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인천국제공항공사 구본환사장, 내가 왜 물러나? 
[CEO]인천국제공항공사 구본환사장, 내가 왜 물러나? 
  • 채희정 기자
  • 승인 2020.09.17 08: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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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환 사장 KBS방송화면 캡처
구본환 사장 ㅣKBS방송화면 캡처 

구본환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이 해임 위기에 내몰렸다. 국토교통부가 사실상 구사장에게 '권고사직'을 요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최근 구본환 사장의 해임 건의안을 기획재정부에 요청했다. 그러자 구 사장은 지난 16일 기자들을 불러모아놓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해임되어야할 사유가 자신에게는 없다고 항변했다. 해임사유 가운데 표면적으로는 부적절한 법인카드사용문제, 직원 직위해제 등이 꼽힌다. 그렇다고 경질할 정도의 사안은 아니라는 게 중론이다. 결국 청년세대의 분노를 야기한 '인국공'사태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구사장의 임기는 절반가량 남겨두고 있다. 정부부처가 해당부처 출신 산하 기관장을 임기 도중에 해임 건의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구본환 사장, "나는 억울해" 

구 사장은 행정고시(33회)에 합격해 국토부 항공정책실장(1급)을 거친 고위 관료 출신이다. 지난 2019년 4월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에 취임했다. 그는 교통분야 공직에서 잔뼈가 굵었던 만큼 공항 및 항공산업 전문 CEO라는 평가도 받았다. 대다수 공기업 사장이 그렇듯이 현정부와 코드와 맞는다는 평가가 많았다. 그는 충남 논산태생으로 전주고, 서울대를 졸업했다. 그런 그가 해임 위기에 직면한 것이다. 

구 사장은 16일 공사 청사 대강당에서 기자간담회를 통해  “이달 초 국토교통부 고위 관계자로부터 자진 사퇴 요구를 받았는데, 자진 사퇴를 전혀 생각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그는 "그만둬야 할 사유를 모르겠다. 국토부 감사를 받았는데 지난해 10월 태풍 대처 문제와 올 2월 있었던 직원 직위해제 건이 전부였다. 그것으로 해임을 한다는 게 당혹스러웠다. 그것이 공공기관법의 해임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 나도 사퇴 명분이 필요해 절충안을 냈다. 청원경찰 직접고용 문제, 스카이72(골프장)나 코로나19 공항 피해 최소화 등을 어느정도 완료한 뒤 내년 상반기까지 근무하겠다고 했으나 그마저도 거부당했다”고 하소연했다. 구 사장은 “국토부의 해임 건의안 제출로 기획재정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가 24일 열릴 예정이다. 그 자리에 출석하라고 해 소명을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비정규직 직접고용 계획은  

인천국제공항공사는 문재인 정부의 정규직 전환 1호 사업장으로 주목을 받았다.  문대통령은 취임이후 공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인천국제공항공사를 방문, ‘비정규직 제로’를 약속했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2017년부터 1만여 명에 이르는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정규직 전환을 추진중이다. 

그러나 구 사장 해임논란에 휩싸인데다 구사장도 법적대응으로 나설 개연성이 높은만큼 인국공의 비정규직 직접고용 일정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당초 '정규직 전환 컨설팅단'의 자문을 받아 7월부터 직접고용 절차에 들어가 10월 서류전형, 11월 적격심사 및 필기전형, 면접시험 등을 모두 마쳐 12월 직접고용을 모두 마무리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정규직 전환 컨설팅단에는 사측, 정규직노조, 보안검색노조 등과 전문가들이 모두 참여하기로 되어 있다.  그러나 노조들은 자칫 '직접고용의 명분쌓기'에 이용될 수 있다는 이유로 컨설팅단 참여를 거부하고 있다. 여기에 구 사장 해임이슈가 등장하면서 인국공의 '비정규직 직접고용'은 장기간 지연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지난 6월 기준 인천국제공항공사의 정규직 전환대상자는 9785명이다. 이 가운데 공항소방대 211명,  야생동물통제 30명, 보안검색 노동자 1902명 등 총 2143명을 직접고용한다는 계획이다. 

[비즈트리뷴=채희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