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진단] 현대차, 중고차 시장 진출 선언...왜?
[이슈진단] 현대차, 중고차 시장 진출 선언...왜?
  • 이기정 기자
  • 승인 2020.10.12 15: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현대자동차가 중고차 시장에 진출한다고 밝힌 가운데, 업계에서 대기업이 이른바 '골목시장'인 중고차 시장까지 뛰어드는 것이 타당한지에 대해 의견이 갈리고 있다.

12일 국회와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김동욱 현대차 전무는 지난 8일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산자위)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중소시장 진출 가능성에 대해 언급했다.

업계에서는 중고차 시장에서 대규모 실직 발생, 생태계 붕괴 등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중고차 시장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이 높아 오히려 진출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현대차 투싼ㅣ사진=현대차
현대차 투싼ㅣ사진=현대차

■ "소비자 보호 측면에서 반드시 필요"

자동차 업계에서 완성차 업체들의 중고차 시장 진출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꾸준히 제기돼왔다. 특히, 중고차 시장에서 합리적인 가격 선정과 제품 품질 보장이 어려워 소비자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김 전무도 국감에서 중고차 판매가 소비자 보호를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고차 시장이 기존 업체들의 관행 등 때문에 가격 산정에 문제가 있다는 것.

김 전무는 "현대차는 한국을 제외한 모든 나라에서 중고차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반대로 한국에서도 외국계 완성차 업체들이 중고차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는 신차를 잘 팔겠다는 것이 아니라, 고객을 어떻게 보호할 것이냐 하는 고민"이라며 "소비자 보호 측면에서 완성차는 반드시 중고차 사업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한국자동차협회에서도 지난달 보도자료를 통해 국내 완성차 업체의 중고차 시장 진출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외국산 완성차들은 중고차 시장에서도 가격 하락폭이 적었던 반면, 국내 자동차들은 신차 대비 가격 하락폭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차가 중고차 시장에 진입하게 되면 소비자들은 가격이 기존보다 오를 수도 있지만, 중고차 품질을 보다 확실하게 보장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 생태계 파괴 우려...'상생의 길' 찾는게 급선무

중고차 업계에서는 대기업의 진입으로 업계 생태계가 무너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 중고차 시장은 영세업체만 6000여개에 이른다.

아울러 대규모 실직이 발생할 수 있는 점도 걱정이다. 국내 중고차 업계 종사자는 약 5만5000여명으로 이미 포화 상태다.

이에 중고차 업계는 현대차가 시장에 진입할 경우, 불매운동 등 강도 높은 대응을 예고하기도 했다. 

그동안 중고차 매매업은 이러한 이유로 대기업 진출이 어려웠다. 지난 2013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됐고, 이에 SK그룹 역시 SK엔카를 매각한 바 있다.

정부에서는 대기업의 중고차 진입을 일부 허용하면서도,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대표적인 방법으로는 판매되는 모델이나 출시 연도를 제한하는 방법이 거론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수입차 업체들이 중고차 사업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진입을 막을 이유는 없다"며 "아울러 중고차 시장이 소비자로부터 신뢰받고 있지 못하다는 점도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입이 필요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다만, 국내 중고차 시장의 상황을 고려해서 합리적인 방안으로 시장 진입이 이뤄져야 한다"며 "중고차 시장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들이 상생 방법을 찾는다면 높아진 신뢰도를 바탕으로, 시장의 규모를 키울 수 있는 기회도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비즈트리뷴=이기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