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민주화운동과 민주화예우법 논란
[기자수첩] 민주화운동과 민주화예우법 논란
  • 구남영 기자
  • 승인 2020.10.16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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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남영 기자

 
최근 논란이 일고 있는 민주유공자 자녀의 입시 특혜의 근본적인 문제는 무엇일까. 

국가유공자와 5.18민주유공자가 아름답게 기억 되는 이유는 댓가 없는 자기희생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부는 국가유공자와 다르게 선정 기준까지 모호한 민주유공자에게 국민의 세금으로 각종 혜택과 더불어 명문대학 입시 혜택까지 제공했다.

이 때문에 정작 민주화를 위해 앞선 그들의 이념과 희생이 얼룩지고 있다.

이는 지난 9월 23일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의원과 같은 운동권 출신 당 소속 20여 명의 국회의원들이 '민주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안' 을 발의한 것이 논란의 발단이 됐다.

해당 개정안에는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 회복 및 보상 심의위원회(민주유공자심의위)가 민주화 운동 유공자로 인정한 자의 자녀에게는 중·고등학교와 대학 등의 수업료를 전액 지원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더불어 국민들이 민주유공자 자녀의 학비을 전액 책임지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민주화운동 관련자’가 된 이들을 ‘민주유공자’, 즉 ‘국가보훈 대상 유공자’로 인정하자는 것이다. 특히, 우리가 이번 논란에서 주목할 점은 모호한 민주유공자 선정 기준과 민주화운동 관련자 전형의 입학 기준이다. 

우선 민주유공자는 국가유공자와는 엄연히 다르다. 이들에 대한 선정 기준도 모호할 뿐만 아니라 교육지원에 관한 법률적 근거가 없다.

민주유공자란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심의위원회 민주화운동 관련자 증서’ 제출 가능자다.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민주화유공자 적용 대상자는 민주화운동과 관련하여 사망하거나 행방불명된 사람 또는 민주화운동으로 인한 질병의 후유증으로 인해 사망한 사람, 민보상법에 의거 ‘민주화운동을 이유로 30일 이상 구금되거나 해직된 사람’ 등이다.

그러나 해당 법률에서 피해 기준은 명시되어 있어도 '민주화 운동'의 기준은 명확히 나타나 있지 않다.

그렇다면 민주화운동 관련자 증서는 어떤 기준으로 어디서 발급이 되는걸까.

민주화운동 관련 증서는 현재 '민주화 보상 심의위'에서 관리한다. 그럼에도 관련 부처나 여러 웹사이트를 찾아봐도 정확한 기준은 명시되어 있지 않았다.

그나마 검색 포털을 통해 민주화 보상 심의위가 선정한 민주화 운동과 스스로가 민주유공자로 선정됐다며 밝힌 사례를 찾을 수 있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민주화 보상심의위가 선정안 민주화 운동 가운데 하나는 당시 '북한과 연계된 간첩 사건'으로 언론의 헤드라인에 장식 됐던 '남조선민조해방애국전선' (남민전)도 포함됐다.

판결 기록에 의하면, 남민전 관련자들은 체제전복을 위한 혁명자금을 마련할 의도로 *고위 공직자 집에 들어라 금품을 훔쳤다(봉화산작전 1978.12.5) *동아그룹 최원석 전회장 집에 들어가 경비원을 칼로 찔렀다(땅벌사건'1979.4.27)등이 기록되어 있다.

이어 1990년대 초 남한에서 사회주의 혁명 실현을 위해 조직된 남한사회주의노동자동맹이 국가안전기획부에 의해 체포된 '사노맹 사건'도 민주화 운동으로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있다. 

이외에도 대기업 회장 집을 털다 현행범으로 잡혀 실형을 받았던 사람, 시위하다 집시법으로 2년 집행유예 받은 사람, 민간기업에서 불법 파업하다 해고된 사람 등 대체로 386 운동권들이다. 주로 노무현 정부 시절에 명예회복을 시켜준다며 신청을 받아 증서를 발급해줬다.

 

사회기여자전형에 포함된 민주화운동 전형 입시 평가 기준표 <자료제공=이화여자대학교>

이와함께 주목해야 할 점은 평가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민주화운동 관련자 전형 기준이다.
 
민주유공자 자녀들은 민주화운동 전형을 통해 연세대 수시모집에서 17명이 입학했으며 이화여대 등 일부 사립대에도 같은 방식으로 학생을 모집했다. 

이화여자대학교의 경우, 2020학년도 사회기여자 전형에 민주유공자 자녀가 지원할 수 있었다. 해당 전형의 평가 기준은 서류100% 이며 서류에는 학생생활기록부, 자기소개서, 추천서가 포함되어 있다.

타 전형에는 교과 성적이 포함되어 있어 평가를 명확히 할 수 있는 반면 사회기여자(민주유공자 자녀) 전형은 서류100%로 평가하여 기준이 주관적일 수 있다는 모호함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화여대 관계자는 "모든 전형에 기본적으로 적용되고 있는 수능 최저학력기준이  해당 전형에도 포함 되어 있기 때문에 평가 기준이 모호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국민의 힘 곽상도 의원은 지난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원회 교육부 국정감사에서 "합격생 본인과 부모가 누구인지 알았으면 좋겠다"면서 "민주화운동은 떳떳한 것인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생각된다"라고 말했다.

국가유공자와 달리 교육지원에 관한 법률적 근거가 없는 민주화운동 관련자 전형은 586세대 자녀를 위한 명문대 입시 특혜로 작용하고 있다는 게 곽 의원 주장이다.

또한 86(80년대 학번·60년대생) 운동권 출신 야권 정치인들도  '민주화 운동 특혜' 논란을 질타했다.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은 지난 9일 페이스북 글에서 "대입은 공정의 가장 중요한 잣대"라며 국가유공자 자녀를 비롯한 모든 경우에 대한 특혜 전형을 금지하는 '대입특혜금지법'을 발의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국민의 자유를 찾고자 희생한 민주화 운동가, 그들의 아름다운 투쟁이 훗날 댓가를 얻기 위한 투쟁은 아니었을 것이다. 권력의 중심에 선 민주세력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아름다운 희생을 통해 민주화를 이끈 운동가들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

[비즈트리뷴=구남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