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총수, 코로나 키워드-2] SK 최태원회장, 위기관리 넘어 'M&A' 승부수
[재계총수, 코로나 키워드-2] SK 최태원회장, 위기관리 넘어 'M&A' 승부수
  • 이서련 기자
  • 승인 2020.10.20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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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최태원 회장

SK하이닉스가 인텔 메모리 사업부를 인수하면서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 지각변동이 예고된다. SK가 D램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약했던 낸드플래시 부문의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리며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의 지위를 확고히 하게 된 것이다. 인텔의 메모리 사업부를 품은 SK하이닉스는 세계 2위의 글로벌 반도체 기업으로 단숨에 뛰어 올랐다. 

인수규모 10조3100억원. 재계에서는 국내 기업 M&A 규모로 볼 때 사상 최대 금액인 이번 빅딜은 사실상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작품으로 보고 있다. 그룹 총수가 과감히 결단하지 못하면 시도하기 어려운 규모이기 때문이다.  SK는 이번 인텔 인수를 통해 한층 안정적인 사업 구조를 확보하고 기업가치 100조원이라는 새로운 그림을 그리고 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로서는 그 동안 가장 큰 약점으로 거론돼 오던 eSSD 분야에서 삼성의 뒤를 잇는 새로운 강자로 부상하게 될 기회를 잡게 된다는 점에서 해볼만한 베팅이었다"고 평가했다. 

■최태원 회장 '통큰 베팅'의 역사..."위기관리 넘어 M&A 기회로 삼겠다"'

이번 빅딜에 대해 재계에서는 최태원 회장의 '또 한번' 과감히 승부수를 던진 결과라는 분석이다.  'M&A 승부사'로 불리는 최 회장은 그간 공격 경영으로 그룹을 키워왔다. 

특히 '신의 한수'라고 평가받고있는 2012년 2월 하이닉스 인수 건이 대표적이다. 당시만 해도 반도체 사업은 크게 매력적으로 평가받지 못했다. 공장 하나를 세우는 데 최소 3조원 이상이 필요해 초기 비용이 많이 드는 것은 물론, 미래성도 불투명했기 때문이다. 실제 이 사업은 2000년대 초반 심각한 불경기에 시달렸고, 2008년에는 반도체 공급과잉과 미국발 금융 위기 등으로 순탄치 않은 과정을 거쳤다.

이 같은 환경에서 하이닉스 인수를 추진하기란 쉽지 않았다. 당시 그룹 임원들은 기존 포트폴리오와 사업 연관성이 없다는 점을 들어 반대했다. 또 반도체 사업의 변동성이 너무 커 안정적인 사이클을 보이지 못한다는 것도 반대논리로 동원됐다. 

그러나 최태원 회장은 반도체를 공부하면서 얻은 확신을 바탕으로 과감한 결단을 한다.  그는 그룹의 주력사인 SK텔레콤을 내세워 2011년 인수의향서를 제출했고, 하이닉스는 SK그룹의 핵심 성장축으로 거듭나게 된다.

2017년 인수한 SK실트론 인수도 성공 사례로 꼽힌다. 

최태원 회장은 SK㈜를 통해 LG그룹으로부터 반도체 웨이퍼를 만드는 SK실트론을 1조425억원에 인수했다. SK실트론은 인수 후 6분기에만 3086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둬들였으며, 다음해 SK㈜와 SK실트론의 가치는 5배가량 뛰었다. 

최 회장은 또 2018년 SK하이닉스를 통해 일본 반도체 기업 도시바 메모리 지분 인수전에도 참여했다. 4조원 규모의 이 딜을 위해 최 회장은 직접 일본으로 날아가 인수 작업을 이끌기도 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조 단위로 가는 M&A는 기본적으로 총수의 결단이 결정적이라고 본다"며 "특히 SK는 위기일수록 최 회장의 애니멀 스피릿(동물적 감각)을 통해 공격 투자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사회적 가치'로 지속경영 고민 적극 행보...이번주 '제주 CEO 세미나' 주목

2020 확대경영회의에 참석한 최태원 SK 회장
2020 확대경영회의에 참석한 최태원 SK 회장

최 회장은 '사회적 가치(SV·Social Value)'에 대한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전하며 관련 인프라 구축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이는 SK가 지속가능한 경영을 하기 위해서는 사회가 요구하는 사회적 가치를 창출해야 하며, 이를 창출하지 못하면 성장할 수 없다는 경영철학으로, 최 회장은 SK의 영속성을 위해선 이 같은 변화가 필수적이라고 강하게 당부하고 있다.

최 회장은 이를 위해 사회적 가치 측정과 관리체계를 적용해 투자활동을 펼치는 것은 물론, 그룹 내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SK수펙스추구협의회'를 통해 사회 속 기업 역할에 대한 고민을 지속하고 있다. 특히 그룹내·외에서 이 화두를 던지고, 상호 토론하는 자리를 마련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최 회장은 지난 6월 열린 2020 확대경영회의에서 "CEO들이 구조적 장애물을 해결하기 위한 자신만의 성장 스토리를 준비하고 출사표를 던져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우리가 키울 기업가치는 재무성과·배당정책 등 경제적 가치만이 아니라, 지속가능성·ESG·고객 신뢰와 같은 사회적 가치, 지적 재산권·일하는 문화와 같은 유·무형자산을 모두 포괄하는 '토털밸류'"라고 설명했다.

이어 8월에는 그룹 연중 행사인 제4회 'SK이천포럼'을 개최했으며, 9월에도 사회적 가치 관련 축제 '소셜밸류커넥트 2020(SOVAC)를 열어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바 있다. 특히 최 회장은 재계에서는 이례적으로 사내 방송에 출연해 행사를 직접 홍보하기도 해 관심을 끌었다.

오는 21일부터 23일부터 제주에서 열리는 'CEO 세미나' 역시 주목된다.

최 회장이 직접 회의를 주재하는데, SK텔레콤  SK이노베이션 SK하이닉스 등 그룹 내 모든 계열사 CEO와 고위 임원들이 참석한다. 특히 최 회장이 이 자리에서 SK의 내년 경영 전략 및 방향성이 담긴 경영 화두를 제시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재계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SK그룹 관계자는 "SK는 올해 지속가능경영을 위한 새로운 과제로 이해관계자들의 행복에 기반한 사회적 가치 창출 체계를 수립하고 실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비즈트리뷴=이서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