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지역화폐는 과연? 순기능이냐,  역기능이냐   
[이슈] 지역화폐는 과연? 순기능이냐,  역기능이냐   
  • 채희정 기자
  • 승인 2020.09.20 15: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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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성남시 지역화폐
경기 성남시 지역화폐

지역화폐가 지역경제를 살리는 제1의 대안으로 손꼽히며,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앞다퉈 해당지역 상품권 발행에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한국조세재정연구원(조세연)이 제동을 걸고 나서며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이재명 경기지사가 이에대해 '육두문자성 역정'을 낸 뒤, 야권의 정치인들이 가세하며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지역화폐 논쟁은 이재명 지사와 윤희숙의원(국민의 힘)간 SNS설전으로 이어지며 공개토론 제안까지 등장했다.  

과연 지역화폐는 지역경제 활성화와 국가경제에 순기능보다 역기능이 많은 것일까. 

논란의 불씨, 조세재정연구원 보고서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지난 15일 조세재정브리프에서 송경호·이환웅 부연구위원의 ‘지역 화폐의 도입이 지역경제에 미친 영향’ 보고서를 소개했다. 이들은 특정 지역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지역화폐 발행이 보조금과 인쇄 비용 등 여러 비용이 들고 경제적 효과도 제한적이라는 지적했다.  송경호, 이환웅 부연구위원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피해 규모가 특히 큰 관광 특화 지자체 등 특정 시점과 지역에 한정해 중앙정부가 지역 화폐 발행을 보조하는 방법을 제언한다”며 “지역 화폐 발행이 시장 기능을 왜곡시킨다는 측면에서 지역 화폐를 통한 간접지원이 아닌 지역 내 사업체에 대한 직접 지원이 더 바람직할 수 있다”고 했다. 

조세연은 이 보고서에서 중앙정부 보조금 9천억원의 효과여부와 지역보호경제의 역기능에 주목한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중앙정부의 올해 지역화폐 보조금은 9000억원에 달한다. 지자체는 올해 총 9조원의 지역화폐 발행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유통촉진차원에서 10% 할인가격에 판매하면서 야기되는 10% 차액을 중앙정부에서 보조하고 있다. 

조세연은 이 9000억원 가운데, 소비자후생으로 이전되는 못하는 손실이 460억원, 지역화폐 발행및 운용 부대비용 1800억원 등 총 2260억원의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이외에도▲ '현금깡'이 발생하고 있고, 이를 단속하는 비용도 발생하고 있고 ▲지역화폐가 특정 지역 내에서만 사용되는 만큼, 일종의 보호무역처럼 인접 다른 지역의 소매업 매출은 감소시키고 ▲특히, 지역화폐가 온누리상품권 등 다른 상품권이나 현금을 단순 대체하는 경우에는 소형마트 매출을 늘리는 효과도 기대할 수 없다고 '지역화폐'의 역기능을 꼬집었다. 온누리상품권은 전국 각지 전통시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전국구 유가증권'으로 2009년 부터 발행되고 있다.   

특히 지역화폐 발행규모는 지난 2016년 1168억원에서, 올해 9조원으로 급증했다. 2년새 11배가 늘어난 것이다. 

물론 지역화폐의 순기능도 거론했다. 

지역화폐를 도입할 경우, 소상공인 매출 증가와 함께 대형마트의 매출액이 지역 내 소상공인에게로 이전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분석의 초점은 전국 모든 자치단체가 도입할 경우, 중앙정부 관점에서는 지역화폐의 순기능보다 역기능이 크다는 게  이 보고서의 관점이다.

송경호 위원은 "특정 지자체의 지역화폐 발행은 인접한 지자체의 지역화폐 발행을 유도하는 효과가 있다. 결국 모든 지역에서 지역화폐를 발행하게 되면 매출증가 효과는 줄고 발행비용만 순효과로 남게 된다"고 지적했다. 

송 위원은 그러면서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피해규모가 특히 큰 관광특화지자체 등 특정 시점과 지역에 한정해 중앙정부가 지역 화폐 발행을 보조하는 방법을 제언한다”며 “지역 화폐 발행이 시장 기능을 왜곡시킨다는 측면에서 지역 화폐를 통한 간접지원이 아닌 지역내 사업체에 대한 직접 지원이 더 바람직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경기도 지사
이재명 경기도 지사

  
이재명 경기도 지사 "발끈"

조세연 보고서가 보도되자,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발끈하고 나섰다. 

이 지사는 15일 오후 페이스북에 “이재명의 정책이라는 이유로 근거 없이 비방하는 것이 과연 국책연구기관으로서 온당한 태도인지 묻는다”며 조세연을 겨냥, '얼빠진 정책연구기관'이라고 비판했다. 

이 지사는 그동안 지역화폐가 지역 발전의 원동력이라는 주장을 펼쳐왔다. 

이 지사는 “정치적 고려에 의한 것으로 추정되는 일방적 주장을 연구결과라고 발표하며 정부정책을 폄훼하는 정부연구기관이 아까운 국민혈세를 낭비하는 현실이 참으로 실망스럽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지역화폐의 순기능을 거듭 강조했다.

이 지사는 “지역화폐는 골목상권을 살리고 국민연대감을 제고하는 최고의 국민체감 경제정책이다. 지역화폐는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가며 계속 확대시행 중이고 금번 정부재난지원금도 소멸성 지역화폐로 지급돼 그 효과가 배가된 것은 주지의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이 지사는 "정부정책 훼손하는 국책연구기관에 대해 엄중문책이 있어야 마땅하다"고 역정을 냈다.

경기도는 올해 ‘재난 기본소득’으로 1인당 10만원씩 1조3000억원 상당의 지역화폐를 도민들에게 나눠줬다.   특히 ‘추석 경기 살리기 지역화폐’도 발행할 예정이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명 지사는 17일에는 조세연에 대해 "국민 세금으로 국민들에게 고통을 주는 결과물을 내는 건 철밥통 위치에서 그 고통을 외면하는 것 아니냐"고 거듭 조세연을 공격했다. 

여기에 여당 원내대표가 이재명 지사에 힘을 실어주고 가세했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지역 화폐가 코로나19 상황에도 지역경제 활성화에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민주당과 정부는 내년도 예산에서 지역사랑 상품권의 발행 규모를 15조원대로 대폭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지난해 지방행정연구원 자료를 인용했다.  그는 "재정투입에 따른 지역화폐 발행의 승수효과는 생산 유발액 기준 1.78배, 부가가치 유발액 기준 0.76배로 나와있다” 며 “지역화폐가 지역내 선순환 경제 생태계를 만든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 아니겠느냐”라고 주장했다. 

윤희숙 의원
윤희숙 의원

윤희숙의원 '조세연' 옹호

여기에 국민의 힘 소속 윤희숙 의원이 나섰다. 경제학자인 윤 의원은 조세연의 보고서에 대해 "분석과 서술방식 모두 잘 쓰인 보고서"라고 치켜세웠다. 그러면서 이재명 경기도지사에 대해서는 '식견이 얕음을 내보이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윤 의원은 19일 페이스북에 “전문가의 분석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지자체장이 보고서를 쓴 전문가를 비난하고 위협하면서 지역화폐 효과 여부보다 훨씬 더 심각한 우리 정치의 고질적 문제가 드러났다”고 적었다. 

윤 의원은 "전문가집단은 막대한 투자를 통해 키워져 한 사회의 핵심 정신과 지식을 이어가야 할 소중한 존재”라며 "권력을 가진 이들이 (전문가집단을) 힘으로 찍어누르려 하는 것은 한 나라의 지적 인프라를 위협하는 일인 동시에 전문성의 소중함에 대한 본인들 식견의 얕음을 내보이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윤 의원은 지역화폐의 단점을 적시하며 조세연을 엄호했다. 

윤 의원은 “경제학자 눈에 지역화폐 문제는 너무나 명확하다.  온라인 사용도 어렵고, 다른 지역에서의 사용도 안되고, 많은 업종에서는 아예 사용불가이고, 포함업종이라도 가게 앞에 가기까지는 사용해도 되는 지를 확실히 알 수 없는 지역화폐는 그런 면에서 단점이 크다”고 지적했다. 

윤 의원은 그러면서도 이 지사의 입장을 이해한다는 듯 적었다. 그는 “지자체장으로서는 지역화폐를 이용하고 싶은 마음이 크게 마련이다.  식당이나 시장 등 지역화폐가 주로 사용되는 업종의 소상공인을 우선 떠받쳐 돈이 도는 듯한 분위기를 띄우는 것이 지자체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고 느끼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그러자 이재명 지사는 19일 윤의원을 향해 공개토론을 제안했다.  

이 지사는 "경제 전문가인 윤희숙 위원장님, 지역화폐는 소비의 지역간 이전 차단보다 업종내 규모별 재분배에 더 중점이 있다는 거 모르시진 않으시지요?"라고 묻는다.  

이 지사는 이어 "윤 의원은 비중이 적은 소비의 지역 이전 부분만 강조하고 핵심요소인 규모별 이전 효과는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것 같다.  일부 보수언론 뒤에 숨어 불합리한 일방적 주장만 하지 말고, 수차례 제안한 국민 앞 공개토론에서 당당하게 논쟁해 보실 용의는 없냐"고 토론을 제안했다. 

[비즈트리뷴=채희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