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공정경제 3법, 조금 더 논의해보자
[기자수첩] 공정경제 3법, 조금 더 논의해보자
  • 이기정 기자
  • 승인 2020.09.22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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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가 정치 도구냐"
자료=대한상의
자료=대한상의

정부와 여당이 이른바 공정경제 3법을 이번 정기 국회에서 통과시킬 것으로 알려지면서 재계가 바짝 긴장했다. 

공정 3법은 상법개정안과 공정거래법 개정안, 금융그룹 감독에 관란 법률 제정안 등을 말한다. 재계는 개정안에 포함된 '대주주 의결권 3% 제한', 다중대표소송제' 등 독소조항들이 대거 포함돼 기업들의 경영권이 위협 받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개정안에 포함된 내용들은 살펴보면, 경영권 위협 뿐 아니라 지배구조 변경에 따른 소요와 법 리스크, 노사 관계 악화 등 부작용이 예상된다.

정부에서는 '주주 권리 보호'라는 대의명분을 세웠지만, 코로나19 영향으로 글로벌 경제가 크게 휘청거리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굳이 왜 지금?'이라는 의문이 따라온다. 개정안에 포함된 내용들을 뒤로 한다고 해도, 시기가 잘못됐다. 국내 기업들이 코로나에 따른 경제 불황으로 '취약한 상태'에 직면했는데 굳이 지금 개정안으로 '카운터 펀치'를 날려 힘든 상황을 더 힘들게 만들어야만 할까.

아울러 개정안이 국회까지 올라오는 과정에서도 기업들의 의견은 사실상 묵살됐다. 그동안 경제단체들이 수차례 입장문과, 개정안의 문제점을 지적했는데도 반영된 것이 사실상 전무하다. 급기야 대한상공회의소가 자체적으로 '대안책'을 만들어 공정 3법에서 기업들이 처할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제시하기도 했다. 다만 이마저도 정기국회 기간 등을 고려하면, 반영될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재계에서 강하게 반발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충분히 논의를 통해 취지를 살리면서도 어려운 시국에 기업들에게 큰 부담을 주지 않을 방법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상태로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기업들은 방어책을 강구하기위해 '코로나19에서 살아남기' 전략에서 '공정 3법에 대한 대책 세우기' 체제를 전환해야 한다. 그런 상황이라면 기업인들에게 '코로나19 출구모색'이나 활력을 기대하기란 더더욱 어려워진다.  

재계에서는 주요 경제단체장들이 직접 나선 상황이다. 22일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국회를 방문해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개정안에 대해 논의를 나눴다. 이어 23일에는 손경식 한국경영자협회 회장도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만나 법 개정 저지에 나서달라고 호소할 것으로 알려졌다.

'착한기업'이 대중으로부터 큰 사랑을 받는 문화는 이미 형성된 지 오래다. 국내 기업들도 이러한 트렌드에 발맞춰 다양한 변신과 과감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에는 코로나19 극복과 수해 복구를 위해 사실상 국내 대기업 전부가 힘을 모아 물심양면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또 힘든 상황 속에서도 주주들을 위해 부담되지만 환원정책도 이어가고 있다.

상황이 이러한데, 굳이 지금 공정 3법을 화급하게 처리해야 할 지 의문이다. '코로나'라는 대적이 사라진 이후에, 아니면 최소한 기업들과 충분한 논의를 진행한 뒤 부작용에 대한 대비책을 확실하게 세운 다음이 공정 3법이 필요한 시기가 아닐까. 정부와 여당이 공정3법을 강행한다면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이 지적한 '경제가 정치 도구냐'는 말을 스스로 인정하는 꼴 밖에 안될 것이다.

 

[비즈트리뷴=이기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