 타계] 삼성-CJ 조문화해?.. 선대 앙금 풀릴까
  • 박진형
  • 승인 2020.10.26 0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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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현 CJ그룹 회장이 25일 삼성서울병원에 마련된 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이 회장은 이날 오후 3시40분경 부인 김희재 여사와 자녀 이경후 CJ ENM 상무, 이선호 CJ제일제당 부장 내외와 함께 장례식장을 찾아 위로의 말을 전하는 등 1시간 30분가량 머물었다.

이 회장은 "국가 경제에 큰 업적을 남기신 위대한 분"이라며 "가족을 무척 사랑하셨고 큰 집안을 잘 이끌어주신 저에게는 자랑스러운 작은 아버지"라고 말했다. 이어 "영면에 드셔 황망하고 너무 슬프고 안타까울 따름"이라면서 "하늘나라에서 편히 쉬시길 기도한다"고 애도의 뜻을 전했다.

■ 삼성-CJ 화해무드 조성.. 3세대서 갈등 풀리나

범삼성가에서 이재현 CJ회장이 빈소를 가장 먼저 찾은 일을 두고도 의미가 증폭되고 있다. 수년간 냉랭한 관계를 유지했던 삼성과 CJ간 앙금이 해소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두 회사는 경영 승계와 유산 분쟁으로 '불편한 관계'를 이어왔다. 이재현 CJ회장의 부친인 고(故) 이맹희 전 CJ그룹 명예회장이 형제였던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과 그룹 승계를 놓고 대립하면서다.

분수령은 2012년. 이맹희 명예회장과 누나인 이숙희 씨 등은 이병철 창업주로부터 물려받은 상속재산을 이건희 회장이 자신의 명의로 전환했다는 이유를 들어 1조원대 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이맹희 전 명예회장이 1, 2심 모두 패하면서 상고를 포기했고, 이건희 회장이 승기를 잡았다. 이렇게 형제 간 소송은 끝끝내 화해의 결실을 맺지 못했다.

하지만 사촌관계인 이재현 회장과 이재용 부회장이 3세 경영을 맡으면서 화해 무드가 조성되기 시작했다.

특히 2014년에는 이재현 회장이 횡령, 배임 혐의로 구속될 때 이재용 부회장이 탄원서를 제출해 재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후 2018년에는 CJ그룹이 삼성 출신인 박근희 CJ대한통운 부회장을 영입해 두 그룹 간 관계 개선이 본격화됐다는 시각이 주류를 이뤘다.

■ 뿌리깊은 갈등.. 1966년 한국비료 사카린 밀수사건 

이맹희 전 회장이 1966년 사카린 밀수 사건 때 청와대에 투서를 넣어 아버지 이병철 회장의 경영권을 가로채려 했다는 의심을 샀고, 결국 이 일을 계기로 동생 이건희 회장에게 후계구도에서 밀려났다.

1994년 제일제당 경영권 분쟁에서도 대립구도가 나타난다. 당시 이건희 회장이 삼성 비서실 차장이었던 이학수 씨를 CJ 대표이사 부사장으로 보내면서 사건이 터졌다. 이학수 씨는 제일제당 입성 후 이재현 회장을 이사회에서 배제시켜려 했다. CJ 측은 "제일제당을 빼앗으려는 이건희 회장의 포석"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결국 제일제당 측의 강력한 반발로 일단락됐다.

1995년에는 삼성이 이재현 회장의 서울 장충동 집 정문이 보이도록 CCTV를 설치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양측이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그러다가 1997년 CJ와 삼성간의 계열분리를 통해 각자의 길을 걷게 된다.

재벌가 '형제의 난'은 삼성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현대, 롯데, 두산 등 우리경제를 지탱하고 있는 대기업 절반 이상이 총수 일가간 경영권 갈등을 경험한 바 있다.

 

[비즈트리뷴=박진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