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M&A] '받느냐, 안받느냐' 정몽규 회장의 선택은?
[아시아나M&A] '받느냐, 안받느냐' 정몽규 회장의 선택은?
  • 이기정 기자
  • 승인 2020.08.27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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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담당 애널리스트 "인수하지마라"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과 관련해 산업은행이 HDC현대산업개발(현산) 측에 '인수대금 경감'을 제안한 가운데, 정몽규 HDC그룹 회장의 선택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27일 채권단과 항공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 26일 진행된 산은과 현산 측 최고 경영자간 면담에서 이동걸 산은 회장이 정몽규 회장에게 아시아나항공 인수 대금을 1조원 가량 경감해준다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현산은 기존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할 수 있게 됐다. 다만, 아시아나항공의 부채가 급증하고 있는데다, 향후 항공업 전망도 밝지 않아 부담은 여전하다. 

업계에서는 현산의 최근 상황도 녹록치 않아 인수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지만, 산은에서 인수대금 경감과 함께, 영구채 인수 등 추가적인 지원책을 마련하면서 양사가 타협점을 찾을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증권가의 건설담당 애널리스트들은 한목소리로 '카드를 받지마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어 눈길을 끈다. 

정몽규 HDC그룹 회장ㅣ사진=HDC그룹
정몽규 HDC그룹 회장ㅣ사진=HDC그룹

■ 건설담당 애널리스트 "인수하지마라" 

산은이 지원책을 제시하면서 정몽규 회장은 장고에 들어갔다. 인수 가격은 줄어들었지만, 계산기를 두드려보면 인수하지 않는 것이 이득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도 인수를 하지 않는 것이 현산에게 더 유리하다는 의견이 적지않다. 아시아나항공의 부채가 전년 말 대비 1조5000억원 가량 늘어나면서 부담되는 것은 여전하다는 것.

특히 증권가에서는 인수대금 경감을 고려해도 현재 아시아나항공 인수가격이 실제 가치보다 크다고 판단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건설 분야 A 애널리스트는 "이 제안은 받지 않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고 딱 잘라 말했다. 그는 "조건이 공식적으로 나온 건 아니라서 추측성이긴 하지만, 최근 언론에서 얘기가 나오는 것들을 보면 어쨌든 부채를 탕감해주는 건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B 애널리스트도 역시 "산업은행이 보전해준 내용 외 탕감을 해주지 않는 한 파격적인 조건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와 함께, 현산이 최근 부동산 정책 등 수혜로 성장성이 주목받는 점도 이러한 전망에 힘을 싣는다.

C 애널리스트는 "디벨로퍼(부동산개발업자)라는 분야에서 봤을 때 현산은 국내에서 거의 유일한 상장 디벨로퍼로 봐도 된다"며 "이번 8.4부동산 정책에서도 나왔다시피, 국내 중에서도 특히 서울시로 한정해서 살펴 보면 사실상 더이상 지을 택지가 없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현산만큼 토지를 많이 소유하고 디밸로퍼적인 역량을 잘 갖춘 회사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산업은행 입장에서는 자금을 지원해준다는 입장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비싸게 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현산은 여태까지 항공을 영위했던 기업도 아니어서 시너지를 누리기도 어려울 것 같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여러 가지를 고려했을 때 인수를 안 하는 것이 주가나 실적 면에서나 훨씬 좋은 선택"이라며 "다만 대부분의 실무진들은 이를 고려해 반대하고 있다고 알고 있지만, 결정적으로 정 회장이 어떻게 선택할지는 아직 예측이 불가하다"고 조심스럽게 예상했다.

실제 현산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포기하게 된다면 정 회장의 리더십은 큰 타격을 받을 수도 있다. 정 회장이 아시아나항공을 시작으로 '모빌리티 그룹'으로 성장하기 위해 그린 청사진이 시작부터 좌절된 것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인수 포기 시 잃게 될 2500억원의 계약금도 고려 요소다. 이번 회담에서 산은이 일정 부분 양보하는 제스처를 취했기 때문에, 거래가 무산된다면 현산 측은 계약금과 관련해 불리한 위치에 놓인 상황이다.

사진=아시아나항공
사진=아시아나항공

■ '산은·금호'도 정 회장 결정에 '촉각'

산은은 이번 회담과 관련해 "현산 측과 인수조건에 대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인수대금 경감 외에도 각종 지원책도 제시할 수 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다만, 지원책과 함께 산은은 현산과의 거래 불발을 대비한 'B플랜'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인수가 무산된다면 아시아나항공이 채권단 관리 체제로 들어가게 되고, 산은은 아시아나항공에 기간산업안정기금 투입 문제를 검토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상황에 따라 계열사별 분할 매각 가능성과 함께, 일각에서는 국유화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금호산업의 입장은 어떨까. 금호산업은 거래가 불발되면 3228억원의 구주를 팔지 못하게 된다. 다만 업계에서는 금호산업이 굳이 서두를 필요까지는 없다고 내다보고 있다.
 
D 애널리스트는 "이번 인수는 금호산업 입장에서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라며 "딜이 무산이 된다고 하더라도 특별히 여기서 더 빠질 건 없다고 시장에서는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시장은 매각 완료가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지만, 매각이 실패한다하더라도 금호산업에 불리한 요소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금호산업과 현산 측 모두 이번 회담에 대해 조심스러운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현산 관계자는 현재 어떻게 진행되고 있냐는 물음에 "따로 준비되지 않아 특별히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 마찬가지로 금호산업 관계자도 "결정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고, 아직 이렇다 말할 것이 없다. 내부에서 얘기된 것이 없다"고 밝혔다.

[비즈트리뷴=이서련 기자, 이기정 기자]