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SKT, 모빌리티 분사...공유경제 포석?
[이슈분석] SKT, 모빌리티 분사...공유경제 포석?
  • 이서련 기자
  • 승인 2020.10.15 21: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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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호 SK텔레콤 사장ㅣSKT

SKT가 T맵을 중심으로 한 모빌리티 사업을 분사하는 작업에 돌입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SKT는 이날 이사회에서 모바일 내비게이션 서비스사업의 분사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SKT가 차세대 종합 모빌리티 사업에 승부수를 띄웠다고 보고 있다. 특히 그룹 내에서 모빌리티 사업이 본격적으로 탄력을 받으면서 가속이 붙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그간 SK텔레콤은 스마트폰 이후의 미래 스마트 디바이스로 '자동차'를 꼽으며 모빌리티 사업에 집중해왔는데, 여기에는 국내 1위 모바일 내비게이션인 자사의 T맵이 큰 역할을 했다. T맵은 이용자가 월간 1300만명으로, 모바일 내비게이션 시장 점유율이 70%에 달한다. 그러나 이를 활용한 수익 창출은 크지 않은 것으로 평가됐다.

이에 SK텔레콤은 T맵에 관련 서비스를 추가해 가면서 T맵의 영역을 확장하는 데 공을 들여왔다. 먼저 T맵에 AI 음성비서 역할을 하는 '누구'를 탑재했고, 이어 택시호출과 대중교통, 주차장 정보는 물론 맛집·여행지 검색, 차량용품 쇼핑 등 다양한 기능을 추가해 '교통 정보 올인원 서비스'를 만드는 데 주력한 것이다.

■"글로벌 업체와 파트너십 강화"

이번 분사를 계기로 SK텔레콤은 글로벌 모빌리티업체와 협력해 경쟁력을 키울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대표업체인 우버의 지분 참여가 예상돼 눈길을 끈다. 

업계는 우버가 자사의 차량 호출 노하우 등을 T맵 택시와 결합해 사업을 강화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2013년 국내에 진출한 우버는 현재 승차 공유 서비스를 접고, 우버 택시를 운영 중이다.

이렇게 되면 택시 호출 등에서 T맵에 앞서고 있는 카카오에 견주어도 부족할 것이 없고, 시장 판도도 뒤바뀔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카카오는 앞서 2017년 카카오모빌리티를 분사해 택시 호출, 내비게이션 등 영역에서 T맵과 경쟁 중이다. 

또 SK텔레콤은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에서 T맵, 인공지능 '누구', 음원 서비스 '플로', OTT '웨이브' 등 다양한 자사 서비스를 한 번에 이용할 수 있는 통합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IVI)을 선보이면서, 함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글로벌 자동차제조사와의 협력 역시 강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최근 이 회사는 BMW, 재규어랜드로버, 볼보 등에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공급하기로 결정했다.

하나금융투자 김홍식 연구원은 "SKT는 모빌리티 자회사를 SK그룹에서 자율주행자동차 및 공유 경제를 주도하는 사업체로 육성할 가능성이 높으며, 우버의 지분 참여도 이에 기인한 바가 크다"면서 "T맵은 분사 이후 자율주행자동차 산업으로 확장되면서 새로운 가치 평가를 받을 것이다. 우버와의 협력은 공유경제사업을 감안한 포석"이라고 평가했다.

■ "모빌리티 분사, SKT에 청신호"

증권가에서는 이번 분사가 SK텔레콤에 '청신호'라는 기대를 하고 있다.

김홍식 연구원은 "모빌리티 분사는 명백한 호재"라면서 "성장성 높은 자회사를 지속적으로 분사 후, IPO를 추진함으로써 기업가치가 증대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LG화학 배터리 사업과는 달리 현재 SKT 시가총액에 T맵 가치가 크게 반영돼 있다고 판단하기 어려우며, 우버의 지분 참여는 지분 희석이 아닌 성장의 기회로 판단한다"며 "결국 이번에 분사되는 SKT 모빌리티 사업부문이 향후 5G 자율주행 회사로 진화하고 장기적으로 IPO를 추진할 전망으로, 높은 가치를 부여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승웅 하이투자증권 연구원도 "모빌리티 사업 분할은 긍정적 요소"라면서 "2017년부터 신사업 포트폴리오 강화를 통해 신 ICT 기업으로 변모를 도모하고 있어 분할 이후 타 업체와의 파트너십, 투자유치 그리고 신속한 의사결정이 가능해지면서 모빌리티 사업 성장의 발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김회재 대신증권 연구원 역시 "모빌리티 사업 물적 분할은 T맵의 축적된 노하우와 풍부한 가입자를 기반으로 외부 자금 유치를 통해 사업을 확장하겠다는 취지"라면서 "이는 11번가, ADT캡스, 원스토어 등 자회사들이 자금유치를 통해 사업 확장 후 상장하면서 배당을 실시하고 이를 SKT의 주주에게 환원하는 전형적인 SKT의 투자 스타일이다. T맵의 가치를 시장에서 인정받는 것으로 주가에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회사 측은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

SKT 관계자는 "모빌리티 분사 건은 현재 시점에선 확인이 어렵다"며 "이사회 날짜, 개최 시간, 장소, 안건 등을 사전에 오픈하는 것 자체가 법적인 문제가 있어 조심스럽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분사 후 IPO 여부도 아직 미정"이라고 덧붙였다.

[비즈트리뷴=이서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