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정의선 시대 개막] '숙제' 지배구조 개편...유력한 시나리오는
[현대차, 정의선 시대 개막] '숙제' 지배구조 개편...유력한 시나리오는
  • 이기정 기자
  • 승인 2020.10.15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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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회장이 현대차그룹의 새로운 총수가 된 가운데, 가장 해결이 필요한 숙제로 '지배구조 개편'이 거론되고 있다.

국내 10대 대기업 중에서 유일하게 순환출자 구조를 유지하고 있는 현대차그룹은 지배구조상 투기자본의 위협에 취약해 업계의 우려가 많았다. 아울러 정 회장이 총수 자리에 올랐지만, 정몽구 명예회장의 지분을 이어받는다고 해도 핵심 계열사 지분이 충분하지 않아 경영권이 위험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 순환출자 구조...유력한 개편 시나리오는

현재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는 외부 투기자본에 취약한 것과, 정 회장의 지분이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 걱정거리로 지목된다.

앞서 현대차그룹이 지난 2018년 이러한 순환출자 방식의 지배구조를 개편하기 위한 시도를 감행했지만, 외부 압박으로 무산된 바 있다.

현대차그룹이 당시 선택한 방식은 정몽구 명예회장과 정의선 회장이 기아차와 현대제철, 현대글로비스 등이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분 전부를 매각하는 방식이었다. 이에 따르면, 그룹 지배회사는 현대모비스가 된다.

현재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를 보유하고 있다.

주주구성을 살펴보면, 현대차그룹의 실질적인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는 현대차가 현대모비스 21.4%, 정몽구 회장 5.7%, 정의선 수석부회장 2.6%, 국민연금 11%, 자사주 6%, 기타 53.3% 등으로 분포돼 있다.

이어 대주주인 현대모비스의 주주구성은 기아차 17.3%, 정몽구 회장 7.1%, 현대제철 5.8%, 정의선 수석부회장 0.3% 등이다. 기아차의 주주 구성도 현대차 33.9%, 정의선 수석부회장 1.7% 등으로 구성돼 있다.

재계에서는 다양한 지배구조 개편 시나리오가 언급되고 있지만, 가장 유력한 방식은 현대모비스 분할 후 현대글로비스와의 합병이다.

이 방식의 핵심은 현대모비스의 분할 부문 상장이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분할합병에서 분한 부문에 대한 회계법인의 평가가 시장 기대치에 못 미쳐 논란이 생긴 적이 있다.

만약, 현대차가 A/S를 상장 후 이를 글로비스와 합병하는 방법을 택한다면 시간은 더 걸릴 것으로 예상되나 과거 논란은 피할 수 있을 것을 보인다. 이후에는 존속 현대모비스가 합병 글로비스에 대해 공개매수에 나서고, 정 회장이 이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진행 될 것으로 보인다.

또 일각에서는 현대모비스와 현대차, 기아차를 각각 인적 분할한 뒤 3개 투자부문을 합병한 후 지주사로 전환하는 방법과, 현대엔지니어링 상장, 현대로템과의 합병 등의 방식도 거론되고 있다.

김진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자동차 시장의 변화는 현대차그룹이 가진 카드를 다양하게 만들어주는 측면이 있다"며 "모비스는 지난해부터 전동화사업부의 실적을 분리해 공시하고 있으며, 전동화사업부는 A/S와 마찬가지로 상장을 통해 기업가치를 극대화하거나, 존속회사에 남아 기업가치를 뒷받침하는 방식으로 활용 가능하다"고 말했다.

■ "지배구조 개편, 주주친화적인 방법으로 이뤄질 것"

재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이 시장 친화적인 방법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아울러, 이 과정에서 논란거리도 최소화될 것으로 추정된다.

강성진 KB증권 연구원은 "정 회장의 취임으로 현대차그룹의 주주친화적인 지배구조로의 변화 가능성에 대해 주목해야 한다"며 "지배구조 과정은 시장 친화적이면서도, 논란거리는 최소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우선, 지배구조 개편을 둘러싼 여건이 과거 대비 우호적이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변화는 주가 상승과 함께, 정 회장이 적극적으로 주주들과 소통한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또 현재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에 대한 외국인 지분율이 하락한 것도 우호적이다. 

강 연구원은 "정의선 회장이 주주들의 지지를 얻고자하는 노력을 그동안 보여준 만큼, 향후 강화된 경영진과 일반주주의 신뢰관계는 앞으로도 현대차그룹이 추구하는 지배구조 안정의 핵심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최근 법 개정과, 자동차 산업의 특성 상 현대차그룹이 지주회사 체제를 선택할 가능성은 낮아보인다. 이에 따라, 지배구조 개편도 지주사 강제전환 요건을 피하는 방식으로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진우 연구원은 "현대차그룹은 지배구조 개편을 통해 미래차 경쟁력 등 핵심 역량을 강화할 전망"이라며 "이는 지배구조 뿐 아니라, 사업구조 개편도 동시에 진행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배구조 개편에 따라 배당정책과 주주환원 강화도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그룹은 앞서 지배구조 개편이 무산된 후 배당정책을 명문화해 과거 대비 강화된 주주환원을 약속한 바 있다.

[비즈트리뷴=이기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