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진단] '빅배스' 선택한 정의선 회장...증권가 "미래 위한 발판될 것"
[이슈진단] '빅배스' 선택한 정의선 회장...증권가 "미래 위한 발판될 것"
  • 이기정 기자
  • 승인 2020.10.20 10:5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올 3분기 적자전환은 불가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엔진 관련 추가 충당금과 품질 조치를 선제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빅배스' 전략을 꺼내들었다.

빅배스란 '목욕을 통해 더러운 것을 씻어낸다'는 의미로, 부실자산 등 위험요소를 한 회계연도에 모두 반영해 불안요인을 일시에 제거하는 것을 의미한다.

현대·기아차는 각각 2조1400억원, 1조2600억원의 추가적인 엔진 품질비용을 올해 3분기에 반영한다고 19일 설명회를 통해 밝혔다. 양사의 비용을 합치면 약 3조3900억원이다.

재계에서는 정의선 회장이 내년을 '전기차 도약을 위한 원년'으로 정한 만큼 사전에 불안요소를 모두 제거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증권가에서도 이번 반영으로 3분기 실적 악화는 불가피하지만, 향후 성장성과 방향성에 대해서는 '여전히 견조하다'는 평가를 내놨다.

■ 품질 비용 발생 배경은?

이번 현대차그룹에서 추가 충당금 및 선제적 품질 조치와 관련해 비용을 측정한 엔진은 세타2 GDI 11-14MY, 세타2 GDI 15-18MY 등이다.

현대차의 경우 세타2 GDI 11-14MY, 세타2 GDI 15-18MY, 기타 엔진에 각각 9400억원, 8300억원, 5400억원을 반영하며 기아차도 각각 5292억원, 5370억원, 2741억원이 필요한 것으로 집계됐다.

엔진별로는 우선, 세타2 GDI 11-14MY가 예측 대비 높은 교환율을 보여온 점을 감안했다. 지난해 3분기 시장 평균치를 반영했으나, 평생동안 보증을 제공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노후 차량 엔진 교체에 따른 예상 운행기간이 연장된 점을 고려했다는 설명이다.

세타2 GDI 15-18MY는 기존 예상보다 높은 클레임 추이와 평생 보증을 고려해 추가 충당금이 반영됐다. 전년 동기 엔진 교환율이 높지는 않았지만, 기존 리콜 사태로 부정적 이슈에 노출되며 지난 1년간 교환율이 예상보다 많았다.

아울러 세타2 MPI/HEV 감마·누우의 경우에는 장기적인 신뢰 회복을 목적으로 선제적인 고객 보호 조치 비용을 선반영했다. 특히, 각 기종별 미래 교환율 예상치를 반영해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추가 비용에 대처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고객을 선제적으로 보호하기 위해 3분기 실적에 품질 비용을 반영할 예정"이라며 "앞으로도 차량 개발부터 생산, 판매 이후까지 철저하게 품질을 관리하고 고객을 위한 최선의 조치를 적극적으로 실시하겠다"고 말했다.

■ 증권가 "3분기 실적 하락 불가피...중장기적 전망은 여전히 좋다"

증권가에서는 충당금 반영으로 현대·기아차는 올 3분기 적자전환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나금융투자는 현대차와 기아차의 적자 규모를 각각 801억원, 539억원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단기적인 투자 심리 악화도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된다. 실제 20일 오전 10시 현재 현대차와 기아차는 각각 3%대에 가까운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중장기적 관점에서는 여전히 성장성이 기대되며, 이번 충당금 반영이 내년 정의선 회장의 더 큰 도약을 위한 발판이 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또 지난 리콜때와는 달리 현재 현대기아차가 증익 싸이클에 진입했다는 점과, 향후 충당금 설정 가능성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해소된 점도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송선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대규모 품질비용 반영은 과거 엔진 시대의 부담을 털고, 정 회장 체제의 정착과 미래 자동차 기술에 대한 적극적 대응 과정에서도 평가될 수 있다"며 "현대차와 기아차 모두 우호적인 모델 사이클과 친환경차 판매비중 상승으로 실적개선과 벨류에이션 재평가가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또 김민선 키움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충당금 설정 후 현대기아차의 주가는 익일 각각 3.2%, 2.9% 하락 마감했지만 하락세는 수일내 진정됐고, 2주 이내 충당금 설정 이전의 주가를 회복했다"며 "운행 기간에 대한 가정과 일부 엔진에 대해 선제 조치를 취한 점 등을 고려하면, 잠재적인 부실 요소를 고려한 보수적인 비용 산정이 이뤄졌다"고 진단했다.

현대기아차는 오는 26일 3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있다.

[비즈트리뷴=이기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