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디지털세' 실효성 논란...국내에선?
[이슈분석] '디지털세' 실효성 논란...국내에선?
  • 윤소진 기자
  • 승인 2020.10.12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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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박홍근 의원실 제공

5조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면서 법인세는 1원도 내지 않는 외국계 기업이 여전히 존재하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구글, 애플 등 해외 거대 IT 기업에 대한 실효성 있는 디지털세 도입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세청이 구글, 애플 등 다국적 기업의 조세회피에 적극 대응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국외 법인이 국내에 납부하는 일명 '디지털세'가 2천억원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 

박홍근 의원(국회 기획재정위원회, 더불어민주당)이 국세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유투브  등 다국적 IT기업들이 인터넷 광고와 게임이나 음성, 음향 및 영상 등의 형태의 전자적 용역을 공급해 얻은 수익에 대해 납부한 부가세가 2367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들 기업이 국내 소비자들에게 영상, 게임, 클라우드 등을 제공하고 얻은 매출이 최소 2조원을 넘어섰다는 의미다.

이번 조사 결과는 2018년 국회에서 기존 구글플레이나 애플앱스토어에서만 간헐적으로 내던 부가가치세 부과 대상을 해외기업 서비스 전체로 확대한 후 처음 신고된 금액이다.

현행법상 구글이나 애플, 유튜브 등 해외 IT기업들은 국내 소비자가 이들 사이트에 직접 접속해 대금을 지불하고 인터넷 광고와 게임, 영상 등 전자 용역을 공급받는 경우나, 해외 개발자가 구글 플레이 또는 앱스토어 등의 오픈마켓을 통해 앱을 공급해 국내 소비자가 이를 구매하는 경우 부가세를 납부해야 한다.

그동안 국내에서 막대한 수입을 올리고도 제대로 과세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이유에서 해외 디지털 기업들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2018년 법 개정으로 과세 기준이 한층 강화되면서 세금 납부액이 크게 늘어났으나, 이번 조사 결과 그 수준은 국내 디지털 기업에는 한층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대표적인 IT기업 '네이버' 한 곳이 내는 법인세만 4500억원 수준인 것을 볼 때, 기준 강화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규제의 실효성 논란은 계속 중이다.

박홍근 의원은 조만간 간편 사업자의 가산세 면제 조항을 삭제하는 법안을 발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외 사업자의 성실신고를 유도하기 위해 각종 가산세를 면제해 주고 있으나 일몰 없이 가산세를 면제하는 현행법은 국내 사업자를 역차별하는 결과를 낳는다는 설명이다.

박 의원은 "해외 주요 국가와 같이 세금 신고를 제대로 하지 않는 국외 기업에 국내 사업자와 마찬가지로 제재 규정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외국계 기업들의 기발한 납세의무 회피...기준 강화 시 국내 기업 역차별 우려도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에서만 5조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면서 법인세는 1원도 내지 않는 외국계 기업이 여전히 존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1조원 이상의 매출을 거두면서도 법인세를 전혀 내지 않는 기업만 9개나 된다.

김수홍 더불어민주당 의원(전북 익산시갑, 기획재정위원회)실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법인세를 한 푼도 내지 않은 외국계 기업은 전체 신고법인 1만630개 가운데 4956개로 46.6%에 이른다. 법인세 0원 납부 외국계 기업은 2018년에 비해 오히려 265개 늘어났다.

국세청은 각국과 조세조약에 따라 외국계 기업이 한국에서 올린 소득에 대해서만 법인세를 부과할 수 있기 때문에, 한국지사에서 거둔 수익 대부분을 본사나 법인세율이 낮은 국가로 이전하면 납부해야할 법인세가 그만큼 줄어든다.

김 의원은 "외국계 기업은 이런 구조를 이용해 본사로 경영자문료, 특허사용료, 배당금 등을 보내 한국에 최소한의 소득만 남기거나, 심한 경우 1원까지 본사로 송금해 한국 법인세를 납부하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구글코리아 매출 관련, "구글코리아는 유한회사 형태로 공시 및 외부감사 의무가 없어 경영성과에 대한 정보를 투명하게 밝히지 않아 납세의무를 회피한다는 의혹을 지속적으로 받아왔다"며 구글 인앱 결제 의무 사용 수수료 30% 강제 부과 방침에 대한 필요성을 강력히 주장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말 '디지털세 대응팀'을 설치·운영을 시작, 올해 안으로 관련 법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OECD가 제안한 통합접근법을 기준으로 가이드라인이 마련된다면 휴대전화, 가전제품 등을 생산하는 제조업 기업도 과세 대상이 될 수 있다.

다만, 통합접근법을 적용할 경우 글로벌 IT 기업은 물론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다국적 기업까지도 디지털세 적용 범위에 포함될 수 있기 때문에 외국기업보다 오히려 우리나라의 글로벌 기업이 부담하는 디지털세가 더 커질 가능성이 있어 역차별이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기획재정부는 오는 14일 화상회의로 진행될 제4차 G20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총재 회의에서 디지털세 도입 등과 관련 논의에 나설 방침이다. 홍남기 기획재정부 부총리는 이날 회의에 참석해 디지털세에 관해서 차별화된 접근방식을 적용할 필요가 있으며, 빠른 최종 합의를 하기 위한 각국의 연대를 당부할 예정이다.

김수흥 의원은, “정당하게 얻은 이윤에 합당한 납세의무를 다하는 것이야말로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는 기본 중의 기본”이라고 강조하며, “매년 지적되어 온 외국계 기업의 납세의무 회피에 대해 서둘러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비즈트리뷴=윤소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