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신한금융 유상증자...시장의 기대와 우려
[이슈분석]신한금융 유상증자...시장의 기대와 우려
  • 김민환 기자
  • 승인 2020.09.07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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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금융지주가 1조1582억원 규모의 3자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한 가운데 시장에서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신한금융지주가 예정대로 유상증자를 마칠경우, 지배주주는 기존 재일교포주주들로부터 글로벌펀드로 이동하게된다. 상반기말 현재 신한지주 지배구조를 보면 국민연금이 9.86%를 제외할 경우, 재일교포 주주들이 약 15~17%가량의 지분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증자가 마무리될경우, 재일교포 주주 지분은 감소하는 반면 글로벌 펀드 지분율이 16.6%로 높아지게된다. 특히 신한금융그룹은 그동안 재일교포 주주들의 뜻에 따라 사실상 최고경영진이 결정됐던 만큼 이번 증자성사에 대한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사회 중심의 지배구조 독립성을 강화함으로써 미국 대형은행과 같은 선진적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일환으로 보고 있다. 이른바 관치금융을 차단할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일각에서는 증자목적을 기존주주들이 납득하기에는 다소 불분명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증자명분이 약하다는 것이다. 

신한금융은 최근 홍콩계 글로벌사모펀드(PEF)운용사인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와 베어링프라이빗에쿼티아시아를 대상으로 신주 3913만주(전체 보통주 발행 주식수의 8.2%)를 발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신한금융은 특히 향후 자본 정책과 관련, "목표 보통주 자본비율을 12%로 설정하기로 했다. 이를 상회하는 자본에 대해 분기 배당, 자기주식 취득 등을 통해 주주에게 환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JP모건체이스 등 미국은행식 자본정책을 취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이번 유상증자로 코로나19에 따른 불확실성을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경기가 회복될 때 자본여력을 활용해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며 "증가한 자본을 활용해 수익을 개선하고 주주 가치 제고로 이어질 수 있도록 주주환원 시기 등을 다변화 하겠다"고 했다. 

■ 지배구조 독립성 강화하나

키움증권은 신한금융지주의 유상증자 결정은 주가가 재평가되는 결정적인 호재로 진단했다. 은행 주가 할인의 가장 중요한 영향을 미친 변수인 지배구조의 독립성을 확보하게 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키움증권 서영수 연구원은 "이번 유상증자 결정은 미국대형은행과 같은 선진적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판단으로 해석된다. 실제 사모펀드가 추가로 2명의 사외이사를 선임하게되면 이사회 15명 중 8명이 재일교포, BNP파리바, 사모펀드로부터 선임된다"며 "이에 따라 배당 등 주요 경영 전략에 있어 CEO가 독단적인결정을 하거나 금융당국의 직·간접적 개입이 어려워진 것으로 평가할 만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번 증자로 보통주 자본비율은 6월말 기준으로 11.85%까지 상승하게된다. 하반기 이익을 고려해 볼때 연내 12%를 달성할 것으로 보인고 2021년부터는 분기 배당, 자사주 매입 등을 통한 배당성향 상향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대로면 보수적으로 보더라도 2020년부터 배당성향은 50% 내외는 가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진상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이번 증자의 취지는 코로나19 확산을 포함한 향후 금융 환경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투자은행(IB)·글로벌 등 신성장 동력을 원활하게 추진할 수 있는 자본력 강화에 있다”며 “M&A를 포함한 성장 전략 추진과 코로나19 리스크 대응이라는 공수 양면을 겨냥한 증자로 판단한다”고 분석했다.

■ 커지는 우려...자금 용처 불확실?

신한금융의 이번 유상증자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않다.

유상증자 목적이 불분명하다는 점, 전략적 투자자 유치를 강조한 만큼 향후 청사진을 내놔야 한다는 점 등이 부담요인으로 꼽혔다.

구경회 SK증권 연구원은 "이번 유상증자로 발행되는 물량이 기존 주식의 8.2%에 달해 단기적으로 주가에 부담이 될 것"이라며 "회사측은 증자 이유로 보통주자본 확충, 증자 참여자들과의 전략적 제휴등을 거론했으나, 기존 주주들을 완벽히 설득하기에는 다소 부족하다"고 진단했다.

김도하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현 상태에서 '선제적' 자복여력 강화를 위해 주당 가치를 희석하는 것은 기존 주주들을 설득하기 어렵다"며 "물론 코로나19로 인한 실물경기 부진, 사모펀드 이슈, 자본정책 불확실성 등 리스크가 상존하는 환경에서 필요한 조처일 수 있으나, 해외사업 확대, M&A 등 자금이 소용될 용처가 가급적 빠르게 가시화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DB금융투자 이병건연구원은 "CFO 언급의 행간을 읽어보면, 회사측에서는 당장에 큰 리스크는 없다고 하면서도 코로나19 관련 상황을 엄중하게 보고있는 것같다. 그러면서도 아시아 시장에서 소규모 M&A딜들을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며 "동신한금융의 이익체력을 감안하면 투자자들을 설득하기에 명분이 약해 보인다"고 꼬집었다.

그는 "투자자들이 납득하기 어려운 점은, 1조1582억원이라는 증자대금이 결코 큰 금액이 아니라는 점이다. 신한금융의 연간 당기순이익은 3.3조원에 달하며, 올해 예상되는 현금배당금 총액도 8340억원에 달한다"며 "증자 규모는 해외 대형금융사를 사기에는 부족한 금액이고, 소규모 M&A 관련해서는 차고 넘친다"고 말했다. 그는 "회사측에서는 판매 투자상품 관련 손실규모나 코로나19관련 추가 충당금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은 아니라고 하고 있으며, 굳이 올해말까지 12%의 CET1을 달성하는 것도 자체적인 보수적 결정일 뿐이라고 언급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CFO는 '코로나19 위기가 얼마나 연장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이 주가가 아주 낮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도 언급했다"고 전했다.

한국투자증권 백두산 연구원도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악화 환경에서도 호실적이 이어지면서, 올해 예상 ROE는 8.5%에 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PBR이 0.36배로 저평가 상황인데, 우선주를 포함한 전체 발행주식수의 7.9%에 달하는 신주가 발행되어 주주가치 희석이 불가피하다"며 "BPS 감소 및 향후 자본정책 관련 불확실성이 커진 것을 반영해 목표주가를 하향조정한다"고 했다.

[비즈트리뷴=김민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