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진단] SK하이닉스, 인텔 메모리 인수..."D램-낸드 두 날개로 비상하겠다"
[이슈진단] SK하이닉스, 인텔 메모리 인수..."D램-낸드 두 날개로 비상하겠다"
  • 박환의 기자
  • 승인 2020.10.20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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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가 인텔(Intel)의 낸드 메모리와 저장장치 사업을 전격 인수한다. 양사는 20일 양도를 위한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인수 대상은 인텔의 낸드 SSD, 낸드 단품과 웨이퍼 비즈니스, 중국 다롄팹 등이다.  인수 금액은 10조3천억원(90억달러)에 달한다. 

SK하이닉스와 인텔은 2021년 말까지 규제 승인을 받으면,  SK하이닉스는 우선 70억달러를 지급하고 인텔의 낸드 SSD 사업(SSD 관련 IP 및 인력 등)과 중국 다롄팹 자산을 SK하이닉스로 이전한다.

SK하이닉스는 2025년 3월에 20억달러를 지급하고 인텔의 낸드플래시 웨이퍼 설계와 생산관련 IP, R&D 인력 및 다롄팹 운영 인력 등 잔여 자산을 인수하게된다. 인텔은 계약에 따라 최종 거래 종결 시점까지 다롄팹 메모리 생산 시설에서 낸드 웨이퍼를 생산하며 낸드플래시 웨이퍼 설계와 생산관련 IP를 보유한다.

■SK하이닉스, 낸드플래시 점유율 2위로 올라서 

SK하이닉스는 D램에 비해 낸드플래시가 다소 취약했다. 그런만큼 이번 M&A가 기회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IHS마킷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말 기준 전세계 낸드플래시 점유율 1위는 삼성전자(35.9%)다. SK하이닉스(9.9%)는 5위권, 인텔의 경우 9.5%로 6위에 그쳤다. SK하이닉스가 인텔을 인수할 경우 20% 가까운 점유율로,  2위인 키옥시아(19.0%)를 넘어설 수도 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20일, ”다른 관점에서 보면, 그동안 최대 약점으로 거론돼  왔던 eSSD 분야에서 일거에 두각을 나타낼 수 있고, 어정쩡한 4~5위에서 확실한 2위 자리를 꿰찰 수 있는 옵션이 될 수 있다“며 ”향후 SK하이닉스 낸드 산업은 과잉투자가 줄어들면서 장기적으로 안정화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고 분석했다.

SK하이닉스는 이번 인수로 낸드플래시 분야에서 기업용 SSD 등 솔루션 경쟁력을 강화해 글로벌 선두권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방침이며, 고부가가치 중심의 3D 낸드 솔루션 포트폴리오를 구축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은 이날 M&A 발표직후, 전직원을 대상으로 CEO 메시지를 보냈다.

이 사장은 ”SK 하이닉스의 낸드 사업은 다소 시작이 늦었다"며 "후발 주자가 갖는 약점을 극복하기 쉽지 않았으며 특히 업황 변동성이 심한 메모리 사업의 특성 또한 성장의 중요한 변곡점마다 우리의 앞을 가로막아왔다"고 말했다.

실제 올 상반기 말 SK하이닉스의 매출은 15조8054억원이었고, D램에선 약 70.8%에 해당하는 11조원을 벌었지만 낸드 매출은 3조7568억원으로 비중이 23.8%에 불과했다.

그는 “이제 우리는 이 꿈을 향해 높이 날아 오를 수 있는 균형 잡힌 한 쌍의 날개를 갖게 됐다. D램과 낸드라는 든든한 두 날개를 활짝 펴고 4차 산업혁명의 중심으로 함께 비상해 나가자"고 당부했다.

 

인텔, 본업인 CPU 사업에 집중

인텔은 Optane SSD 사업을 강화하고, 중국 대련 팹에 대한 투자를 지속해 왔다. 그러나 2016년부터 2019년까지 4년간 인텔 메모리의 누적 실적은 매출 147억7천달러에 영업손실 20억달러에 그쳤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다행히 지난 2분기는 매출 16억6천달러에 영업이익률 +19%의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긴 했지만, 인텔 입장에서는 엔비디아와 AMD의 계속된 경쟁과 부진한 주가가 신경 쓰이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며 “메모리보다는 본연의 CPU 사업에 집중할 필요성이 커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인텔은 이번 거래를 통해 얻게 되는 재원을 제품 경쟁력 강화와 AI, 5G 네트워킹, 인텔리전트 엣지(Intelligent Edge)와 자율주행 기술(Autonomous Edge) 등 장기적 성장이 우선적으로 필요한 분야의 투자자금으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비즈트리뷴=박환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