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고대史...‘전기차 배터리’ 개발 40년의 기억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고대史...‘전기차 배터리’ 개발 40년의 기억
  • 이서련 기자
  • 승인 2020.09.17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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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이노베이션 배터리를 연구원이 들고 있다.ㅣSK이노베이션

대한민국 반도체 신화를 이어갈 미래 먹거리 사업으로 전기차 배터리 산업이 부상하고 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전자, 자동차, 반도체, 석유화학 등 모든 산업이 오랜 준비를 통해 가능했던 것처럼, 전기차 배터리 산업 역시 어느 날 갑자기 시작돼 지금의 성장가도에 올라서게 된 것은 아니다. 

■38년 전 시작된 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 배터리 사업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사업을 향한 꿈은 지금으로부터 38년 전인 1982년 시작됐다. 선경그룹이 인수한 대한석유공사가 사명을 ‘유공’으로 바꾸던 해다. 당시 ‘종합에너지 기업’이라는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 ‘에너지 축적 배터리 시스템’을 미래 사업으로 선정한 것이 그 출발선이었다. 

유공은 당시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 1985년 울산에 정유업계 최초로 지금의 대덕 기술혁신연구원의 전신인 기술지원연구소를 설립하게 된다. 이후 1980년대 말부터 본격적인 준비에 들어가 91년 전기차에 필요한 첨단 배터리를 개발하기 시작한다. 1993년에는 한 번 충전으로 약 120km를 달릴 수 있는 전기차와 배터리 개발에 성공한다. 당시는 전기로 가는 자동차는 아직 책 속에서만 존재한다고 생각하던 때다.

2000년대 들어 SK이노베이션은 완성차 업체들의 전기차 개발에 발맞춰 하이브리드 전기차에 이어 순수전기차용 배터리 제조에 박차를 가했으며, 2010년에는 대한민국 전기차 역사의 터닝포인트를 찍는 순간을 함께 했다. 대한민국 최초의 양산형 순수전기차 현대 블루온에 SK이노베이션 배터리가 탑재되는 개가를 올린 것이다. 

어느 덧 불혹에 가까워진 SK이노베이션 전기차 배터리의 역사, 그 유년기의 기억을 살펴보며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이유를 알아본다.

■유공(油公)의 새로운 미래, 에너지 축적 배터리 시스템

1982년 12월 9일에 열린 ‘최종현 선대회장과 유공 부과장 간담회’ – 선경 40년 사사 중ㅣSK이노베이션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사업에 대한 꿈은 1993년 발간된 ‘선경 40년 사사’에서 확인할 수 있듯 지난 1982년 12월 9일에 열린 ‘최종현 선대회장과 유공 부과장 간담회’에서 처음 모습이 드러난다. 

‘선경 40년 사사’에 따르면 1981년, 최종현 선대회장(당시 사장)은 유공에 사장실을 설치하고 ‘SKMS(SK Management System)’에 의한 경영체질 개선에 주력해 왔다. 특히 1982년 12월 9일, 최종현 선대회장은 유공의 부/과장과의 간담회 석상에서 유공의 새로운 미래를 제시했다.

“세계 각국은 1970년대의 오일 쇼크로 인해 대체에너지를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우리도 마찬가지로 이러한 상황변화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유공을 정유회사로만 운영할 것이 아니라 종합에너지회사로 그 방향을 바꿔야 한다.
 
종합에너지에는 정유 뿐만 아니라 석탄, 가스, 전기, 태양에너지, 원자력,에너지축적 배터리 시스템‘ 등도 포함되는데 우리는 장기적으로 이러한 모든 사업을 해야 하며, 석유화학사업도 종합에너지와 직·간접적으로 관련되는 부문을 모두 다룰 수 있어야 한다

이렇게 해야만 다운스트림(Down Stream)까지도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게 되고, 설령 직접 할 수는 없다 하더라도 남을 시켜서 할 수 있는 간접적인 힘은 키워 놓을 수 있는 것이다. 원유도 현재는 남이 개발한 것을 도입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우리가 직접 개발해서 도입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이러한 모든 계획을 무리 없이 추진하기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기술을 축적해 나가야 하는데, 기술 축적은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므로 꾸준히 기술자를 양성해야 하고 기업의 방향도 기술집약적인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

누구나 다 만드는 제품을 가지고는 시장성에 따라 망할 수도 있고 흥할 수도 있지만, 남이 만들어내기 어려운 제품의 기술을 가져야 한다”

최종현 회장은 그 자리에서 “석유가 지하자원이므로 그 사업 또한 한계가 있고 더욱이 공해문제가 뒤따르고 있기 때문에 될 수 있는대로 빨리 방향을 바꿔야 한다”며, “그렇다고 정유사업을 하지 말자고 하는 것이 아니고, 10년 후에 가서는 정유사업이 다른 에너지 사업에 비해 그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아질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라며 ‘종합에너지 기업’이라는 유공의 비전을 설명했다.
 

■유공, 1985년 11월 업계 최초로 기술지원연구소 설립

1985년 11월 12일, 신문에 보도된 유공의 업계최초 기술지원연구소 설립 관련 기사(뉴스 라이브러리 캡처)ㅣSK이노베이션
1985년 11월 12일, 신문에 보도된 유공의 업계최초 기술지원연구소 설립 관련 기사(뉴스 라이브러리 캡처)ㅣSK이노베이션

1985년 11월 12일에 발행된 신문보도에 따르면 당시 유공은 기존 기술의 개량과 새로운 에너지개발을 위해 정유업계에서는 처음으로 ‘기술지원연구소’를 설립해 1985년 11월 11일, 울산에서 준공식을 가졌다. 이 기술지원연구소에는 총 1백억 원이 투입됐으며 1986년 3월 15일 착공, 이후 8개월 만에 준공된 것이다.

■1991년 12월 첨단 축전지(전기차 배터리) 이용한 4륜 전기차 개발 나서

1991년 12월 23일, 신문에 보도된 유공의 첨단 축전지 개발 관련 기사(뉴스 라이브러리 캡처)ㅣSK이노베이션

1991년 12월 23일 기사에선 유공이 전기차 개발에 나선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날 기사에 따르면 유공은 당시 울산 석유연구실에서 태양전지를 이용한 3륜 전기차 제작에 성공했으며, 성능시험을 가졌다. 또한, 유공은 이를 바탕으로 1992년 상반기 중 4륜 전기차 제작에 나서기로 했다.

또한 “이와 관련해 유공은 전기차의 핵심부품인 축전지 개발 계획을 세워놓고 있는데 오는 1993년 말까지 이를 완료할 계획이다. 이번에 시험 제작된 3륜 전기차는 최고 속도가 시간 당 20km, 1회 충전 주행거리가 40km 정도다. 유공은 이를 계기로 1992년도에 축전지를 이용한 4륜 전기차 개발에 본격 착수해 7월경 주행 시험에 나설 계획이다. 이 같은 전기차 개발계획은 유공이 추구하는 첨단 축전지 개발연구의 일환으로 추진되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또 “유공은 특히 무게가 적고 에너지 집적도가 큰 축전지 개발을 위해 니켈-카드뮴 전지, 니켈-수소 전지, 나트륨-유황 전지 중에서 하나를 선정해 개발에 나설 계획이다. 4륜 전기차의 연구 개발에는 10억원, 축전지 개발에는 5억여원이 투입된다”는 내용도 확인할 수 있다.

■유공 울산연구소, 전기차용 첨단 축전지 개발 주관기관으로 선정

1992년 12월에 발행된 ‘유공 뉴스레터 6호’에 실린 ‘유공 전기차용 첨단 축전지 개발 주관기관 선정’ 관련 기사ㅣSK이노베이션

1992년 12월에 발행된 유공 뉴스레터 6호에서는 당시 유공 울산연구소가 G7 과학기술과제 중 전기차용 첨단 축전지 개발 주관 기관으로 선정됐음을 알 수 있다. 연구에 참여한 기관은 주관 기관인 유공 울산연구소를 비롯해 기아자동차, 자동차부품 종합연구소, 기계연구소, 연세대학교 등이며, 이들 기관은 1998년까지 정부의 지원을 받아 전기차용 첨단 축전지인 나트륨-유황 전지를 개발할 계획이라고 나와 있다. 그 당시 유공 연구소가 배터리 관련 연구개발 기관으로 선정된 것은 유공만이 배터리 연구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기사에는 또 “울산연구소 신에너지연구팀에서는 제1단계 연구 기간인 1995년까지 약 10억원의 연구비를 정부로부터 받아 연구를 수행하게 된다”며, “개발 대상 축전지인 나트륨-유황 전지는 첨단 축전지 중 가장 성능이 우수한 전지로서 전기차에 장착했을 경우 기존 전지에 비해 1회 충전 주행거리가 3배 이상(약 300km) 늘어나게 된다”고 쓰여 있다.

뿐만 아니라 해당 기사를 통해 1992년 당시 세계적으로 배터리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은 캐나다의 HBS, 독일의 HBB, 영국의 클로라이드, 일본의 NDK 등 4개사에 불과한 것도 확인할 수 있다.

■1993년 1월 발간된 ‘유공 소식’, 유공 전기차 관련 특집기사 게재

1993년 1월에 발행된 ‘유공 소식86호’에 실린 유공 전기차 관련 특집기사ㅣSK이노베이션

1993년 1월에 발행된 유공 소식 86호에는 유공 전기차 관련 특집기사가 2면에 걸쳐 자세히 소개됐다. 해당 기사는 전기차의 등장 배경과 전기차의 구조에 대해 설명하면서 유공이 전기차를 제작하고 있음을 알리고 있다.

기사는 “신재생에너지 개발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보여온 유공이 국내외 기술 수준 및 달성가능도, 장래의 사업전망 그리고 기존사업과의 연계성 등을 고려해 전기차용 첨단 축전지를 개발 중이며 이는 G7 과학기술과제를 통해 정부의 지원을 받고 있다”고 밝힌다.

또한, “울산연구소 석유연구실에서는 앞으로 개발될 첨단 축전지의 실증시험을 위해선 전기차가 필요하다는 판단 아래, 기존의 5인승 승용차를 개조하여 전기차 1대를 제작했다”며, “제작기간은 설계 및 부품구입을 포함해 1992년 3월부터 11월까지 총 9개월이 소요됐고, 이 과제를 담당한 신에너지연구팀 외에 울산연구소 정비반이 주요부품 설치작업에 참여했다”면서 “석유연구실에서는 반복 충·방전을 통한 축전지의 성능 향상 및 회로의 점검과 개선을 계속 진행중”이라고 밝혔다.

기사는 말미에 “이 과제를 통해 전기차 제작 및 축전지 운용에 대한 여러가지 노하우를 습득한 것은 나름대로 큰 성과로 판단되며, 제작된 전기차를 통해 지금까지 신재생에너지 및 미래의 첨단기술 개발에 힘써온 유공의 의지를 널리 알릴 수 있는 것 또한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된다”고 강조했다.

■유공, 1993년 1월 전기차 개발

1993년 1월 19일, 신문에 보도된 유공의 전기차 개발 관련 기사(뉴스 라이브러리 캡처)ㅣSK이노베이션

1993년 1월 19일 신문은 유공이 전기차를 개발했다고 보도했다. 기사는 “유공이 전기차용 첨단 축전지의 실용화를 위해 시험용 전기차를 제작, 운행 시험에 들어갔다. 기존 5인승 자동차를 유공 자체 기술진이 개조해 모터와 컨트롤러 축전지 등을 장착한 유공의 전기차는 현재 울산 석유화학단지에서 주행시험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첨단 축전지의 실증 시험용으로 유공이 제작한 전기차의 목표 성능은 최고 속도 130km/h, 1회 충전 주행거리 120km”라며, “그동안 국내에서 개발된 전기차의 최고 성능은 최고속도 100km/h, 1회 충전 주행거리 100km 선이며 외국 전기차도 최고속도 60~120km/h, 1회 충전 주행거리 80~200km 선으로 유공 전기차의 성능이 입증되면 국내 전기차의 실용화 시기를 앞당기게 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나타냈다.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사업의 현재와 미래

이 같은 배터리 고대사가 지금의 SK이노베이션을 만들었다고 회사 측은 설명한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2012년 세계최초로 배터리의 힘과 주행거리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양극재를 구성하는 금속인 니켈-코발트-망간 비율을 각각 60%, 20%, 20%로 배합한 NCM622 양극재를 적용한 배터리를 개발했으며, 역시 세계최초로 2014년 양산에 성공했다.

회사는 이보다 진화한 NCM811 양극재를 적용한 배터리도 2016년 세계최초로 개발하고 2018년부터 양산 중이다. 더 나아가 NCM9 1/2 1/2(구반반) 양극재를 적용한 배터리 개발에 지난 해 세계최초로 성공, 현재 OEM사의 수요에 맞춰 2022년 양산을 계획 중이다.

뿐만 아니라 국내를 넘어 글로벌 탑티어가 되기 위해 미국/중국/유럽에 전기차 배터리생산 거점을 마련하는 등 공격적인 투자를 진행하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 배터리 생산규모는 2020년 20GWh, 2023년 71GWh, 2025년 100GWh로 확대될 예정이다. 

SK이노베이션은 이모빌리티(e-Mobility)에 기반해 전기차 배터리 생산 뿐 아니라 배터리 사업의 전후방 벨류체인을 완성할 수 있는 5R(Rental, Recharge, Repair, Reuse, Recycle)을 전략 플랫폼으로 한 BaaS(Battery as a Service) 체계를 구축해 e-mobility 솔루션 공급자로 성장한다는 목표다.

이처럼 40여년 전부터 시작된 SK이노베이션의 ‘Total Energy Solution Provider’로의 꿈은 현재 진행형이다.

[비즈트리뷴=이서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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