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소' 이재용...수심위 무시한 검찰과 깊어지는 삼성의 '한숨'
'기소' 이재용...수심위 무시한 검찰과 깊어지는 삼성의 '한숨'
  • 이기정 기자
  • 승인 2020.09.01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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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무리한 수사·기소 비판 피하기 어려울 듯
이재용 기소에 재계와 삼성 '경영 공백' 우려

검찰이 수사심의위원회의 권고를 끝내 무시하고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과 관련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기소를 강행했다.  삼성에겐 오너 부재에 따른 '경영 리스크'가 현실화됐다.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는 1일 이 부회장을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행위 및 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이날 검찰은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장 등을 포함해 10명도 재판에 넘겼다.

이번 검찰의 기소로 이 부회장이 향후 2~3년 동안 관련 재판을 받게 되면서, 삼성은 오너 부재에 따른 경영 리스크를 피할 수 없게 됐다. 특히 이 부회장이 최근 '동행'과 '현장경영' 등을 앞세워 코로나19 속 위기 돌파에 앞장서왔던 만큼, 재계에서도 이 부회장의 공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5월 중국 산시성에 위치한 삼성전자 시안반도체 사업장을 찾아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ㅣ사진=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5월 중국 산시성에 위치한 삼성전자 시안반도체 사업장을 찾아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ㅣ사진=삼성전자

■ 검찰, '무리한 수사+기소' 지적 피하기 어려울 듯

검찰이 이번 기소를 결정하면서, 검찰은 무리한 수사과정과 결론 모두에 대한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우선, 검찰은 수사심의위의 권고를 무시했다. 지금까지 검찰이 10여차례 열린 수사심의위에서 이번 사건을 포함해 가장 최근 열린 '채널A' 심의위의 권고만 뒤집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결정이다.

이날 검찰은 "지난 두 달 동안 수사내용과 법리 등을 심층 재검토했다"며 "전문가 의견청취의 대상과 범위를 대폭 확대해 다양한 고견을 편견 없이 청취했고, 수사전문가인 부장검사 회의도 개최했다"고 설명했다.

검찰이 수사심의위 권고를 충분히 고려해 판단을 내렸다고 강조했지만, 앞서 수사심의위에서 10:3이라는 앞도적인 의견으로 불기소를 권고했던만큼 파장은 클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수사심의위가 '검찰 개혁'의 일환으로 만들어졌다는 점도, 검찰이 이번 결정을 통해 스스로 만든 개혁안을 무시한 꼴로 비춰지면서 부담요소로 자리잡았다.

한 재계 관계자는 "검찰이 수사심의위의 권고에도 불구하고 이재용 부회장을 기소한 것은 우리 기업들의 사법 리스크가 얼마나 심각한지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검찰은 기소 과정에서도 무리한 수사를 이어왔다는 비판에도 직면해있다. 

이번 기소 결정은 증권선물위원회가 삼성바이오로직스를 분식회계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이후 1년 9개월만에 나온 결과다. 이 과정에서 검찰은 수사와 관련해 삼성 경영진을 100차례 이상 소환하는 등 강도 높은 수사를 이어왔다.

삼성 변호인단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수사팀은 수사심의위 심의를 신청하니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수사심의위에서 압도적으로 수사중단·불기소를 결정하니 수사심의위에 상정조차하지 않았던 업무상배임죄를 추가하는 등 무리에 무리를 거듭해 왔다"고 강조했다.

사진=삼성전자
사진=삼성전자

■ 삼성 '오너리스크' 현실화...재계, 삼성 '제동' 우려

이재용 부회장이 재판에 넘어가면서 삼성은 향후 2~3년 동안 오너 리스크에 노출됐다. 이번 사건 뿐 아니라, 국정농단 사건의 파기환송심도 병행해야하기 때문이다.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의 경영 행보에 제동이 걸리지는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 부회장은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현장경영'을 앞세워 삼성 뿐 아니라 경제 전반의 위기 돌파를 위해 분주히 뛰어왔다. 

실제 이 부회장은 삼성 계열사들을 10차례 이상 방문해 "위기 상황을 극복하자"고 강조하며 내부를 다스리는데 주력하는 한편,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을 포함해 다른 대기업 오너 및 경재계 관계자들과 소통하며 코로나 극복에 앞장서왔다.

또 '동행' 철학을 바탕으로 국내 신규투자 및 신규채용 등에서도 국민과의 약속을 실현함과 동시에, 코로나19 확산 및 수해 복구 과정에서도 물심양면으로 지원을 아까지 않으며 가치 실현을 이어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 부회장의 사법 리스크가 부각되며 재계에서는 향후 삼성의 글로벌 경쟁력 하락과 투자 위축 등 상향을 우려한다. 특히, 국내 코로나19 재확산 속에서 미국의 화웨이 재제에 따른 대응과 TSMC와의 반도체 사업 경쟁 등 직면한 문제가 산적해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이번 결정으로 삼성그룹 경영 전반에 악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향후 삼성그룹이 비메모리, 바이오 등 차세대 미래사업 육성을 주도해 국제 경쟁력에 있어 우위를 확보하는 데도 상당한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비즈트리뷴=이기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