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편의점의 '골목 정복'
[기자수첩] 편의점의 '골목 정복'
  • 박진형
  • 승인 2020.09.27 08: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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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의민족과 요기요 등 배달 플랫폼 업체들이 상품을 직매입해 배달하는 서비스를 시작하자 편의점 점주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골목상권 등을 붕괴시킨다는 이유에서다.

한국편의점주협의회는 25일 입장문을 내고 "이들 업체(B마트·요마트)는 슈퍼마켓과 편의점, 중소형 마트 등 전통적으로 소매 업종에서 취급하는 식재료와 생활용품, 애견용품을 집중 공급하고 있어 골목상권 붕괴가 필연적"이라고 주장했다.

식재료와 생활용품, 애견용품은 쿠팡에서도 11번가에서도 위메프에서도 SSG닷컴에서도 판매한다. 이제 막 걸음마 단계인 B마트와 요마트가 시장에 새 플레이어로 등장했기 때문에 골목상권이 곧 뒤엎어질 것이라는 주장은 '자기 밥그릇 챙기기 위기조장용 발언'으로 보여진다.

골목상권을 걱정 중인 편의점도, '동네 구멍가게 잡아먹는 최상위 포식자'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했다는 사실은 아이러니하다. 인지부조화 발상이다. 편의점 수가 급증하면서 그 동안 골목상권을 지켜왔던 독립 슈퍼는 많이 망했다. 

편의점의 상위 5개 브랜드의 합산 가맹점 수는 2008년 1만370개였다가 이후 2017년 3만8511개를 기록했다. 동네슈퍼가 프랜차이즈 편의점으로 전환하기도 했지만, 경쟁에 뒤쳐저 폐업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을 것이다.

특히 편의점의 취급품목은 점점 확대되는 중이다. 편의점 가맹점 중에는 정육 자판기가 설치된 곳도 있다. 원두커피도 팔고 가성비 좋은 PB 브랜드 상품도 잇따라 출시하고 있다. 동네 정육점, 동네 커피숍, 동네 슈퍼 중에는 이들의 '먹잇감'이 됐을 지도 모르겠다.

골목상권을 보호해야 한다는 얘길하고 싶은 게 아니다. 편의점주협의회의가 강조한 '골목상권'이라는 단어로부터 파생된 경제논리를 따라가다 보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은 탄생하지 않는다. 경쟁을 막겠다는 거니 상식적인 귀결이다.

미꾸라지를 운송할 때 수족관에 메기를 넣으면 메기를 피해 다니느라 죽지 않는다고 한다. 천적에게 먹히지 않기 위해 죽기살기로 뛰어다녔기 때문이다. 다른 막강한 경쟁자의 존재가 기업의 경쟁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B마트는 1시간 이내에 소량으로 주문한 상품을 받고 싶어하는 고객을 만족시켰다. 복잡한 소비자의 기호를 찾아내 틈새를 공략한 것은 비판이 아니라 칭찬을 받아야 한다.

 

[비즈트리뷴=박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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