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진단] 위기의 저가항공사, 일제히 '유상증자' 돌입...왜?
[이슈진단] 위기의 저가항공사, 일제히 '유상증자' 돌입...왜?
  • 이기정 기자
  • 승인 2020.09.29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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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가항공사들이 코로나19에 따른 글로벌 항공업계 불황 극복을 위해 일제히 유상증자에 나서고 있다.

29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제주항공이 유상증자 흥행에 성공한데 이어, 진에어와 티웨이항공, 에어부산도 각각 유상증자에 한창이다. 파산 위기에 놓여있는 이스타항공을 제외하면 사실상 모든 저가항공사들이 유상증자를 나선 셈이다.

유상증자로 각 항공사들이 당장의 급한 불을 끄고, 자본 확보에 성공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될 우려가 높아 여전히 미래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사진=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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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가항공사 "스스로 살 길 마련한다"

티웨이항공은 이달 10일 주주배정 후 실권부 일반공모 방식으로 약 720억원의 유상증자를 추진한다고 지난 28일 밝혔다. 앞서 티웨이항공은 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했지만, 최대 주주인 티웨이홀딩스가 자금 확보에 실패하며 중단한 바 있다.

티웨이홀딩스는 이날 이사회를 열고, 티웨이항공 유상증자에 참여하기 위해 신주인수권부 사채(BW) 300억원을 발행하기로 결의했다고 밝혔다. 표면 이자율은 2%로, 만기 이자율은 4%다. 티웨이홀딩스는 11월 9일과 다음달 22일에 각각 신주인수권증권과 신주인수권이 분리된 채권을 상장한다. 마련한 자금은 티웨이항공 유상증자에 사용된다.

에어부산도 28일 891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한다고 공시했다. 발행 방식은 주주배정 후 실권부 일반공모 방식이며, 주당 발행가는 2970원으로 예상된다. 총 3000만 주가 발행될 것으로 예상되며, 유상증자가 이뤄지면 에어부산의 전체 발행 주식은 8207만주가 된다.

제주항공의 경우 이달초 진행한 1506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성공한 바 있다. 또 진에어도 14일 공시를 통해 유상증자 규모를 1050억원으로 확정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어려워진 상황을 항공사들이 자체적으로 극복하기 위해 유상증자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진=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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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상증자는 급한불 끄기...다른 대책 필요

저가항공사들이 일제히 유상증자에 돌입하면서 업계에서는 급한 불은 끌 수 있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여전히 부담이 크다는 우려가 여전하다.

특히, 고정비가 여전한 상황에서 유상증자 규모 자체가 넉넉하지 않은 수준일 뿐더러 이마저도 자금 확보를 위해 국가의 기간사업안정기금에 일부 기대고 있다.

제주항공의 유상증자에 대해 유승우 SK증권 연구원은 "유상증자 규모가 넉넉한 수준은 아니다"라며 "코로나19 진행 상황에 따라 추가적인 조달이 필요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또 진에어 유상증자와 관련, 방민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유상증자는 코로나19 장기화 가능성에 대비한 것"이라며 "내년 상반기까지는 무리 없는 현금 여력을 확보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최근 정부에서도 저가항공사에게도 기안기금을 지원할지에 대해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다만 저가항공사들 중 기안기금 조건을 충족하는 기업은 제주항공과 에어부산 밖에 없어 조건을 완화해야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한편, 저가항공사들은 3분기에도 우울한 성적표를 받아들 것으로 전망된다. 대형 항공사들이 화물 실적에 힘 입어 흑자기조를 유지하는 가운데, 저가항공사들은 이마저도 혜택이 크지 않다.

최근 국제선 일부 회복과 국내선 확장 등에 힘 입어 항공업계도 기지개를 펴고 있지만, 코로나19 글로벌 확산세가 잡히지 않아 당분간 어려운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비즈트리뷴=이기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