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신세계, 정용진·정유경 '2세경영' 본격화
[이슈분석] 신세계, 정용진·정유경 '2세경영' 본격화
  • 박진형
  • 승인 2020.09.29 13: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유경 사장(왼쪽)과 정용진 부회장(오른쪽)

신세계그룹의 2세경영이 본격화되고 있다.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이 최근 이마트와 신세계 보유 지분 8.22%를 자녀에게 각각 증여했다.

이번 증여로 이 회장이 보유한 이마트와 신세계 보유지분은 18.22%에서 10%로 낮아지게 됐다.

아들 정용진 그룹 부회장의 이마트 지분율은 10.33%에서 18.55%, 딸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의 신세계 지분율은 10.34%에서 18.56%로 바뀌면서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코로나19 등으로 인해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명희 회장이 그룹의 지속 성장을 위해 각 사의 책임경영이 더욱 중요해졌다고 판단하고, 이를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증여를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 이마트·신세계로 분리체제 확립

이 회장은 2016년 이후 경영일선에서 한발짝 물러나고 그룹 최대 총수로서 의미가 컸다. 이번 지분 승계로 2세 경영 체제가 본격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016년에는 남매의 주식 맞교환을 통해 '정용진=이마트, 정유경=백화점' 구도가 구축됐다. 이후 남매는 각자 회사를 경영하며 서로 간섭하지 않았다. 오빠 정용진은 마트, 편의점 복합쇼핑몰 사업, 동생 정유경은 백화점, 면세점, 화장품 사업을 이끌었다.

향후 이마트와 신세계가 공동 투자한 SSG닷컴을 비롯해 일부 중복되거나 협업했던 사업들의 운영 방향 또한 관전포인트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이들 남매가 이마트와 신세계의 최대주주에 오르면서 그룹이 계열 분리 수순에 접어든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 남매 경영능력 시험대

그룹의 지분정리로 책임경영이 강조되면서 정용진, 정유경이 CEO로서 능력도 재조명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올해는 코로나19 여파로 소비심리가 떨어지고 오프라인보단 비대면 소비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마트와 백화점 모두 경영환경이 좋지 않은 상황이다.

유독 피해가 심한 곳은 백화점업계다. 정유경이 이끄는 신세계는 백화점뿐만 아니라 면세점 부진까지 겹치며서 2분기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신세계 총괄사장에 오른 뒤 4년 동안 실적 성장세를 이끌어 온 정유경이 최대주주로 오른 이후 처음으로 받는 실적 성적표도 주목된다.

나은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신세계는 올해 실적 부진이 불가피하지만 럭셔리 소비 호조에 가장 잘 맞는 포트폴리오를 확보했다"며 "코로나 완화에 따른 백화점 사업의 점진적인 개선과 4분기부터 면세점 비용 대폭 완화 가능성이 주목된다"고 설명했다.

나 연구원은 이마트에 대해선 "여전히 매출 규모에 비해 매우 낮은 수익성을 보이고 있다"면서도  "트레이더스, 이마트24 등 소비트렌드 변화에 대응해 유통 채널 다각화뿐 아니라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있다"고 했다.

■ 3000억 증여세 재원 마련 어떻게… '광주신세계·신세계인터' 매각?

증권가에선 증여세 규모가 총 3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정 부회장의 증여세는 1941억원, 정 총괄사장은 1007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증여세 재원 마련이다.

정 부회장은 이마트에 대한 안정적인 경영권을 위해서는 이마트 지분 증여에 대한 증여세 재원이 따로 있어야 한다. 이명희 회장 지분을 다 증여받더라도 지분율이 28%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정 부회장이 지분 52.1%(약 1240억원)을 보유한 광주신세계가 재원마련 역할을 할 수 있다.

광주신세계를 증여세 재원으로 활용할 경우 매각처는 신세계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미 신세계는 광주신세계 지분율이 10.4%에 이르고 광주신세계 매출의 약 70%가 백화점 사업부문에서 나오기 때문에 명분도 뚜렷하다.

정 총괄사장도 마찬가지다.

정 사장이 이명희 회장 지분을 다 받아도 신세계 지분율은 28%다. 따라서 세금 재원이 별도로 필요한 상황이다. 지분 15.14%를 가지고 있는 신세계인터내셔날을 매각하는 방법이 거론된다. 

신세계의 신세계인터내셔날 지분율은 45.8%로 안정적이다. 정 사장 입장에선 신세계만 지배하고 있으면 신세계인터내셔날 경영권은 걱정할 필요가 없는 셈이다.

이미 정 사장은 지난해 12월 신세계인터내셔날 지분 4.2%를 증여세 재원 마련 목적으로 매각한 바 있다.

 

[비즈트리뷴=박진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